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 11
워런 버핏 (1930 ~ )
그는 구설수가 없다. 나이가 많아서 인가? 아니면 시골 오마하에서 햄버거만 먹기 때문인가? 주식투자로 돈을 번만큼 기부했다. 나는 IR활동을 3년간 했지만 그를 못 만났다. 내가 다닌 회사는, 그의 투자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다.
2020년 워런 버핏이 이토츄 등 5대 일본 종합상사에 주식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동안 S&P 평균 수익률이 53%인데, 그의 일본상사 투자는 무려 8배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신문 기사가 나왔다. 나는 종합상사 출신이어서, 버핏이 투자할 당시에 내심 그의 선구안에 뿌듯했다. 오마하의 현인, 가치투자의 귀재인 버핏은 높은 실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는 11살 때부터 주식투자를 했으며,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자신을 가르치는 선생들보다 수입이 많았다. 대학에서 가치투자에 눈을 뜨게 만들어준 스승들을 만났고, 그는 30대에 일찌감치 백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버핏은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4가지 원칙을 이렇게 말했다. 사업을 이해할 수 있고, 장기적인 사업전망이 좋으며, 현직 경영진을 믿을 수 있고, 합리적인 인수 가격이어야 한다.
그는 기술기업은 자신이 잘 이해할 수 없고, 장기 전망을 자신할 수 없으니 투자하지 않는다. 스타트 업에는 관심이 없으며, ROE가 높고 꾸준한 기업을 그는 선호한다. 이런 가치투자 덕분에, 그의 회사인 버크셔 헤서웨이(1964년 인수 시에는 섬유 회사였는데, 바로 투자회사로 변경)는 창업 이래 지금까지 연평균 수익률이 19.8%이다. 동기간의 S&P 수익률이 9.9%라고 하니, 시장 평균보다 무려 2배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대학생 시절을 제외하고는 고향 오마하에 거주하고 있다. 오마하는 네브래스카주 인구 40만명의 시골 마을이다. 매년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총 시즌에는, 온 동네가 전 세계에서 방문한 주주들로 북적거린다. 코카콜라의 대주주인 그는 아직도, 햄버거와 코카콜라로 식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90세가 훌쩍 넘은 노인이 오마하 햄버거 가게에서 같이 식사하는 상대는 빌 게이츠,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있었다. 그는 1년에 한 번씩 두 시간짜리 점심식사 경매 이벤트를 했다. 낙찰된 금액은 전액 기부했고, 불과 몇 년 전에 그만두었다. 초딩 입맛의 괴짜 영감은,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명망 있는 투자가이다.
유명인들은 자서전이나 평전 등 자신에 관련된 책들이 많은데, 그는 자신이 직접 관여해 쓴 책도 없다. 투자에 대해 묻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버크셔 헤서웨이 주총에 오세요. 오기가 어렵다면, 일 년에 한 번씩 발간되는 주주 서한을 보세요. 거기에 나의 투자원칙과 노하우가 모두 있답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많은 정보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인프라가 갖추어지기 전에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과 특송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 프린팅 된 신문을 자신에게 배달되도록 권한을 확보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투자는 시간이 생명인 듯하다.
그는 빌 게이츠와 친분이 많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임과 동시에,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최고 기부자이다. 나는 주식투자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투자원칙과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아, 늘 그를 관심 있게 봤다.
내가 만일 부자였다면, KFC 할아버지 같은 그와 함께 하는 점심 식사권을 낙찰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도시 오마하에서 전 세계의 주식시장을 주무르는 거인이 살고 있으니, 시간이 되면 그곳에 꼭 가고 싶다.
나는 금융팀장으로서 3년간 뉴욕, 홍콩, 싱가포르,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금융 도시들을 다니면서 IR활동을 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종합상사와 건설만 있었는데,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주요 회사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종합상사와 건설 사업에 대한 수익가치 보다, 보유주식의 재산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기도 했다. 물산은 해외 IR 로드쇼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투자회사가 제법 많았다.
그때 여러 투자기관들의 사람을 만났는데, 투자원칙이 모두 달랐다. 학생처럼 나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기록하는 사람. 철학적이고 매크로 하게 질문해 숫자 이외의 정보를 알려고 했던 사람. 면담자들의 연령과 경력도 각양각색이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면 그들의 사무실은 그 도시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있었고, 멋진 사무실 인테리어와 유명 미술가들의 명작들이 걸려있었다. 앤디 워홀의 마오, 마릴린 먼로의 작품들을 회의실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들이 우리와 미팅할 때 회의실에 가지고 오는 것은 명함, 만년필 그리고 노트가 전부다. 그들과 한 시간 미팅을 하고 나면, 내가 가진 밑천을 모두 드러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의 회사는 패션과 리조트 사업이 통합되었고,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오너의 힘이 실려 회사의 위상이 높아졌다.
당시 IR 파트장은 나에게 회사 실적이 어려울수록, 더 적극적으로 IR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IR담당자는 시장의 시각과 의견을 잘 수렴해, 경영진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기준에 우리 회사는 과연 적합한지, IR 담당자와 경영진은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 지금 버크셔 헤서웨이의 투자를 받지 않고 있는 회사라면, 버핏은 앞으로도 그 회사에 투자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모든 회사의 CEO들의 분발이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