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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바람, 행운을 바람

wish and wind

by 늘해랑



오늘은 무엇을 쓰나, 한참을 커서멍을 때려보았다. 이것도 저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써내려가던 습작동화를 이어 먼저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제 초반부라 다시 읽어보며 고칠 것들을 살짝 살짝 다듬어보며 내려갔다. 그러다 스쳐지나가는 장면에서 언급되는 이것, 그리고 하나의 장치가 되어줄 물건의 연결고리 중 하나인 이것, '네잎클로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곧바로 예전에 썼던 글이 떠올랐다. 그 당시, 그리고 지금도 마음에 동하는 나의 초반 글 중의 한 편인데, 사실 다시 읽어보면 짧디 짧고 덧붙이고 싶은 내용들이 참 많은 뽀시래기 글이다. 뽀시래기의 느낌을 살리면서 살짝 다듬어본다.






행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네잎클로버이다. 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나에게는 수많은 세잎클로버들 사이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다는 건 처음 몇 분만 재미있지 굳이.... 라는 생각에 어느 순간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런 나에게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것은 네잎클로버 찾기를 누구보다 빨리 포기하는 내가 합리화하기에 딱이었다. 나는 이 수많은 행복의 세잎클로버로도 만족해!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아이들과 함께 읽은 그림책의 주인공인 그레이엄은 엄마의 빵 심부름을 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사실 마을의 빵집에 가서 빵만 사오면 되는 간단한 심부름이었다. 그런데 그 빵집에 빵이 없었고 빵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가 어마무시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그의 빵심부름 여정에는 온갖 불행한 일들이 가득하다. (빵을 사러 배까지 탄...) 그레이엄은 바다에서 파도를 만나 배가 부서지고 그렇게 판자 하나에 의지하여 둥둥 떠내려간 무인도에서 식인종을 만나고, 탈출했다가 악어떼도 만나고, 커다란 새에게 잡혀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레이엄은 이를 즐기고 있다. 심지어 새둥지에 잡혀가서는 멀리 보이는 집의 모습에 "갑자기 행운이 찾아왔어" 라며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돌린다. 집에 돌아왔다 이거지.


멘탈 갑인 녀석이다.


그냥 모든 순간이 대수롭지 않은가보다. 그림에서도 그레이엄은 아무렇지도 않아보인다.

그런 녀석에겐 행운이 쉽게 오는 법이지.


'행운은 무엇일까', '나의 행운의 순간은 언제일까'. 머리를 굴려보는데 쉽게 생각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찾아야 하는 네잎클로버 같은 행운이라는 것보다 지천에 널려있는 세잎클로버같은 행복을 더 좋아하는 편하게 살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또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행복을 좋아한다는 나이지만 물론 행운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의 노력의 결과에 비해 더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데 어찌 싫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처음 시도한 몇 분의 순간에 네잎클로버가 내 눈앞에 딱 나타나면 그보다 신나는 일이 어디있을까. 아무리 행복의 세잎클로버가 편하다고 해도 말이다. 이런 모순적인 녀석.


그러다 순간 '행운이란 이 정도로 정리하면 어떠려나!' 싶은 느낌이 왔고, 그 찰나의 생각을 놓치고 싶지 않아 카카오톡 메시지 창에다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글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어쩌면 이게 나의 행운의 순간이었던 것일까...)






나의 행운은, 바람("wind and wish")이다


바람을 만들어주는 공기는 나를 둘러싸고 있고 내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나는 그것을 보지못한다.

공기의 흐름, 공기의 이동인 "바람(wind)"을 느끼는 순간 나에게 온다, 시원하게 나를 기분좋게 해준다.


행운 역시 보이지 않는 상태로 우리 주변에 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 나에게 확 다가와 하나의 의미가 되어 느낄 수 있는 것,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의미있는 느낌.

새로운 시작의 계절에 나를 설레게 하는 살랑살랑 봄바람,

초록의 에너지 가득한 무더위 속 땀을 식혀주는 여름바람,
여름의 뜨거움에 지칠 때쯤 느껴지는 선선한 가을바람,
살을 에일듯한 날카로움이지만 나를 정신 차리게 해주는 매서운 겨울바람,

어느 계절의 바람 한줄기에도 나는 항상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행운이란 그런 것
어느 순간 느껴지는 행복, 순간의 행복

행복한 삶 가운데 와, 지금 나 너무 행복해!!! 최고의 행복이야!!! 라고 느끼는 그 포인트가 나의 행운의 순간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모두가 행운을 늘 "바라고(wish)"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행운을 바람(wind and wish)이라고 하련다.






글을 쓰면서 문장 줄바꿈의 습관을 없애고 문단으로 쓰려고 노력하여 많이 바꾸었는데, 마지막 부분은 문단으로 바꾸면 맛이 살지 않을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 시는 어렵다고 하지만 시와 산문의 그 중간 어디쯤의 형식으로 내버려두려고 한다. 내 마음이다.


행복한 네잎클로버 풀밭을 거닐다 잠시 쉼이 필요해 털썩 주저앉은 곳에서 살랑, 향긋한 바람과 함께 내 눈길이 멈춘 곳 끝에 행운의 네잎클로버 하나가 빼꼼 나를 쳐다보고 있길. 오늘 밤 잠든 나에게 찾아올 꿈은 이런 내용의 꿈이길 바라면서 이제 그만 잠을 청해야겠다.


모두들, HAVE A GOOD DREAM TONIGHT.




다운로드.png 그 때 함께 그린 뽀시래기 시절 삽화까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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