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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숙 Sep 05. 2024

<펠리컨 브리프>의 무대 워싱턴

존 그리샴

펠리컨 브리프(The Pelican Brief) 줄거리

펠리컨 브리프는 1992년에 출간된 존 그리샴의 법률 스릴러 소설로, 정치적 음모와 법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개된다.

    

이 소설은 미국 대법원의 두 명의 판사가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사건으로 시작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죽음은 시민들의 의문을 자아낸다.

    

미국 대법원


사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뉴올리언스 법대 학생 다비 쇼(Darby Shaw)는 사건의 배후에 무엇이 있을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다가 두 판사의 죽음이 석유산업과 관련된 거대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다비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펠리컨 브리프’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한다. 그러나 이 문서는 우연히 정부 고위층에 전달되고 다비는 이를 계기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비의 가설이 예상치 못한 진실에 근접하면서, 그녀는 암살자들의 표적이 된다.     


다비는 FBI와 정부 기관, 그리고 음모의 배후 세력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다비는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워싱턴 D.C.로 향해 이 음모를 폭로하고, 진실을 밝혀내려 한다.     


믿을 사람이 없던 다비는 워싱턴에서 기자 그레이 그래넘(Gray Grantham)의 도움을 받아 음모를 폭로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기자까지 위험에 빠지게 되면서 그들은 거대한 권력과 맞서 싸우며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건 도전을 이어간다.

 

결말에서 다비는 기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작성한 브리프의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두 사람은 결국 진실을 밝혀내고, 이로 인해 부패한 정치인들과 기업의 음모가 드러나게 된다. 소설의 끝에서 다비는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해외로 떠나고, 그레이는 보도한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기자로서 명성을 얻는다.

    

<펠리컨 브리프> 영화 포스터


<펠리컨 브리프>는 법률적 갈등, 정치적 부패, 그리고 개인의 용기와 정의감이 결합된 스릴러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와 복잡한 음모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 소설은 1993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이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그리샴은 권력의 어두운 면과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개인의 투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존 그리샴(John Grisham)

<펠리컨 브리프(The Pelican Brief)>의 작가 존 그리샴은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이자 전직 변호사로, 주로 법률 스릴러 장르에서 뛰어난 작품을 써왔다.

      

1955년 2월 8일 미국 아칸소주에서 태어난 그는, 미시시피 주립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미시시피 대학교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했다.

    

존 그리샴


존 그리샴은 변호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1989년에 첫 번째 소설 <타임 투 킬(A Time to Kill)>을 출간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샴의 첫 번째 소설인 <타임 투 킬>은 미시시피주의 소도시 클랜턴을 배경으로 흑인 소녀를 강간한 백인 남성 두 명을 살해한 소녀의 아버지가 법정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변호사 제이크 브리간스는 인종 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아버지의 변호를 맡는다.

    

이 작품은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리샴의 후속작들이 성공하면서 재조명되었고 이후 법률 스릴러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존 그리샴을 세상에 널린 작품은 1991년에 출간한 <회사(The Firm)>다.  

   

주인공 미치 맥디어는 매력적인 연봉을 제시받고 작은 법률 사무소에 취직하지만, 곧 이 회사가 마피아와 연관된 불법 조직임을 알게 된다. 미치는 FBI와의 협력 속에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한다.

     

이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그리샴을 스타 작가로 만들었다.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부가 팔렸으며,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소설이 성공하면서 전작 <타임 투 킬>도 재조명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에 출간한 책이 바로 <펠리컨 브리프>다.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들


그리샴의 법정 소설이 성공적인 이유는 그가 법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복잡한 법률적 상황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풀어내는 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개 법정 드라마와 정치적 음모를 다루고 있는데 인물들이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와 정의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

     

이후 존 그리샴은 30편 이상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출간했으며 이 중 다수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42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바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정도로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법률 스릴러 장르에서 그리샴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점에 출간된 존 그리샴의 책들


그리샴은 열성 팬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책이 출간될 때마다 팬들은 서점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그의 사인회를 기다렸다고 전한다.

    

그는 늘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했고 종종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그리샴은 성공한 작가로서의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그는 사형제도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무고한 사람들의 사례를 연구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존 그리샴의 가족


 존 그리샴

    

아내-르네 존스 그리샴(Renée Jones Grisham)

존 그리샴은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그래서 그의 가족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존 그리샴과 르네 존스는 1981년에 결혼했다. 미국 남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르네는 존 그리샴이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에 만났다.

     

르네는 존 그리샴의 작품 활동에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왔다. 그녀는 적극적으로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그리샴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르네는 그리샴의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그가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원고를 검토하기도 한다.

     

아들-타이 그리샴(Ty Grisham)

타이 그리샴은 그리샴 부부의 아들로 버지니아와 미시시피에서 자랐다. 사실 타이의 경력이나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아들은 부모님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감을 이어받아 성숙하게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딸-셰이 그리샴(Shea Grisham)

셰이 그리샴은 그리샴 부부의 딸로, 타이와 마찬가지로 버지니아와 미시시피에서 성장했다. 셰이 역시 부모님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났으며, 특히 아버지의 작품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한다.

     

셰이의 개인적인 사생활 역시 별로 공개된 것이 없다. 다만 그녀는 아버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가족과의 유대를 중요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샴 가족은 버지니아의 대규모 농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들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 특히 그리샴은 글 쓰는 동안 거의 이 농장에서 보내고 있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리샴 가족은 함께 여행을 즐기며 진한 가족애를 쌓아왔다. 그리샴은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가족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그리샴은 미식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직접 유기농 농사를 짓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그가 자연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실제로 변호사가 되기 전, 그는 프로 야구 선수를 꿈꾸었으나 부상으로 인해 그 꿈을 포기해야 했다. 소설을 쓰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야구와 관련된 책도 집필했다. <캘리코 조Calico Joe>는 야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그의 야구 사랑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리샴은 작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전, 미시시피주의 하원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정치적 경력을 통해 법률과 정치에 깊은 이해를 쌓았고, 이는 그의 소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샴은 정치 경력을 통해 법률 제도와 공공 정책에 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가 집필한 작품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뚜벅이의 천국-워싱턴 D.C.

워싱턴 D.C.는 미국의 수도이자 세계적으로 중요한 정치, 역사, 문화의 중심지다. 워싱턴 D.C.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 중 하나로, 다양한 면에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워싱턴 D.C.는 1790년 미국의 수도로 설립되었다. 이곳에는 미국 연방 정부의 세 가지 주요 기관인 백악관, 국회의사당, 그리고 미국 대법원이 있다. 워싱턴 D.C.는 미국 정치의 심장부로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워싱턴 D.C.는 내가 미국을 방문한 뒤 가장 많이 갔던 도시다. 물론 그만큼 볼거리가 많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통 때문이다. 워싱턴 D.C.는 아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워싱턴 중앙 - 양쪽에 빼곡히 보이는 건물들은 대부분 박물관이나 유적지다.

             

이 사진에서 가장 아래쪽이 국회의사당이다. 그리고 중앙에 깔린 잔디밭 끝에 보이는 건물이 링컨 기념관이다. 국회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을 선으로 그으면 일직선인데, 가운데 깔린 잔디밭은 공원이다. 좌우에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 건물들이 모두 박물관이나 기념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워싱턴 관광은 국회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걸어가면 된다. 물론 하루에 2만 보 정도는 걸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루에 이 모든 곳을 섭렵하기는 힘들다. 다리가 아프기도 하지만 한 군데 들어가면 볼 것이 너무 많아 적어도 일주일 이상은 잡아야 유명한 관광지를 대충 볼 수 있다.


가운데 공원은 의자가 많아 앉아서 쉴 수 있다. 다만 조금 오래 앉아 있으면 집시나 노숙자들이 찾아와 돈을 요구하거나 음식을 달라고 하기에 맘 편히 쉴 수는 없다.


     

중앙도로를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 길이 잘 닦여있다.


우리는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워싱턴으로 나갔다. 워싱턴 아무 곳에 내려도 괜찮다. 온종일 박물관, 기념관을 차례로 둘러보다가 쉬고 먹고를 반복했다. 그러다 지치면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여러 번 워싱턴을 다녔지만 사실 아직도 못 본 곳이 많다.


워싱턴 D.C.에는 600개가 넘는 공원이 있고 역사를 기념하는 수많은 기념비와 박물관이 있다. 우선 유명한 장소를 나열하자면 백악관, 링컨 기념관, 제퍼슨 기념관, 워싱턴 기념탑 등이다.

     

다음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항공우주 박물관, 아프리카 박물관, 아메리칸 역사 및 문화 박물관, 홀로코스트 박물관 등 19개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다. 제대로 보려면 하루에 2개 정도 보면 다행일 것이다.


존 F. 케네디 센터,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도 꼭 가 보아야 할 곳이다.     


워싱턴 D.C.는 외교의 중심지로, 전 세계 대사관들이 밀집해 있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주요 국제기구 본부가 있고 조지타운 대학교, 조지 워싱턴 대학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도 있다. 이 대학들은 정치, 법률,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명성을 자랑한다.     


또 포토맥강이 워싱턴 D.C.를 가로질러 흐르는데 이곳에서는 보트 타기, 산책, 자전거 타기 등의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강변에서 보는 도시의 야경은 매우 아름답다.     


워싱턴에 벚꽃이 피면 체리 블로섬 페스티벌이 열린다. 매년 봄, 수천 그루의 벚꽃으로 아름답게 물드는 경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펠리컨 브리프>의 주요 무대

<펠리컨 브리프>는 주로 워싱턴 D.C.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그래서 이번 워싱턴 여행은 그동안 다녀왔던 곳 중에 소설에서 전개되는 장소를 정리해 보기로 했다.

    

소설에서는 미국 대법원과 연방 정부 기관들이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 외에도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뉴올리언스 같은 다른 도시들도 언급되지만, 주된 무대는 정치와 법률의 중심지인 워싱턴 D.C.다.

    

미국 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펠리컨 브리프>의 주요 사건은 두 명의 대법관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미국 대법원은 소설의 핵심 배경이 되는 장소로, 법적 권위와 정치적 음모가 얽힌 상징적인 장소다.     


대법원


대법원 건물은 워싱턴 D.C.의 중심부에 있는데 방문객들은 법원 내의 박물관과 법정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가이드 투어도 제공되어 대법원의 역사와 기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국회의사당(United States Capitol)

국회의사당은 미국 연방 정부의 입법부가 위치한 곳으로, 정치적 음모와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중심지이다. 소설에서 워싱턴 D.C.의 정치적 배경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하나다.

     

국회의사당


국회의사당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데 미국의 역사와 정치 제도에 대한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사당 돔에서 내려다보는 워싱턴 D.C.의 전망도 매우 인상적이다.     


워싱턴 기념탑(Washington Monument)

워싱턴 기념탑은 워싱턴 D.C.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소설 속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배경이 되는 장소다. 특히, 주인공이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사건을 정리하는 장면이 있다.

    

워싱턴 기념탑은 워싱턴 D.C.의 중심에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에 올라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저녁 시간에 방문하면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워싱턴 기념탑, 호수는 기념탑 뒤 링컨기념관을 가는 길에 있다.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

링컨 기념관은 미국 역사와 정의를 상징하는 장소로, 법과 정의에 대한 주제가 중요한 소설의 배경으로 어울리는 장소다.     


링컨 기념관은 24시간 개방되어 있으며, 링컨 대통령의 거대한 동상과 그의 유명한 연설문이 새겨진 벽면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장소로 많은 방문객이 찾는데 특히 가는 길에 펼쳐진 직각 모양의 호수는 리플렉팅 풀(Reflecting Pool)이라고 부른다.


링컨 기념관


이 호수는 워싱턴 기념탑과 링컨 기념관 사이에 있다. 이곳은 경관도 아름답지만 많은 역사적 사건과 행사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 호수에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가 촬영되기도 했다. 1994년에 개봉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작품으로, 톰 행크스(Tom Hanks)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워싱턴 D.C.에서 반전 집회에 참여하는 동안, 그의 오랜 친구 제니(Jenny)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리플렉팅 풀을 가로질러 달려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링컨 기념관을 갈 때 보이는 직각 호수, 오리들이 많다.


내셔널 몰(National Mall)

내셔널 몰은 워싱턴 D.C.의 중심부에 있는 넓은 공원으로 대법원, 국회의사당, 링컨 기념관 등 주요 명소들이 밀집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곳이다.     


위와 같은 장소들은 워싱턴 D.C.의 정치적, 역사적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명소들로, <펠리컨 브리프>의 배경과 관련이 깊다. 이곳들을 방문하여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소설에 대한 이해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 중앙에 있는 내셔널 몰, 이름은 몰이지만 공원이다.


우리의 여행 동선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출발해서 링컨 기념관까지 가는 길에, 내셔널 몰(National Mall)을 따라 위치한 명소들을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왼쪽(남쪽)에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 스미스소니언 국립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과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이 있다.


이 중 어느 곳을 들어가도 한 군데에 족히 두 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그러니까 왼쪽만 보아도 하루로는 부족하다. 물론 취향에 따라가고 싶은 곳이 다르므로 자신이 갈 곳을 미리 체크하여 양쪽을 다 다녀도 무방하다.     


오른쪽(북쪽)에는 국립미술관,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역사박물관, 워싱턴 기념탑이 있다. 워싱턴 기념탑은 뾰족하게 생겨서 일명 ‘연필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정리하면, 내셔널 몰을 따라 걷거나 이동할 때 어느 쪽에 어떤 명소가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투어를 시작했다. 국회의사당 안에 들어가는 투어는 신청하지 않았기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보름이 지났지만, 의사당 앞에는 여전히 대형 트리가 놓여 있었다.  

   

국회 의사당 바로 앞에 있는 인공 호수


국회의사당 앞 인공호수는 늘 평화스럽고 조용하다. 근처에 공원이 많아서인지 새와 청설모가 자주 눈에 띄었다.     


국회의사당에서 시작해 처음 우리가 간 곳은 국립미술관이다. 워싱턴이 좋은 것은 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과 기념관이 대부분 무료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먹는 것 외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 뉴욕에서는 미술관 입장료가 셋이 10만 원이었는데 이곳은 무료입장이었다.


그렇다고 그림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우습게 보아서는 절대 안 된다. 세계 3대 미술관에 손꼽히는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내셔널 국립미술관


국립미술관은 동관과 서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관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유럽 미술과 미국 초기의 예술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동관은 주로 현대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교과서에서 배운 마네, 모네, 칸딘스키, 로뎅, 르누아르, 램브란트, 고흐 등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있어서 반가웠다.


입구 근처에 있는 조각상
전시된 그림들


솔직히 미술관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함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양보해야 할 것도 있다. 자기를 내려놓고 상대를 배려해 함께 움직여 주는 것, 비록 도를 닦는 마음으로 인내하며 따라가지만 그런 면에서 여행의 이점이 있는 듯하다.


아들이 아니면 내가 스스로 미술관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을 하면서 같은 예술인 음악이나 미술을 어쩌면 그렇게 철저하게 등한시하며 살아왔는지 부끄럽기도 했다.

    

이곳에도 고흐의 자화상이 있다.


두 건물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서관을 둘러보고 지칠 즈음에 동관으로 가다가 중간쯤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와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었다.


왼쪽은 위에서 내려다본 미술관 로비, 오른쪽은 동관과 서관을 잇는 곳에 있는 인공폭포


점심을 먹고 나자 딸은 식탁에 엎드렸다. 한숨 자고 있을 테니 우리 보고 다녀오란다. 역시 우리 딸, 언제나 자기표현이 확실하다.     


진짜 잠들었다가 혹시 가방을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가방을 놓고 점퍼를 벗어서 베개 삼아 안고 자라고 말한 후 동관으로 갔다. 동관은 주로 현대 미술품이 많았다.

    

동관에서 찍은 사진들


두 시간 후에 딸과 만나 이번에는 길을 건너 오른쪽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입구에 영화에서 본 커다란 코끼리가 보였다. 역시나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상징인 대형 코끼리


이번에는 내가 카페로 향했다. 이 박물관은 벌써 여러 번째 왔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아이들이 어릴 때 와서 지겹도록 나를 끌고 다녔다. 쉬려고 카페로 갔는데 자리가 없었다. 사람에 치여 죽을 지경이다.


일단 커피를 주문해서 들고 한참 기다렸다가 빈자리에 가서 앉았다. 카페에도 상어 한 마리가 공중에 걸려 있다. 누가 봐도 여기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라는 걸 광고하는 것 같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카페


기다려도 아이들이 오지 않아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이 많아서 사진 찍기도 힘들고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떠밀렸다. 전시된 보석을 보려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거나 까치발을 하고 보아야 한다.     


2층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석 중 하나인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가 전시되어 있다. 이 다이아몬드는 짙은 파란색을 띠고 있는데 45.52캐럿이나 된다. 이 다이아몬드는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저주받은 다이아몬드’로 불린다.      


영화 타이타닉에도 등장한 바로 그 다이아몬드다. 이 호프 다이아몬드는 프랑스의 한 보석상이 인도에서 처음 구매해서 프랑스 루이 14세가 처음으로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루이 14세는 재정 악화와 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이유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맨 왼쪽이 타이타닉 목걸이


프랑스 왕실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 다이아몬드는 루이 16세 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소유하게 되는데 그녀는 남편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에서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했다.      


이후 프랑스 왕실에서 도난을 당하여 종적을 감춘 뒤 38년이 지나서야 한 보석상이 경매장에 이 목걸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 다이아몬드를 런던의 한 은행가가 9만 달러에 덥석 구입했다. 그러나 이 은행가는 얼마 후 낙마 사고로 죽었다.


결국 여러 소유주를 거친 끝에 목걸이는 스미스소니언에 기증되었다.     


로건 사파이어(Logan Sapphire)는 422.99캐럿의 깊고 진한 파란색을 띠는 사파이어로 세계에서 가장 큰 파란색 사파이어 중 하나다. 이 보석은 미국의 유명한 기증자 에디스 로건에 의해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그 외에도 23.1캐럿의 붉은 카르티에 루비 반지, 41캐럿의 드로 세 라이트 녹색 다이아몬드도 있는데 이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녹색 다이아몬드다.


보석을 관람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남자도 많았다. 나는 평소 보석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가지고 싶은 탐나는 보석들이 있기는 했다. 물론 그림의 떡이지만.     


보석 구경을 하고 다시 카페로 내려와 조금 기다리니 아이들이 내려왔다. 벌써 시간은 4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제 한 군데만 더 가자.”

“삼촌은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요?”

“다섯 시 반에 백악관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어.”

“그러면 1시간 반 동안 어딜 갈까요?”

“일단 연필탑 갔다가 시간 남으면 링컨 기념관까지 걷고 아니면 거기서 백악관으로 갈까요?”

“좋아. 그렇게 하자.”     


우리는 연필탑을 향해 걸었다. 지나는 길에 푸드트럭에서 음료수와 케밥을 사 먹었다.


연필탑의 광활한 잔디밭을 만나자 가슴이 탁 트였다.

    

이곳은 매표소, 탑에 올라가려면 예매를 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많이 기다려야 표를 살 수 있다.


“아무래도 시간이 안 될 것 같으니까 백악관 쪽으로 걸어가는 게 어때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링컨 기념관은 봐야지.”

“시간이 모자라요. 삼촌 주차할 데도 없는데 우리가 먼저 가서 기다리죠.”

“그럼 저기 호수까지만 갔다가 중간에 돌아오자.”     


나는 사실 링컨기념관 보다 가는 길에 호수를 끼고 걷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해서 걷기 시작했다. 사각 호수를 옆에 두고 한참을 걸었다. 얼핏 보기에 가까워 보이는 거리지만 막상 걸어보면 꽤 먼 거리였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면 되는데 갑자기 고집이 생겨서 기어이 기념관까지 가고 싶었다.     


사각 호수에 비친 워싱턴 기념탑의 모습이 아름답다.


결국 툴툴대는 아이들을 끌고 목적한 곳까지 왔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은 환상적이었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 빠듯했다. 우리는 뛰다시피 걸었다.


체력이 방전된 나는 젊은이의 걸음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아, 너무 힘들고 멀다. 서울이면 그냥 택시를 타면 되는데, 택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겨우 백악관까지 숨을 헐떡이고 왔다. 백악관 앞은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를 아직 철거하지 않아 사람들이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National Christmas Tree)는 백악관 남쪽의 엘립스(The Ellipse)라고 불리는 공원에 설치된다.


이 트리는 미국 전역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트리로, 매년 12월 초에 대통령이 참석하는 조명 점등식과 함께 화려하게 장식된다. 이 행사는 1923년에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통이라고 한다.  


 

백악관 앞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 기념탑은 워낙 높아 종종 사진 속에 들어온다.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주변에는 미국의 50개 주(State)와 워싱턴 D.C.,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를 대표하는 트리들이 각각 설치된다.


이 트리들은 각 주와 지역을 대표하는 장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각 지역의 문화를 반영하는 독특한 장식이 특징이다.     


원래 미국은 50개의 주와 워싱턴 D.C., 그리고 자치령을 포함하는 나라로, 각각의 주와 지역이 고유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 크리스마스트리들은 모든 주와 지역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나타내며, 미국 전체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고 한다.      


마침 해가 지고 있어서 트리에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데 오빠에게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차를 향해 가면서 중얼거린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홀로코스트 박물관

며칠 뒤 워싱턴을 한 번 더 방문했다. 그날은 오빠가 바빠서 지하철을 타고 호기롭게 출발했는데 밖으로 나오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의 양은 많지 않았으나 안 그래도 추운 날씨에 비가 오니 더 을씨년스러웠다. 우산 없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목적지인 에어&스페이스 박물관에 도착했다.


워싱턴 지하철은 입구도 기념관을 들어가는 것 같다. 뉴욕 지하철도 많이 깨끗해 졌지만 워싱턴 지하철은 고급졌다.


그런데 인기가 많아서인지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관람할 수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경이었는데 이미 그날 오후까지 예매가 끝난 상태였다.      


이곳도 역시 무료관람이지만 미리 예매를 해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 전날 집에서 예매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우리는 대부분의 관광지를 둘러본 상태라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그래도 워싱턴까지 나왔으니 뭐라고 하나 보자는 생각으로 아메리칸 박물관에 들어갔다.


보고 싶어 들어간 곳이 아니어서인지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대충 둘러보았다.


일단 맛집을 찾아서 맛있는 점심이나 먹자고 의견을 모아 밖으로 나왔다. 중심부에서 유명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곳은 듀폰 서클(Dupont Circle)이다.


이곳은 다양한 레스토랑과 바가 밀집해 있는데 우리가 있는 곳에서 도보로 약 10분에서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프랑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워싱턴에서 유명한 '팜 투 테이블', 고급스러운 일본 요리를 제공하는 초밥 레스토랑이 있었다. 그런데 비가 여전히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걸어서든 택시를 타든 이동하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일단 따뜻한 카페를 찾아가다가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띈 것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이었다. 계획에 없는 방문지였지만 의외로 좋았다.      


홀로코스트 박물관(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은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기리며, 역사적 비극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이를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1993년 4월 22일에 개관했으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홀로코스트 생존자 엘리 위젤(Eli Wiesel)이 참석했다.

    

박물관은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학살과 인종청소, 정치적 탄압, 그리고 기타 억압적인 행위들을 기억하고, 이를 통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 의외로 관람객이 많았다.


박물관의 전시는 3층에서 시작해 4층으로 올라간다. 나치 독일의 집권과 홀로코스트의 전개 과정, 그리고 그 후의 결과를 연대순으로 설명하는데 유대인의 일상 용품, 사진, 문서, 영상 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어 그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박물관과 달리 굉장히 엄숙한 가운데 사람들이 발걸음까지 조용히 걷는 분위기였다.  전시관 대부분도 조명이 어두웠다.   


1933년 나치 정권의 시작과 그들이 유대인을 비롯한 소수 민족들을 어떻게 탄압하기 시작했는지를 시작으로 대학살의 전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실상과 유대인 및 기타 희생자들이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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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치의 패망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화면이 많았다.     


기념관은 박물관 방문객들이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들을 기리며 조용히 묵념할 수 있는 장소다. 촛불이 켜져 있는 가운데, 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은 의외의 수확이었다.     


세난도어 국립공원

다음 날 하루는 집에서 푹 쉬었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이틀 후였고 하루가 또 우리에게 주어졌다. 아이들에게 "워싱턴에 한번 더 나갈까"라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빠는 우리를 세난도어 국립공원으로 안내했다.


세난도어 국립공원 입구


세난도어 국립공원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공원으로, 약 200,000 에이커(약 800 km²)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 공원은 블루 릿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의 동쪽 경사면을 따라 펼쳐져 있으며, 풍부한 생태계와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는 공원의 가장 유명한 도로로, 105마일(약 169km) 길이의 블루 릿지 산맥의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이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데 가을철에는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전경과 겨울인데 가을분위기가 나는 꽃과 나무


공원은 사슴, 곰, 여우 등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자연 속에서 이들 동물을 관찰할 수 있다.     

공원 내에는 여러 개의 폭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93피트(약 28m) 높이의 드로우즈 폭포(Draws Falls)가 특히 유명하다.     


우리가 간 날은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전망대 근처까지 차가 오를 수 있어 내려서 전경은 볼 수 있었다.     


세난도어 강이 흐르는 곳에 주차하고 강을 따라 내려갔다. 눈에 보이는 강줄기가 그 유명한 세냔도어 리버다.


존 덴버가 부른 <Take Me Home, Country Roads>가 어디선가 울려 퍼졌다. 젊은 청년들이 기타를 가지고 돌 위에 앉아 강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었다. 이 강에서 존 덴버를 추억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한다.


세난도어 강(Shenandoah River)


아름다운 자연 경치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는 노랫소리가 들리자 우리도 저절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곳에서 부르기 딱 좋은 노래였다.     


Almost heaven, West Virginia

Blue Ridge Mountains, Shenandoah River

Life is old there, older than the trees

Younger than the mountains, growing like a breeze     

Chorus:

Country roads, take me home

To the place I belong

West Virginia, mountain mama,

Take me home, country roads     


잠시 감상에 젖어 노래를 듣다가 우리는 세난도어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스카이라인 동굴(Skyline Caverns)로 이동했다.      


이 동굴은 버지니아주 프런트 로열(Front Royal) 근처에 위치한 자연 석회암 동굴로 세난도어 국립공원과 가까웠다.     


입구에서 표를 끊으면 사람이 약 20여 명 모일 때까지 기다려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다.


동굴 투어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동굴의 역사와 지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스카이라인 동굴의 가장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안소디트(Anthodites)’라는 희귀한 꽃 모양의 결정이다. 이 결정은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것으로 ‘오지의 꽃’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안소디트의 독특한 모양과 순백색의 아름다움은 동굴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동굴 속 경이로운 석순


동굴 내부에는 지하 호수와 폭포가 있어 물이 흐르는 소리와 함께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호수는 석회암 침식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동굴 탐험 중에 만나는 아름다운 지형 중 하나다.


그런데 길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리를 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굴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스카이라인 드라이브 인(Skyline Drive-In)으로 갔다. 이곳은 현지의 인기 있는 수제 햄버거집이다.   

  

두툼한 수제 햄버거, 어니언링과 감자튀김이 더 맛있었다.


“이곳 햄버거는 패티를 수제로 만들어. 그래서 신선하고 육즙이 뚝뚝 떨어져서 더 맛있다. 그리고 사실 이 집은 햄버거 보다 감자튀김과 어니언링이 별미야.”  


현지인인 오빠가 권하는 더블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콜라를 주문했다. 오빠의 산골 집이 가까워 포장을 해왔는데 감자튀김은 바삭바삭했고 어니언링이 제일 맛있었다.     


산골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아침 동네 산책을 나갔다. 가끔 곰이 나오기도 하는 곳이라 약간 긴장하기는 했지만 소리를 지르면 곰이 달아난다고 했다.


사람 목소리에 달아나는 야생곰이라니, 좀 우습기는 하다. 막상 곰과 마주치면 겁이 나서 소리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지만.

  

산골 집과 동네 산책길


오빠는 그라운드호그와 전쟁 중이었다. 희귀하게 야생 칠면조와 그라운드호그가 함께 먹이를 먹고 있었다. 얼핏 보면 너구리 같이 생겼는데 텃밭에 들어가서 상추와 배추 등 온갖 채소를 다 먹어 치운다고 했다. 무엇보다 꽃봉오리와 새순을 좋아해서 꽃밭을 다 망쳐놓기에 미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오빠는 덫을 놓아 그라운드호그를 생포해서 집에서 10km 떨어진 주립공원에 풀어주고 오곤 했다.      


“머리가 영리해서 7km 이내에 풀어주면 다시 찾아와. 참 신통한 놈이야.”

“아무래도 우리 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났나 봐.”     


옆에 있던 언니가 거들었다.      


“한여름에는 어미곰이 새끼 곰 3마리를 데리고 와서 다람쥐가 떨어뜨린 복숭아를 주워 먹다가 차 소리가 나자 놀라서 줄행랑쳤어요. 나도 놀라서 보기만 하고 사진은 못 찍었어요.”   


총 10 가구가 산다는 동네는 한적했다. 이런 곳에 틀어박혀 여유롭게 산책하고 먹이를 찾아 나선 곰과 싸우면서(?) 글이나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호 예고>     

<폭포> 배경지 나이아가라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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