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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지니스는 내가 한수 위라고

3 돈이라도 벌어서 버텼는데 부도가 나버렸네?

by 휴리네


일은 여전히 잘 되어갔다. 통장에는 돈이 계속 들어왔고, 네일 비즈니스는 노력하면 하는 대로 더 성장해 나갔다. 그런데도 불안했다. 아직 집 대출금도 많이 남아 있었고, 남편의 씀씀이는 점점 커져 갔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돈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어디에 쓰고, 어디에 저금하며, 어디에 갚아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었다. 나는 돈이 생기면 입금부터 해버렸고, 남편은 그 돈을 어떻게 빼갈까 고민하는. 마치 미어캣처럼 나의 돈 주머니만 노려보는 사람 같았다.


나는 감사할 줄 몰랐다. 돈이 계속 들어와도 불안하기만 했다. 돈이 손 위의 모래처럼 스르르 빠져나가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생각했던 대로 돈은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갔다.

남편은 매출만 보고 “우리가 이렇게 버는데 이 돈도 못 써?” 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 지출은 나 몰라라 하고, 매출에 맞춰 씀씀이를 키워 나갔다. 나는 정말 무섭고 두려웠다. 시댁 식구들은 “너희가 그렇게 벌면 이거 해와라, 저거 해와라” 요구했고, 남편은 여기저기서 허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남편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걸어가는 부부가 아니었다. 남편과 나는 90도 정도 다른 시야의 격차를 가진 채 살고 있었다.


그 무렵, 우리보다 월등히 장사가 잘되는 시드니에서 우리를 똑같이 따라 하는 경쟁 업체가 생겼다. 시드니 대표를 맡고 있는 언니의 친한 친구였다. 언니는 정말 힘들어했다. 가장 친한 친구의 배신뿐 아니라 비즈니스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경쟁 업체가 우리와 같은 제품을 마구잡이로 판매하면서 시드니에서의 물건 가격이 내려갔다. 그 영향으로 더 이상 우리의 제품이 잘 팔리지 않게 되었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지 3년쯤 되자, 가장 큰 매출을 올리던 지역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퀸즐랜드에서는 여전히 장사가 잘되었지만, 나는 이 비즈니스를 오래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불안했던 마음은 점점 더 바빠졌다.


남편은 내가 한국에 다녀오기를 권하며, 또 다른 대박 상품을 찾아오라고 재촉했다. 와니와 함께 한국에 다녀왔다. 이곳저곳 둘러보며 많은 것을 눈에 담으려 했지만, 예전처럼 절박하지 않아서인지 “이거다!” 싶은 물건을 찾기가 어려웠다. 너무 더운 여름이라 그런지 요거트 아이스크림과 빙수 가게만 눈에 들어왔다.

호주로 돌아가기 전, 관련 프랜차이즈 정보지들을 잔뜩 수집해 돌아왔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들고 온 비즈니스 아이템에 크게 실망했다. 그는 “호주 같은 디저트 강국에서 한국의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통하겠냐”며 비난했다. 나는 호주 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니 반박할 수 없었다. (정확히 2년 뒤, 호주에서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대유행했다.)


남편은 와니가 지나가는 말로 한 “불고기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솔깃해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불고기양념육을 팔기로 결정했다. 불고기를 완전히 조리해서 고객에게 판매를 하면 간단했다. 그런데 남편은 마켓에서 불고기 양념육 밀키트를 팔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더 복잡하고 적절한 시설과 설비가 필요했다.

스테인리스 조리 시설이 갖춰진 장소

냉동차

판매 설비

정확한 제품 제작 플랜( 플랜은 라이선스를 보유한 전문가가 플랜은 제작해 주는데만 몇천만 원이 필요했다)


남편은 이런 사항들을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공장을 구하고, 냉동차만 덜렁 사 왔다. 심지어 잠깐 놀러 온 아주버님의 친구를 일해보라고 고용했다. 그는 숙식과 용돈을 제공받으며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라이선스를 얻는 데 시간이 걸렸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모든 순간에 제동이 걸렸다. 자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점점 늘어갔다. 남편은 그런 와중에 형과 놀러 다니기 바빴다. 심지어 겜블을 하러 가서도 겜블 하는 용돈까지 쥐어주며 같이 놀러 다녔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켓에서 양념육을 몇 번 팔아보더니 뭐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다며 돈만 잔뜩 지불하고 라이선스 나오기만을 함흥차사 기다리기만 했다.


나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남편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면, 그는 불같이 화를 냈다. 본인을 무시하지 말라며 말을 가로막았고, 비즈니스는 자신이 더 잘 안다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

우리는 끊임없이 싸웠다. 화를 내는 방법조차 몰랐던 내가 점점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는 괴물이 되어갔다. 그러나 싸움만 할 뿐, 서로의 의사는 전달되지 않았다.


남편은 시간이 남는다며 급기야 헬스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그 형과 본인의 몸을 만들기 위해 큰돈을 지불하고 운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비지니스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이미 1억 원이 넘는 돈을 썼는데, 바라보는 나만 조급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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