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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의 추억(2)

코로나와 함께 한 야영

by 솔아

담임을 처음 맡았던 철없던 해, 1학년들과 얼떨결에 다녀온 야영활동에서 우리 반 장난꾸러기가 망치로 자신의 손을 내리친 사고 이후, 야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야영뿐만이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저 귀엽고 예쁘기만 하던 '천둥벌거숭이'들의 무서움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쉬는 시간, 교실에 선생님이 함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중학생들. 눈치만 보던 녀석들의 장난은 점점 과격해져만 갔고, 담임의 심장은 날로 쪼그라들어 남아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저러다 넘어져서 어디 뾰족한 모서리에 부딪히면 어떡하지?' 싶고, 공놀이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 공에 맞아서 다치면 우짜노!'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학교 생활조차 이럴진대, 현장체험학습이라도 가는 날이면 걱정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교사가 된 후,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아주 보통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절히 깨달았다.


야영은 나에게 늘 긴장의 상징이다. 그래서 다시 야영을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코로나가 덮친 학교는 모든 단체 활동을 중단했다. 현장체험학습은커녕 학생들이 학교의 문턱조차 마음대로 넘지 못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모든 것은 그 끝이 존재하기 마련. 몇 해가 지나자 코로나 시절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해야만 했고 의심 증상만 보여도 등교가 중지되었지만, 교육활동이 조금씩 정상화되어 갔다. 그때쯤, 나는 교직 생활 두 번째 야영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랜만이라서였을까. 다시 시작된 야영은 그동안 멈춰 있던 시간만큼이나 무겁게 다가왔다. 야영을 앞둔 몇 주전부턴 잠까지 설쳤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번엔 '생활형' 수련활동이라 텐트를 직접 치는 불상사는 없다는 것 정도. (사실, 요즘은 '야영형' 활동에서도 이미 설치된 텐트에서 묵기 때문에 학생들이 텐트를 치는 일은 없다. 텐트 치다 다치는 그 옛날 우리 반 학생 같은 아이들이 많아서였을까?) 학생들은 수련관의 방을 배정받아 활동을 하게 되었다.

불안은 여전했다. 야영 날짜가 다가오면서부터 코로나 환자가 다시 늘고 있었기 때문. 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야영을 앞두고 열 명의 담임선생님들 중 세 명이나 코로나로 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학부모님들로부터도 아이가 열이 난다는 문자가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들었다.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며 '야영을 취소해야 한다', '날짜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의 야영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결국 예정대로 강행되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집단 감염의 가능성'이라는 두려움과 더불어 '다치는 학생 없이 무사히 퇴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긴장의 서막이 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학생들은 여행으로 들뜨고 신이 났다. 한동안 학교에서는 체험활동조차 없었으니 이번 야영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그것도 2박 3일이라니! 친구들과 밤새 놀 생각으로 아이들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게다가 야외 풀장에서 생존수영 강습(이라고 분명히 일러두었는데, 아이들 귀에는 '물놀이'로 들린 듯하다)까지 있다고 하니 흥분과 기대가 배가 되었다. 학생들의 설렘이 커질수록 교사들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학교를 떠나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안전'과 '위생'을 목 아프도록 외쳐야 했다. 무사히 모든 활동이 마무리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련활동 첫날밤, 열 환자가 속출했다. 조용히 숨어서 기다리던 바이러스가 이때다 싶어 고개를 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함께 먹고 자던 아이들은 줄줄이 열이 났다. 몇몇은 끝까지 아프지 않다고 애써 웃었지만, 체온계까지 속이지는 못했다.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하고 맞이한 아침.

"선생님, 저 하나도 안 아픈데요! 가야 돼요?"

"oo아, 혹시 병원 가서 검사했는데 음성 나오면, 다시 와도 되니까 병원만 한 번 가보자! 선생님도 우리 oo 다시 오라고 빌고 있을게."


미련이 남은 눈길이 계속 뒤를 돌아보았지만,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학생들은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발걸음으로 야영장을 떠나야만 했다. 돌아온 아이는 결국 없었다. 모두 심한 고열에 시달렸다고.


학생들 몇 명 빠졌다고 강당이 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둘째 날은 '우리만 여기 남아 있어도 될까'하는 미안함과 아직 끝나지 않은 불안감이 뒤섞인 채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은 왜 항상 틀리는 법이 없는 것일까.


(이후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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