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돌아온 일상, 끝나지 않은 질문들

by ElenaLee


한국 귀국, 그리고 끝나지 않은 그리움과 후회



한국에 돌아와서 나는 아이들 학교 문제부터 시작해 산적한 현실적인 과제들을 하나씩 완수해 나가면서도, 문득문득 밀려오는 캄페체에 대한 그리움과 알 수 없는 후회에 휩싸이곤 했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마치 몇 년 전 낯선 멕시코의 학교에 툭 던져졌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한국의 학교에도 놀라울 만큼 빠르게, 그리고 잘 적응했다. 특히 우려했던 큰아이는 다행히 공부에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해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무리 없이 새로운 환경에 녹아들었다. 작은아이 역시 생각보다 한국어를 금세 다시 익숙하게 구사했고, 멕시코에서는 입에도 대지 않던 한국 음식도 (물론 여전히 편식을 하긴 했지만) 제법 잘 먹어서 어느새 볼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한국의 집을 수리하고 청소하고, 멕시코에서 한 달 반가량 배를 타고 도착한 이삿짐을 받고 정리하고, 아이들 학교에 필요한 서류를 내고 학년을 확인받는 등 정신없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산더미처럼 쌓였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 가는 와중에도, 나는 가끔씩 캄페체에서의 소소했던 나의 일상과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서는 어김없이 질문들이 고개를 들었다. ‘왜 나는 그곳에서 더 잘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순간들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을까? 왜 나는 조금 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은 괜찮지만, 문제는 항상 나였다



그렇게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를 반복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돌아온 한국이라는 현실에서 역시 나는 그 현실에 더 잘 적응하려고, 그 안에서 더 즐거움을 찾으려고, 더 행복해지려고 적극적으로 애쓰지 않았다. 그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얽매여, 이렇게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상황을 만들어낸 것만 같은 남편을 속으로 원망하고 있었다.


작은아이가 애써 배운 스페인어를 너무나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 남편 때문인 것 같았고, 큰아이가 한국 학교의 수학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다 남편의 섣부른 결정 때문인 것만 같았다. 나는 또다시 모든 문제의 화살을 남편에게 돌리며 나 자신도, 그리고 남편도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작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지만, 애써 외면했다.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한국: 어디에도 없던 파랑새



시간이 지나고 차츰 나에게서 멕시코 캄페체에서의 강렬했던 추억들이 조금씩 희미해질 무렵, 문득 어릴 적 꾸었던 막연한 꿈들이 다시 생각났다. 나는 이십 대 후반을 캐나다에서 보낸 뒤, 외국에서의 삶에 대해 일종의 동경심을 품고 있었다. 나는 외국에서 살면 한국에서보다 더 멋지고 좋은 환경에서, 온갖 경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십수 년이 지나 뜬금없이 멕시코 캄페체라는 낯선 땅에 떨어지게 되었을 때도, 나는 어쩌면 내가 아이들과 함께 외국에서 그토록 내가 원하던 삶 –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까르르 웃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림 같은 일상 – 을 마음껏 누리고 살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했었나 보다.


하지만 가혹하게도, 현실은 결코 내 이상과 같지 않았다. 공간만 한국에서 멕시코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바뀌었을 뿐, 나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삶의 불편함을 불평하고, 내가 현재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아쉬워하며, 한국에서도 멕시코에서도 결국 비슷한 삶의 패턴으로 온전히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헤매는 삶을 반복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건조기와 식기세척기의 편리함을 누리고, 매주 무거운 물통을 나르던 수고를 덜어주는 정수기가 있어도, 내 마음은 또다시 저 멀리 멕시코의 불편했던 그 집과 그곳에서의 어떤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문득 한심하게 느껴졌다. ‘멕시코에 있을 때는 건조기랑 식기세척기 노래를 부르더니… 한국에 오니 또 이 모양이람?’ 나는 마치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도움 속에서 온전히 행복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들을 번번이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3년의 멕시코 생활, 나는 무엇을 배웠을까?



멕시코에서 보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3년의 시간 동안, 나는 과연 무엇을 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