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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호, 제23대 대한안마사협회 중앙회장을 만나다!

by 최연신

인터뷰―만나고 싶었습니다.


최의호, 제23대 대한안마사협회 중앙회장을 만나다!


기획 및 취재 최연신(하상매거진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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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안마사협회는 지난 12월 12일 제23기 회장, 지부장, 대의원 선거를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총유권자수 5,623명, 총투표자수 5,278명, 무효표 197표, 기권 4표로 치러졌다. 투표 결과 총 4명의 후보가 협회장에 출마한 가운데 최의호 후보가 많은 안마사 회원으로부터 지지받으며 2,135표 얻어 대한안마사협회 제23기 회장으로 당선됐다. 1월 25일 서울맹학교 용산 캠퍼스 대강당에서는 중앙회장 이·취임식이 개최됐다.


“안마업권을 수호하고 회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맡은바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최의호 회장의 취임 일성이다. 최 회장은 오랫동안 대한안마사협회에 몸담으며, 경기지부장을 비롯해 협회 주요 부서 위원장과 이사직을 수행해왔다.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업이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다. 앞으로 대한안마사협회가 최 회장을 구심점으로 어떤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달에는 최의호 회장을 만나 새 출발에 나선 대한안마사협회 제23기 집행부의 역할과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하상 : 늦었지만, 대한안마사협회 제23대 회장으로 당선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당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의호 회장 : 기쁜 마음도 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한안마사협회장은 회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의원 간선제가 아니라, 회원들의 뜻을 모두 반영하는 직접 선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는 어려운 일들도 많았는데, 그 때문에 당선의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기도와 수도권 회원들이 제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셔서 큰 표 차이로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경기도지부장을 맡아 일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저를 믿고 소임을 맡겨주신 회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상 : 시력은 어느 정도 되시는지, 시각장애의 원인을 여쭤봐도 될까요?




최의호 회장 : 시력은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은 나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지만, 시각적 경험이 없는 것으로 보아 선천적 시각장애일 거로 생각합니다. 원인도 시신경 위축으로 추정만 할 뿐입니다.




하상 : 대한안마사협회장 출마 당시 선거 공약 중 가장 중점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공약은 무엇이며, 어떻게 추진시킬지 궁금합니다.




최의호 회장 : 제일 큰 목적은 우리 장애인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안마업을 걱정 없이 지속할 수 있도록 소득 보장에 힘쓰려고 합니다. 현재 안마사의 수입은 생계를 유지하시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예컨대, 정부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 안마바우처 제도나 헬스 키퍼, 안마 파견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범위가 넓지 않은 실정입니다. 게다가 보수도 미비하고요. 안마바우처의 경우 재작년에 겨우 2천 원 올랐습니다. 이렇듯 임금이 경제 성장률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문제입니다.


사실 요즘, 각종 식재료값을 포함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하고 있잖아요. 밖에서 1만 원으로 식사 한 끼 제대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올랐는데,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임금은 정체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마사를 포기하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거예요. 수급자로 받는 돈이나, 안마로 열심히 일해서 받는 돈의 액수에 차이가 없으니 일자리가 있어도 일을 안 하게 되는 겁니다. 안마사로서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려면 월평균 수입이 3~4백 수준은 보장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안마사들의 복지와 혜택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마련되도록 힘씀과 동시에, 안정적인 고용과 현실을 반영한 급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할 생각입니다.




하상 : 대한안마사협회장 당선 이전엔 경기지부장으로서 2017년부터 7년간 협회 경기지부를 이끌어 오셨는데, 대표적인 성과를 꼽자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의호 회장 :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회원들의 복지증진입니다. 처음 경기지부장으로 취임했을 당시엔 재정적으로 어려움도 있었기에 예산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노력했죠. 노력 덕분인지 경기도청과 시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낼 수 있었고 회원들의 회비를 아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안마사들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정보 접근의 기회가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 회원들에게 정부 정책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단계별 대응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데 힘썼습니다. 코로나 초기엔 마스크 하나 구하려고 약국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도 사기 어려운 시절이었죠. 경기지부에서는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서 경기도 내 안마사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발 빠른 대응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내 1,700여 명의 회원과 300여 개의 안마시술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가 1명도 발생 되지 않는 등 모범적인 방역 단체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재난지원금 받기 어려운 회원들에게는 회비를 다시 돌려드리기도 했습니다.


회원들의 건강 증진에도 신경 썼습니다. 사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안마업을 통해 국민 건강 증진에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건강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에 경기지부장으로서 회원들에게 대상 포진과 폐렴구균 예방 접종하게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생일 때면 축하 문자와 함께 케이크를 보내드리기도 했습니다. 연말이면 배추김치뿐 아니라 여수에서 공수해 온 갓김치, 파김치 등 특색 있고 품질 좋은 김치 나눔도 했고요.




하상 : 안마사, 안마시술소, 경로당 안마, 바우처 안마 종류 외에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일자리를 더 늘려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최의호 회장 : 일자리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정된 수입을 보장받는 일도 중요합니다. 안마업은 사실상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2년간 교육을 거쳐 전문기술을 보유한 안마사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임금 수준과 처우가 열악하고, 일자리 보장을 위해 마련된 바우처 사업도 수요 부족으로 대다수 시각장애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임대료 및 보증금 차이가 있지만, 어렵게 안마원을 창업해도 비싼 임대료를 내기도 벅차죠. 또 기업의 헬스 키퍼는 시각장애인이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급여를 받으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엔 역부족이고 생계유지조차도 힘든 실정입니다. 단 1시간을 일해도 남의 몸을 만지고 주무르는 안마는 중도동입니다.


시각장애인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요즘 엄마들이 자녀들한테 안마를 안 가르친대요. 따라서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도 중요합니다. 예컨대, 장애인 의무 고용제를 활용해 관공서에서 일하는 안마사들에게 공무원 신분을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상 : 안마계가 궁극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회장님이 진단하는 안마사들의 현주소는 어떤지 듣고 싶고, 어떤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의호 회장 : 앞에서도 강조했지만, 안마사는 전문 직능인입니다. 안마사는 의료법 제82조에 따라 해부생리, 의료임상 등 총 68개 과목, 최소 2천 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현행법상 시각장애인만 취득이 가능하죠. 하지만 엄연히 법이 존재함에도 시각장애인의 유일한 생계 수단인 안마업은 법적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비시각장애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마사지 업소가 우후죽순 난립하고 있는 탓입니다. 스포츠 마사지, 발 마사지, 경락 마사지, 타이 마사지, 피부미용을 표방한 마사지 행위 등 시각장애인이 아닌 일반인이 운영·시술하는 안마소는 모두 ‘불법’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법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됐습니다. 이를 단속하고 처벌해야 할 행정 당국은 아예 손을 놓아 버렸고요. 이런 불법적인 요소들만 없어져도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삶은 달라질 거예요.




하상 : 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만 해도 스포츠 마사지나 태국 마사지, 발 맛사지 등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게다가 태국 마사지나 중국 마사지샵은 그 숫자도 많고 인테리어가 화려해서 눈에 쉽게 띄는데 시각장애인 안마원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해요. 시각장애인에게만 허용된 안마사 제도를 바로 알리기 위해 홍보에 적극 힘쓸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관해 어떤 생각이나 방안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의호 회장 : 안마사협회는 대부분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홍보를 위해선 인력, 시간, 금전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하다 보니 제약이 많습니다. 한 가지 자랑하자면, 제가 대한안마사협회 경기지부장으로 있던 2020년 12월에 우리 지부가 협찬하고 MBC가 기획‧제작한 안마 홍보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프로그램명이 MBC 다큐프라임이었고, 부제가 ‘그들은 왜 안마사가 되었나?’ 였습니다. 당시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 사회였잖아요. 안마원과 안마사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죠. 시각장애인들의 힘든 현실과 애환, 그럼에도 역경을 이겨내고 제2의 삶을 찾아 나선 대한민국 공인 안마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었어요. 1시간 남짓한 분량의 다큐멘터리였는데, 아마 공중파에서 시각장애인들 안마사의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것은 처음이었을 겁니다.


이처럼 대중 미디어 매체를 통한 홍보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연속극 등에 시각장애인 안마사에게 안마받는 장면이나 대사 한마디라고 들어간다면 홍보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욕심은 내고 있지만, 작가님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죠. 여하튼 홍보에 대한 중요성을 염두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하상 : 대한안마사협회장으로서 정부나 이 사회에 바라는 점은 무엇입니까?




최의호 회장 : 국가 성장의 결실이 시각장애인의 삶까지 미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안마업의 노동 가치도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득 보전을 위한 사회 안정망 강화도 필요하고요. 모쪼록 시각장애인 안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안마사를 위한 지원 정책 확대를 위해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하상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를 들려주시면서 인터뷰 마칩니다.




최의호 회장 : 장애인 차별이 없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사회,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우리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직업적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고, 세상 눈치 안 보며 건강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시각장애인을 위한 월간문화교양지 하상매거진 2024년 6월호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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