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Mover / Fast Follower
What is Paradigm? – First Mover / Fast Follower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 선도자 / 추격자)
Paradigm이라는 용어는 미국 과학사학자(토마스 쿤)가 최초로 사용했습니다. “과학의 역사는 연구자들의 객관적 관찰에 의한 진리 축적의 점진적 진보가 아니라, 혁명적인 파열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통해서 발전한다.”라고 쿤은 주장했죠. 패러다임이란 과학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믿음, 가치 등의 총체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이론적인 틀 또는 개념의 집합체.’입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하나의 패러다임은 지속되지 않았고, 생성/발전/쇠퇴/대체 과정을 반복해 왔습니다.
이번 에세이는 패러다임을 기업경영 차원에서 다각도로 의미를 탐색하고, 감사분야의 패러다임은 어떤 방식으로 변화/발전하는 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Trend / Paradigm
패션제품은 유행이라는 근원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넥타이 폭이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길이가 길어졌다가 짧아졌다가 하는 방식으로 유행이 변하죠. 과거 패션기업의 디자이너 몇 명이 넥타이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주도권을 갖지 못합니다. 직장인들이 출근할 때 넥타이를 메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의 Wants 변화가 소비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장 주도권이 과거 Seller’s market에서 Buyer’s market으로 전환되면서 촉발된 것이죠.
수공업 형태로 넥타이를 납품하던 한 업체 사장님이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공장을 지킨다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우리나라 기업체 사장님들이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넥타이를 매는 날을 만들어 준다면 고맙겠다.”라고 말했죠. 넥타이의 디자인이나 컬러가 바뀌는 것은 유행의 영역이지만, 넥타이를 메지 않는 사회적 트렌드는 넥타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Paradigm Shift 이슈입니다. 이런 큰 변화의 이슈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기업과 사람들은, 적지 않은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구조 / 산업혁명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할 때 1차, 2차, 3차 산업 순으로 고도화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나라도 1950년대의 대표 수출품목은 광산물, 수산물이었죠. 1960~70년대 들어 제조업(2차 산업)이 시작되면서, 경공업 위주의 제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1980년대부터는 3차 산업인 유통업, 금융업 등 非제조산업이 본격화되며 산업지형이 고도화되었습니다. 자연물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팔던 시기, 제품화해 팔던 시기, 유통과 자본적 투자 등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것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이런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Paradigm Shift 라기보다는, 산업발전 과정에 있어서 Transformation입니다.
산업혁명은 Transformation이라기보다는 Paradigm Shift입니다. 산업구조의 발전은 일국의 경제적 여건이지만, 산업혁명은 전지구적 Fact이기 때문이죠. 18세기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혁명’을 1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이때부터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기로 진입했죠. ‘전기에너지 기반의 대량생산 혁명’을 2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컨베이어시스템의 가동으로 거대 재화시장을 활짝 열었죠. ‘컴퓨터/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이 3차 산업혁명인데, 전자기술과 IT기술을 통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시대가 열렸죠. 바야흐로 지금은 4차 산업혁명, ‘IoT/인공지능 기반의 초지능 혁명’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경험한 총 4차례의 산업혁명은, Paradigm Shift의 전형입니다. 단순한 증기기관, 전기의 이슈가 아니라 산업혁명 단계별로 Industry와 Market이 완전히 바뀌었죠. 게다가 기업들의 주력 산업분야와 생산방식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산업의 Paradigm Shift에 올라타지 못하는 기업들은, 미래성장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감사업무의 Paradigm Shift
최근 감사업무는 적발감사에서 경영진단/컨설팅 방향으로 중요성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 비중이 바뀌더라도, 감사부서가 적발감사에서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적발감사에서 과거에는 대면접촉과 서류점검 등 사후적인 활동 중심이었죠. 최근에는 Data 기반의 Analytics, 컴퓨터 기반의 테크닉을 활용하는 CATT(Computer Assisted Audit Tools) 방식 등 감사기법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는 사전적이고, Big Data 처리를 통해 문제점 분석과 해결방안 도출이 훨씬 용이하게 되었죠. 과거 적발감사 활동들이 숙련자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컴퓨터를 이용해 신입 감사인들도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적발감사의 영역에서도 방법론적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그 존재감을 지킬 수 있죠.
감사부서는 경영진의 경영활동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경영진단 영역도 크게 보면 Problem Solving입니다. 이와 같은 경영진단 업무는 회사의 전략적인 영역이고, 해당사업의 미래에 대한 Insight도 요구됩니다. 하지만 잘만 준비하면, 감사인들이 업무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략 컨설팅업체들이 해당사업에 직접적인 경험이 없어도, 특정기업에 컨설팅을 수행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이제, 감사인들도 경영진단/컨설팅 분야로의 감사업무 Paradigm Shift에 적극 대응하고, 더 부가가치 있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워런 버핏은 “썰물이 빠져나갈 때, 누가 벌거벗고 헤엄치고 있는지 알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감사인은 활용할 수 있는 Tool이 많기 때문에, 이제 Tool핑계를 댈 수도 없습니다. 정작 감사인들이 업무 Performance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Tool이 아니라, 문제해결에 대한 창의력의 고갈과 문제인식에 대한 자신의 역량부족이 아닐까요? 감사업무의 패러다임 변화 방향이 감사인들을 위축시킨다고, 소극적으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Tool과 감사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감사인들이 문제해결(경영진단 측면)에 더 큰 역할을 할 여지가 많습니다.
제조업의 발전방향 (OEM → ODM → 브랜드 → 플랫폼)
저는 현재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제조업자 개발생산) 회사에서 근무 중입니다. Made in Korea 개념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고, 1970~80년대에는 경공업 분야의 제조기업들이 크게 성장했죠. 소비재(신발/패션/화장품)의 국내 대표 중견기업 대부분은 이 시기에 OEM으로 출발했던 기업들입니다.
제조업체가 OEM에서 ODM으로 넘어갈 때 R&D역량이 중요합니다. ODM 역시 주문자의 브랜드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ODM기업은 브랜드사업이라는 유혹과 Value Chain 확대라는 두 가지 Challenge에 마주하게 됩니다.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는 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판매/마케팅이라는 Hurdle을 넘어야만 합니다.
브랜드사업 추진은 ODM업체에게는 Paradigm Shift급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Paradigm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올라탄다고 해서, 사업성공이 100% 담보되지 않습니다. 해당 ODM업체는 부족역량 보강 등을 통해 기업 현실에 맞는 방식을 채택해야만, 성공의 최소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제조기업은 브랜드 차원을 넘어 사업모델을 Platform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어, ODM기업의 갈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과거 제조에만 능숙했던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이 사업변신을 추진할 때, Paradigm Shift급 변화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우선 자문해야 합니다. 감사인들도 경영진단과 컨설팅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창의적인 Viewpoint를 갖추고 있는 지를 되돌아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Red Ocean / Blue Ocean
지금은 젖과 꿀이 흐르지만 조만간 닥쳐올지도 모를 경쟁의 시장을 벗어나, 황무지를 찾아 떠나는 사람과 기업이 있습니다. Red Ocean에서 한 발 앞서 빠져나와, Blue Ocean을 찾아 떠나는 사람과 기업들입니다. 황무지를 굳이 찾아 떠나는 그들은 과연 무모한 사람일까요? 미래를 내다보는 현자일까요? 일정 수준의 경쟁환경은 기업가 정신과 잘 융합되면 긍정적인 결과를 내지만, 과도한 경쟁은 공도동망의 나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서로 싸우다가, 외부세력에 시장을 내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죠.
Red Ocean이 짧은 기간 내에서 일시적으로 Blue Ocean화 되는 역설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TV방송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는데, 이때 흑백 TV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컬러 TV로 제조라인을 바꾸었죠. 그러나, 당시 글로벌 기준으로는 컬러 방송이 안 되는 많은 나라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의 흑백 TV 수요 역시 엄연한 Fact였죠. Niche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들에게도 지속 가능성까지는 몰라도, 일정기간의 사업기회는 있습니다.
증기기관 선박이 나왔을 때, 바람의 힘을 이용하던 일반 범선과 동거기간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이 있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안정화, 대량생산, 소비자에게 경제적 효익을 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런 기간(초기 기술의 진보와 여건 마련을 위한)을 거쳐야만, Paradigm Shift가 사실상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Red Ocean/Blue Ocean 그리고 Paradigm Shift 시기에, 어떤 전략과 Stance를 갖추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성장했던 기업들은, 변화를 바라보는 큰 안목을 갖고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Turn Around
적자기업이 첫 흑자를 낼 때 기분은 어떨까요? 창업과 폐업을 거듭하다가, 대박 맛집을 만들어낸 자영업자의 기분과 같을까요? 적자를 내던 기업이 짠하고 흑자를 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은 숙명적으로 흑자를 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야만 했습니다. 큰 폭의 적자를 내도 업계 1위가 되면 된다는 현재 플랫폼기업의 사업전략은, 과거 기업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죠. 기업의 적자는 바로 기업의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적자에서 경영실적의 방향을 꺾는 Turn Around는 항공모함의 선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흑자를 내기 시작한 기업은 흑자 폭을 키우면서, 우량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이 Turn Around 해서 영원히 잘 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업의 한번 흑자가 영원한 흑자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흑자는 해당 기업에게 오히려 위기이자, 독이 될 공산이 큽니다. 어떤 기업이 Red Ocean에 있다면, 경영효율을 개선해 흑자(Turn Around)를 달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Blue Ocean으로 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아가 다가올 Paradigm Shift 시기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준비해야 합니다. 해당기업이 스스로 Paradigm Shift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더더욱 그래야만 합니다.
First Mover / Fast Follower
저는 유럽 도로 사이클 경기에서 역동감을 느낍니다. 선수들이 촘촘한 대형으로 50~60Km로 주행하다 보니 접촉사고도 많습니다. 경기의 백미는 Peloton이라는 선수그룹이 대형을 유지하다가, Finish지점 근처에서 Peloton을 치고 나간 몇 명이 선두그룹 마저 추월하는 장면입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글로벌 IT기업 중에서 Fast Follower였습니다.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TV, 냉장고, 세탁기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을 추격하기 바빴죠. 이제 삼성전자는 다수의 제품에서 글로벌 정상에 올랐죠. 삼성전자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에 혁신과 차별화로 정상에 섰고, 이제는 First Mover의 길을 갑니다. First Mover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합니다. 나아가 아무도 가보지 않은 New Paradigm을 열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가집니다.
사이클 선수가 Peloton을 이탈해 Last Spurt을 하는 것과는 달리, First Mover는 Fast Follower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혁신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맞바람에 체력소모도 크고, 때로는 이게 맞는 길인지도 짚어봐야 합니다. 맞바람을 맞고 열심히 가는 데 New Paradigm이 등장하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죠.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또는 내 뒤에 누가 어느 지점에서 따라오고 있는지 항상 살펴야 하는 선도기업은, 고통스러운 혁신을 감당해야 합니다. 혁신은 한순간의 Spurt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One more thing! – Speed 경영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남아 국가를 여행할 때 현지 상인들이 “8282(빨리빨리)”라고 말을 건다고 합니다. 글로벌 기업경쟁에서, 의사결정과 실행의 스피드가 기업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제품혁신 속도가 빠르면 자원투입의 효율성 증대로 비용감소뿐만 아니라, 제품의 질도 개선됩니다. 삼성 반도체의 스피드 경영에서는 먼저(기회선점), 빨리(시간단축), 제때(타이밍), 자주(유연경영) 4가지가 핵심입니다. 20여 년 전 삼성전자는 경쟁자들이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을 때, 신속히 디지털로 바꿔 성공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속도감에 대한 적응력이, 기업의 흥망과 연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장이 변하고 있으며 경쟁자는 질주하고, 나 자신도 달리고 있는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후발주자가 추격할 때, 선두주자 역시 멈춰서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Speed가 중요합니다. 스피드 경영의 실천은 First Mover가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며, New Paradigm을 여는 또 다른 출발점입니다.
‘To be or not to be’라는 말이 있듯이 First Mover기업에게는 ‘New Paradigm or not’이라는 Spirit이 요구된다고 주장하면, 저의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가요? 감사인들도 감사업무의 New Paradigm에 지속 도전하면서, 업무의 새 지평을 열어가면 좋겠습니다. 회사가 First Mover가 되는데, 그 일익을 담당하면 더욱 좋겠습니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입니다. 감사인 모두 업무적으로 좋은 성과와 발전을 이루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