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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이 Jul 18. 2024

와이키키 재즈바 탐험, 그리고 한식파의 해장 코스

aMAYzing Life in Hawaii ep.14

허리케인도 뚫은 Jazz Bar 열정   


하루는 하와이에서 사귄 두 친구 J와 P와 함께 와이키키에 있는 재즈바, 블루노트를 찾았다. 참고로 두 친구는 전편에서 소개한 바 있는 한국에서 온 변호사 동생 J와 스위스 쾌녀 P 언니다.


- 스위스 친구 P 이야기 https://brunch.co.kr/@maystravel/10


나의 첫 재즈바 역사는 벌써 1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이직을 앞두고 애써 만들어낸 열 흘의 리프레시 기간에 난생 처음 떠난 나홀로 여행. 평소 밖에서 혼자 밥먹기, 영화보기 특히 여행은 절대 사절이라고 말했지만, 막상 내 일정에 맞춰 떠날 수 있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직장인 10년차에 세 번째 직장(이자 마지막이 된)으로 입성하기 전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기에 지체없이 혼자 떠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미혼의 30대 여성에게 뉴욕은 더없이 매력적이기도 했고.

이번 뉴욕 여행에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재즈바에서 술한잔 곁들이며 실컷 음악을 즐기겠단 마음이 컸기에 가장 유명한 재즈바 중 하나인 블루노트NY 예약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매일 업데이트되는 공연 라인업에 들떠 있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오죽했으면 허리케인을 상대로 저리할꼬...

2012년 10월 말 뉴욕엔 이름도 아주 앙증맞은 "샌디"라는 대형 허리케인이 강타한 때였다. 최대풍속이 초속 50m에 이르는 엄청난 위력의 메이저급 태풍이 하필 나와 함께 뉴욕을 찾은 것이다. 숙소에서 너구리 한마리를 끓이면서 대체 이게 무슨 난리람... 하며 울먹거리다가도 매일 밤 업데이트되는 블루노트 공연 라인업을 보며 위안을 삼았다.


허리케인을 뚫고... 이것이 역시 재즈의 힘인가...아?

가로등도 꺼지도 지하철도 폐쇄될 정도로 정말 온 도시가 폐허가 된 듯한 광경을 마주하면서도 난 목숨걸고 우째저째 공연장 앞까지 당도했다. (지금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 그땐 무슨 생각이었는지 참...) 당연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는 애꿎은 홈페이지를 탓해 무엇하리오! 여행은 행복했던 기억이나 힘들었던 순간 모두를 포함하는 포괄적 경험이다. 늘 좋을 수만도 없고 이렇게 천재지변을 겪고도 이 때를 웃으며 추억할 수 있다는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이후 2019년 남편과 다시 찾은 뉴욕. 이번엔 보란듯이 NYU 근처 소호쪽에 숙소를 잡고 밤마다 재즈바 골목에서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정통과 모던을 오가는 그들의 연주를 즐기곤 했었다. 그리하여 나의 두 차례 뉴욕여행 중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재즈바 투어라 할 수 있겠다.



다행히 블로노트 하와이에선 그런 악몽같은 경험은 없었다.
유명한 곳 답게 SNS를 통해 가장 마음이 가는 뮤지션의 공연을 예약할 수 있었다.
내가 찜한 공연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David Benoit.


시간이 흐를수록 트리오 연주의 케미가 더해져 '바로 이거지' 하는 그들의 표정마저 연주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블루노트 하와이 2335 Kalākaua Ave, Honolulu, HI 96815 미국, 아웃리거 와이키키리조트 2층   



언어장벽을 허무는 아름다운 선율, 재즈란 만국공통어

J와 P는 이 날 처음 인사한 약간 어색할 수 있는 사이지만 금새  근사한 재즈 노장의 피아노 연주에 모두가 흠뻑 취하고, 그 여운에 늦은 밤까지 술을 청했다. 공연을 보며 맛있는 식사와 칵테일을 즐기긴 했지만 P가 먼저 떠난 후 J와 난 와이키키 한복판에 위치한 코리안 주점에서 한잔을 더 기울였다. 칼칼한 김치찌개와 양념치킨에 소맥이라니! 간만에 반가운 술자리 풍경에 너무 편했나보다. 열심히 마신덕에 다음 날 오전, 숙취 가득한 몸과 정신으로 위클리 테스트를… 어찌저찌 마치고 학교를 나섰다.  


10년만에 만난 선배도 반갑고 해장 수제비도 반갑고


오늘은 특별한 점심약속이 있다.  “혹시 세상 좁다는데 나도 또 알아? 하와이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을지?” 하며 연락망을 뚫어질 듯 들여다보다 놀랍게도 하와이 인맥을 발견! 이전 직장 (모 여성지) 광고영업과 에디터로 만난 한 살 위 선배. 선배는 우연히 일로 방문했던 하와이에서 운명처럼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벌써 10년 차 하와이안이 되어 있었다. 나의 오지랖에 한국서부터 하와이에서 꼭 얼굴보잔 안부 메세지로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


선배가 추천한 약속 장소가 마침 이사한 건물 1층에 위치한 한국 분식집. 집이랑 가까워서 정말 다행였고 숙취로 쓰린 속을 부여잡은 발걸음 역시 가벼워졌다.


메뉴는 우리나라 분식집처럼 맛도리들이 즐비한 가운데 선배는 쫄면, 난 숙취를 누르고자 김치수제비를 골랐다. 원래도 칼국수, 수제비라면 사족을 못쓰는 사람이 하와이서 김치가 들어간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수제비로 해장이라니.


아내이자 엄마로, 회계 법인에서 사무직을 맡고 있으며 틈틈이 예전 커리어를 살려 하와이 스냅 화보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열혈 한국인이자 엄마의 힘을 이곳 하와이에서도 뽐내는 그녀였다. 하와이의 지글거리는 태양과 바람에 시크한 도시생활자였던 그녀의 옛 모습은 지워졌지만, 여전히 밝고 단단한 강인함이 묻어났다. 게다가  여기서 이렇게 우리가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가 이사한 새 집의 주인언니와도 과거 특별한 사이였다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정말 이곳 하와이는 좁디 좁은 섬이구나.


끝으로 하와이에서 느끼한 음식에 지쳐 한식에 소주 한잔 땡길 때, 딱! 가기 좋은 한국인 맞춤형 술집 & 해장 맛집 몇 곳을 추천한다. *음주는 건강에 해롭습니다. 과음은 알아서 자제하시길! ^^



May's Pick

하와이에서 한국의 맛이 그리울 때

한식파 맞춤형 한잔 & 해장 코스

당연히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한 곳들로만 엄선!


1. 돼지공주(Cafe Princess Pig)

옛날 옛적 극장 앞에서 사먹던 고구마채 기억하세요?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딱 좋아할 곳, 맥주친구!

추천 메뉴 : 고구마 스틱, 로제떡볶이, 닭똥집 통마늘 볶음, 돼지껍데기 볶음

1350 S King St, Honolulu, HI 96814 미국



2. 거부식당(Million Restaurant)

방과후 글로벌 친구들이 삼겹살에 소맥을 부르짖어 데려간 곳, 한동안 그들은 소맥 러버가 되었다지! ^^

추천 메뉴 : 감자탕(이곳의 시그니처메뉴), 야끼니꾸(즉석구이), 오이냉면

626 Sheridan St, Honolulu, HI 96814 미국



3. 강남카페(Cafe Gangnam)

현지인들이 더 즐겨찾는 코리안 가라오케, 아담한 룸에서 술과 안주에 코인노래방이라니! 여긴 어디?  

추천 메뉴 : 오징어튀김, 골뱅이무침, 통닭, 보쌈(하루전 주문 필수)

655 Keeaumoku St Ste 105 Honolulu, HI 96814



4. 두꺼비식당(Frog House)

종로 어느 뒷골목쯤 있을 법한 제대로 된 노포 분위기의 한식당, 저녁 7시전까지 해피아워 메뉴 이용가능.

추천 메뉴 : 아구찜, 불닭볶음, 계란찜, 불낙전골, 족발

1604 Kalākaua Ave, Honolulu, HI 9682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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