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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에가는길 Jun 27. 2024

꿈 여행 가이드 (2) - 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맨 정신으로 꿈속에 들어가기


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하다.


 지난번에 꿈은 우리의 무의식적 정신 세계를 잘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꿈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이상하거나 시시해 보이는 이야기들입니다. 때로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꿈들에는 그다지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않습니다.


 하지만 그중 일부는 분명히 우리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들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자아가 거짓말에 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자아는 우리를 무의식 속 갈등과 불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꿈마저 교묘하게 바꾸고 다듬습니다. 때문에 꿈 속에 숨겨진 진실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이야기할 것은 어떠한 정답이나 공식은 아닙니다. 꿈을 해석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가 따르고 있는 몇 가지의 간단한 절차를 제안하려 합니다.




떠오르는 순서대로, 모두 기술한다.


 일단은 모두 머리 밖으로 꺼내야 합니다. 정신분석학 기반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로 '자유연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즐겨 사용했던 이 기법은 떠오르는 것을 모두 다 말하는 것입니다. 뜬금없거나 이상하거나 별로 상관없어 보이더라도 일단 전부, 선별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모두 기술해야 합니다.


 꿈은 깨고 나면 빠르게 잊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잠에서 깬 직후 빠르게 기술하는 것이 좋습니다(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왜곡이 일어난다고 보기도 하므로 휴대폰으로 녹음하며 말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야기를 검열하거나 자기비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주의하세요. 


 꿈의 내용, 그리고 그것과 관련하여 떠오른 모든 생각과 사건을 꺼내놓아야 합니다. 우리의 이성은 성능 좋은 필터이므로 생각들을 반자동적으로 다듬고 손보려 하겠지만 연습이 된다면 점차 날것 그대로를 옮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잘 꺼내기만 해도 반은 성공입니다.



특별한 것을 선택한다.


 떠오른 것들을 다 꺼냈다면, 그중 쓸 만한 것을 선별하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꿈의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들은 현실의 단순한 재연이거나 어디서 보고 들은 모티프의 조합이기도 합니다. 중요하더라도 지금으로선 인식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모든 걸 당장 해석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 해석할 만한 것을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꿈의 주재료를 알아야 합니다. 프로이트는 꿈의 주된 재료로 최근에 있었던 일, 어린 시절의 경험, 억압된 소망 등을 꼽았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은 '낮의 잔재'라고도 부릅니다. 비교적 최근, 특히 전날이나 당일 낮에 있었던 일들이 꿈에 자주 나타납니다. 


 낮의 잔재를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것과 달리 유년기 경험이나 억압된 소망은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쓸 수 있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감정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든 꿈에서든 감정은 우리 마음의 중요한 표지입니다. 우리에게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곧 우리에게 중요한 것입니다. 


 감정은 단지 중요한 것을 가리킬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건과 줄거리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꿈속에서 나는 친구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즐거웠을 수 있고 복권에 당첨되었음에도 괴로웠을 수 있습니다. 해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겠지요.



왜곡을 해체한다.


 말했다시피, 꿈이 모든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가공을 해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식은 꿈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방어기제를 사용해 본질을 왜곡합니다. 복잡한 설명은 건너뛰고 딱 세 가지에 대해서만 말하겠습니다. 전치, 함축, 형상화입니다. 


 전치는 무언가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덜 안전한 것을 더 안전한 것으로 바꾸는 일이 자주 일어나며, 보통은 원본과 가까운 존재로 전치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엄마를 미워하는 것은 꿈에서조차 용납하기 힘든 일이므로 대신해서 고등학생 때의 담임선생님을 미워하는 꿈을 꿀 수 있습니다. 대상뿐만 아니라 주체에 대해서도 전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함축은 비슷한 것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입니다. 함축은 전치와 동시에 발생하면서 꿈을 나와 별로 상관없는 것으로 느끼게 하고 해석을 어렵게 만듭니다. 앞서 언급한 담임선생님은 사실 엄마뿐 아니라 아빠와 이모, 직장 상사 등 모든 권위자를 하나로 합쳐놓은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형상화는 어떤 것을 시각적 형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꿈은 언어가 아닌 이미지의 연속입니다. 실체가 없는 것, 형체가 없고 모호한 것, 어린 시절의 두려움, 소망, 논리와 생각들은 모두 이미지로 형상화되어야 꿈에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꿈은 상징으로 가득 차 있고, 무엇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왜곡을 낱낱이 벗겨내려 하거나 꿈 속 상징과 현실의 존재를 일대일로 대응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꿈에서는 전치, 함축, 형상화와 같은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존재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있으면 됩니다.




 이것으로 설명은 끝났습니다. 여기 제 꿈의 일부가 있습니다. 위 절차에 따라 해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연 적 없는 찬장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서 박박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안에서 쥐가 불쑥 나타났다. 회색의 큰 쥐였다.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쥐를 쫓아가 막대기로 머리를 쳐 기절시켰다. 내가 쥐를 빨리 내보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가족들은 멀뚱히 있었다. 그러다 쥐가 깨어났는데 이 쥐는 말도 할 줄 알고 아주 똑똑하고 점잖은 쥐였다. 우리가 자길 기절시킨 게 오해 때문이었다는 걸 다 이해한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거듭 사과를 해서 나는 민망해졌다. 가족들은 곧 쥐에게 완전히 감화되었고 나만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쥐는 이제 우리 집을 떠나 자기 삶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가족들은 아쉬워하며 친척들이 다 모이는 식사 자리를 만들어 송별해 주었다. 쥐는 그 자리에서도 아주 의젓하고 예의 있었고 집안의 모든 어른들이 쥐를 좋아했다. 


 이 꿈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보자면 '똑똑하고 의젓한 쥐', '내가 쥐의 머리를 때린 사건', '민망하고 나쁜 놈이 된 것 같은 기분', '어른들이 모두 쥐를 예뻐한다는 사실' 정도일 것 같습니다. 저는 현실에서 말 잘하고 젠틀한 쥐를 만나본 적은 없으니 이 쥐는 아마도 전치된 대상이겠지요. 누구일까요? 

 

 저는 집안의 막내 격이어서 어릴 적엔 장성한 자녀들 사이 철없는 어린애였고, 숫기가 없어 어른들을 대하기 어려워했습니다. 반면 제 친오빠는 저보다 세 살이나 많아 한층 의젓했고 성격도 싹싹해 어른들의 예쁨을 받았지요. 쥐는 바로 제 오빠입니다. 이 꿈은 어린 시절 오빠에게 느꼈던 열등감과 경쟁심,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이 담긴 꿈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꿈은 어린 시절의 기억, 최근의 사건, 내밀한 소망이나 두려움 같은 것들을 바꾸고 합치고 시각화하여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단지 예를 드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해석했지만, 당시에 제 현실에 일어났던 사건들이나 꿈에 포함된 다른 내용들까지 고려한다면 더 풍부하고 정교하게 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매주 이렇게 저의 꿈을 나름대로 해석해볼 것입니다. 저는 선명한 꿈을 자주 꾸는 편이지만 모든 꿈이 위 예시처럼 쉽고 분명하게 해석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되는 만큼 풀어내 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저의 마음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것이 여러분이 스스로의 꿈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데에 쓸 만한 예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은 꿈을 자주 꾸는 편인가요? 간밤에는 좋은 꿈을 꾸었습니까? 그 꿈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고 있을까요? 이제 또렷한 맨 정신으로 꿈 속에 들어가 조금 더 솔직한 우리 자신을 만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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