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가 죽는다면 그건 다 나 때문일 거야
저녁에 낮잠을 자다가 이런 꿈을 꿨다.
나는 병아리를 한 마리 데리고 있었다. 내가 부화시켰나. 아니면 떠돌던 것을 주웠던가? 그 병아리는 목이 매우 길고 가늘어서 머리를 잘 가누지 못했다. 나는 그것을 본래의 생태계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서 어른 닭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게 해 보았지만 잘 걷지 못했고 걷다가 목이 픽 꺾여버리더니 그걸 추스르려고 움찔거렸다.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출발을 시켰나, 아니면 사람의 손을 타게 한 것부터가 문제인가. 그러다 곧 중심을 잡고 걷긴 했으나 내버려 뒀다간 목이 부러져 죽고 말 것 같아서 그냥 내가 거두기로 했다. 목이 꺾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내 보살핌 하에 병아리는 무럭무럭 자랐고 분명 닭이 될 예정이었으나 어느 순간 고양이가 되어있었다. 고양이는 귀엽고 총명하게 생겼으며 나를 부모처럼 잘 따랐지만 나는 불안감을 느꼈다. 야생의 동물을 데리고 와서 나밖에 모르고 나만 따르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 무언가 굉장히 잘못된 일인 것 같았다.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그런데 오래 불편해할 새도 없었다. 젊고 쌩쌩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겁이 덜컥 났다.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키우고 싶지 않았던 건데, 하는 생각을 했다.
모효정. (2015).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슬픔, 펫로스 (Pet Loss) 증후군의 증상과 대처. 인간· 환경· 미래, (15), 91-120.
Moria A. Allen, “Helping Children Cope,” 2007.
Thomas A. Wrobel & Amanda L. Dye, “Grieving Pet Death: Normative, Gender, and Attachment Issues,” Omega 47(2003): 3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