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나의 기억력

잊는 나를 웃으며 기록하다

by 솔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말 중증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엔 정말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누구나 다 유년 시절엔 총명했으리라)


정말 나는 기억력을 도둑맞은 것 같다.


예전에는 누구보다 학생들의 이름도 잘 외우고, 특징도 세세하게 기억했다. 심지어 학반 번호까지 외우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누가 나에게 언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날의 공기와 냄새까지 기억할 정도로 나의 기억력은 남달랐다. 덕분에 학창 시절에는 공부도 꽤 잘했다. 수업 시간에 어떤 선생님이 무슨 농담을 했는지까지 기억할 정도였으니 시험 문제 정도야 눈 감고도 그 선생님이 의도한 정답을 기가 막히게 잘 찍어낼 수 있었다. 근데, 그러했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무슨 말을 하든, 문장 앞에 "저,저,저... 그.. 있잖아."를 붙이기 시작하더니, 그 말을 하는 사이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까먹는 패턴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다. 뭐, 사람이면 누구나 그럴 수 있지. 나는 애도 둘이나 낳았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지. 스스로를 위로하고 안도했다. 집안일만 할 때는 그럭저럭 잘 넘어가는 듯했다. 애들을 시간 맞춰 데리러 다니는 것 외에 딱히 중요한 일이 없었으니까. 연예인 이름 좀 생각이 안나는 거야 뭐 대수라고. 전화번호 까먹는 거? 요샌 다들 안 외우잖아?

휴대폰을 차에 두고 내리고선 집안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도 뭐, 그럴 수 있지. 나도 사람이니까.


그 건망증이 결정적인 사건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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