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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만사 - 칼 에드워드 세이건

과학자 02

by 구포국수

칼 에드워드 세이건 (1934 ~ 1996)

천문학자이자 우주를 읊조리는 시인. 그는 우주를 찬미하는 놀라운 언어의 마법사였고, 대단한 발상의 소유자였다. 보이저 호에 골든 디스크를 실어 보냈고, 보이저 호를 태양계 끝에서 돌려 창백한 푸른 별, 지구의 자화상을 남겼다.




“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것이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저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창백한 푸른 점은, 우리 지구를 의미한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호가 지구로부터 51억 km 떨어진 곳에서, 지구 방향으로 카메라를 돌려 찍어 얻은 최초의 지구사진이다.


창백한 푸른 점은 1994년 책으로도 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23년 나사 코티드 우주비행센터의 신임 센터장이 취임 선서를 할 때, 그녀는 성경이 아니라 바로 이 책에 왼손을 올리고 선서했다. 그녀는 “칼 세이건은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창백한 푸른 점은 우주탐험과 우리 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문학자 중 한 명이며, 저서도 30권이 넘는다. 작가적인 소양도 있어, 그의 책에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우주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실제로 그는 ‘에덴의 용’이라는 책으로 퓰리처상도 받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고, 4살 때 뉴욕 엑스포에서 과학에 흥미를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코넬 대학교에서 천문학교수로 재직하며, 나사의 다양한 우주 탐사선 계획에 참여했다. 그는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 PJT에 관여하던 중 죽었다. 그가 죽은 지 1년 뒤 패스파인더가 착륙했던 지점이, 칼 세이건 기념기지로 명명되었다.


나는 불후의 명작 ‘코스모스’를 읽었다. 이 책은 전 세계 과학서 중 최고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천문학자가 이런 책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초미세의 관점에서 우주의 광활한 시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끊김도 없이 뛰어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아름답게 들려준다.


내가 봤던 SF영화 ‘콘택트’도 그가 만든 책을 영화한 작품이다. 조디 포스터가 주연을 했던 영화인데, 칼 세이건이 사망한 다음 해에 영화는 상영되고 빅 히트를 쳤다. 패스파인더의 화성 착륙과 콘택트 영화의 완성본을 그는 생전에 보지 못했다.


보이저 호가 우주로 떠날 때, 칼 세이건은 당시 골든 레코드 제작의 책임자였다. 그는 외계 생명체들이 이 위성을 보게 되면 우리 지구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사가 이것을 수용했다. 골든 디스크에 자신의 아들이 영어 인사말을 남겼다고 한다. 보이저 호는 지금도 태양계 밖을 넘어서 날아가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보이저 호가 살아남으면 좋겠다. 보이저 호의 골든 디스크를, 누군가 들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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