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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이 무너졌다...

방해하는 뇌

by 마싸

"넌 진짜 한다면 하는구나."



나를 본 사람들이 나에게 많이 했던 말이다. 내가 뭘 한다면 하냐고??






2007년 12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100일을 넘기지 못하는 연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서 아마 혼자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 혼자 살 거면 '결혼 못 한 여자'말고 '안 한 여자'로 보이고 싶었다. '살을 빼고 멋진 골드 미스가 되자!'라는 생각에 독하게 살을 뺐다. 아침은 먹고 싶은 것으로 먹고 점심은 도시락을 싸갔다. 아주 극소량. 점심을 먹고 오후에 블랙커피를 마신 후 다음 날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당시엔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을 몰랐는데 그걸 했던 거였다. 퇴근을 하면 서면에 있는 포토샵 학원까지 걸어갔다. 10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지금 돌아보면 공복 운동을 한 셈이었다.

두 달 만에 14kg이 빠졌다.(73kg → 59kg) 주변에서 그러다 쓰러지겠다고 그만하라고 성화였다. 키 174cm에 59kg가 되니 '결혼 못 한 여자 소리'는 안 들을 것 같아서 다이어트를 중단했고 1년 반 정도는 잘 유지했다.



아~ 나의 리즈 시절이여~~



2009년 10월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저녁마다 술을 마시니 서서히 살이 찌기 시작했다. 2010년 12월에 다이어트 전으로 돌아간 73kg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살이 쪘다. 만삭 때 89kg이 살짝 넘었다. 아이가 나왔는데도 몸무게는 고작 3kg밖에 빠지지 않았다. 아이가 황달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열흘동안 매일 거의 먹지도 않고 울면서 유축해 병원에 전달했다. 아이가 퇴원했을 때 임신 전 몸무게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인체의 신비다.

문제는 단유 후 그동안 참았던 야식과 술을 먹느라 살이 또 쪘다. 절대 85kg이 넘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이어트를 했고 살을 뺐고 70kg대를 유지했다.



둘째 만삭 때도 89kg 정도 살이 쪘다. 출산 후 한 달 뒤부터 분유 수유를 한 터라 살이 지독스럽게 안 빠졌다. 2017년 2월 내 인생 마지막 다이어트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식단은 현미밥 100g, 닭가슴살 100g, 야채들로 구성해 먹었고 매일 홈트를 했다. 3개월 후 12kg를 감량했다. (84kg→ 72kg) 여러 가지 이슈로 잠시 중단했다가 2018년 6월 100일 다이어트를 했고 홈트에 달리기를 추가했더니 정체기에서 벗어나 추가로 8kg을 감량했다. 결혼식 때보다 더 날씬해졌다. (73kg→65kg)



이때부터... 이때부터 잘 살지.. 쫌!!!



여기에서 글이 끝나면 얼마나 좋으련만.....






삶의 여러 가지 상황들은 나를 날씬한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2019년 5월부터 재취업하면서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스트레스를 과자로 풀면서 살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달라붙은 살들로 2023년 12월 몸무게가 85kg이 되었다. 자꾸 살이 찌는 며느리가 걱정되었던지 시어머니가 "살 빼면 50만 원 줄게."라고 했고 "그럼 앞자리 바뀌면 주세요."라고 딜한 뒤 다이어트를 했다. 간헐적 단식과 달리기로 한 달 뒤 50만 원을 받았고 3달 뒤에 74kg이 되었다.



진짜 여기서라도 글이 끝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무리 먹어도 이 무게 이상은 절대 안 넘어가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84kg.

다시 84kg이 되었을 때 '이제 내 인생에 다이어트는 없어. 그냥 이렇게 살래.'라고 마음먹고 84kg의 내 모습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그냥 맛있는 거 먹고 살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고 이 모습으로 잘 살 거야라고 생각했다.



둑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84kg이 무너졌다. 절대 안 넘어갈 것 같았던 둑이 무너지자 와르르 몰려왔다. 살들이... 비만에서 고도비만으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곧 90kg이 될 것이다. 몸 이곳저곳에서 난리가 났고 살이 찌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였다. 산책 가던 길에 둘째가 찍은 내 뒷모습을 보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내 인생에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뇌에선 난리가 났다. 비상 상황 선포였다.



'다이어트하지 마. 하기 싫어.'

"그래도 가만있으면 90kg 넘을 거 같아."


'너 다이어트할 때 얼마나 힘들었냐? 그걸 또 하겠다고?'

"많이 힘들었지.. 그래도 이렇게 있다가 더 큰 병 생기면 어떡해."


'하면 뭐 하냐? 또 찔 거면서. 시간 낭비야.'

"이번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서 하면 되지 않을까?"


'언제는 그 말 안 했냐? 맨날 평생 습관을 만들겠다 어쩌겠다 하더니.'

"와.. 팩폭 장난 아니네.. 우울하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뇌는 지금의 편안한 상태를 바꾸려는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제일 먼저 우울감을 느끼게 했다. 우울감을 느끼면 더 자극적으로 많이 먹는 나였으니까. 뇌는 내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동안 너무 극단적인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다시 또 그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된다. 천천히 빼는 방법은 노력에 대한 빠른 성과를 바라는 내 성격에 맞지가 않다. 그렇다고 계속 뇌가 나를 우울감에 빠뜨려 살을 빼지 못하게 하는 상황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움직임으로 우울감은 많이 떨쳐냈으니 교묘한 뇌가 나를 방해하는 것을 피해 인생 최대 몸무게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단 '다이어트'하면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니 이 단어를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다른 말들로 목표를 정했다.


- 배고플 때 먹고 배 부르면 그만 먹기.

- 식후 15분 걷기.

- 오래 앉아 있지 말고 50분마다 일어나서 움직이기

- 간식에 대한 갈망이 생길 때의 감정 알아차리기.



솔직히 다시 살을 뺄 수 있을지, 더 이상 안 찔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자신이 없다. 뇌를 공부하면서 삶의 전반전인 부분이 많이 좋아졌지만 가장 잘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식습관이다. 가장 고치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의 글을 써도 되나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선언하면 실행률이 올라가는 환경 설정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이 브런치북의 연재 마지막 회에 완성형의 좋은 결과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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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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