기타 예술가 02
이민진 (1968 ~ )
한글을 잊어버린 1.5세대 미국 이민 작가다. 그녀를 처음 보는 순간, 미국 증권거래소 앞에서 양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있는 '겁 없는 소녀상'이 떠올랐다. 강연 무대에서의 그녀의 자세는 늘 당당했고,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나는 이민진 작가를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녀는 ‘파칭코’라는 소설을 쓰고, 미국과 전 세계 35 개국에 번역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많은 강연 프로그램, 특히 미국 유명대학의 강연에 많이 나왔다. 강연에 올라가면 나는 강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본다. 나 역시 프레젠테이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기 강연자들의 루틴과 매너를 본받기 위함이다.
그녀는 강연무대에 항상 두툼한 파일을 가지고 올랐다. 강연 스토리 북이다. 그녀가 얼마나 꼼꼼히 준비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녀가 장편소설 한 편을 내기 위해 자료조사, 인터뷰 그리고 집필에 평균 10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4년간 거주하면서 인터뷰했던 것이, 파칭코 소설을 완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4년의 일본생활에 그냥 지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작가적 플랜과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학세계를 만들었다.
그녀는 강연에서 늘 당당했다. 자신의 성장 스토리, 남편과 만났던 이야기, 소설을 집필할 때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비슷비슷한 내용인데, 강연 장소마다 느낌이 다르다. 패션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다르게 느껴진다. 관객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가 다른 강연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민 1.5 세대로서 한글을 잊어버렸지만, 미국의 예일대와 조지 워싱턴대를 졸업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 몸이 아파 관두고, 문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지금은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이외에 2권 정도 책을 더 낸 뒤 작가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에서는 동양인 이민자로, 일본에서는 한국계로 차별을 받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명료한 글을 통해 표현된 한국인들의 모습을, 시간이 되면 작품을 통해서 만나고 싶다.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고, 한국 관련 테마로 창작활동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격려를 보낸다. 반달 모양의 환한 눈웃음을 가진 그녀에게, 축복이 가득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