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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가 좋을까, 저울이 좋을까

발과 가슴은 뛰는데 머리는 잠잠했던 며칠.

by 뽀득여사

양팔을 너무 움직이지 말고 가슴높이로 올려서 각도를 15도 정도로만 움직여봐.

손을 너무 꽉 쥐지 말고 달걀을 살짝 쥐는 것처럼 해봐.

다리를 조금만 더 올리면서 앞으로 치고 나간다고 생각해 봐.

아주 살짝만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서 달려봐.

코치님의 말씀!


숨이 헉헉 차오르고

다리는 땅에 끌리듯 무겁고

팔은 허둥거리며 흔들린다.

그래도 그 와중에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계속 달린다.


발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호흡이 규칙적으로 코로 들어오고 입으로 나간다.

하늘을 향해 있던 몸은 앞으로 살짝 기울어진다.

팔은 가슴높이에서 움직임의 반경이 안정적이다.


"오, 많이 좋아졌어."
코치님의 말씀!


등줄기에 땀이 난다.

이마에 땀이 솟는다.

바람이 슬쩍 땀을 닦아주고는 계속 뛰라고

등을 살짝 밀어준다.


저기 저 앞까지가 2킬로미터 지점이야.

저기까지 그대로 뛰어봐.

할 수 있겠지?

코치님의 말씀!


2킬로미터 지점에서 터치다운 한다.

헉헉 헥헥.


"그럼 나는 뛰고 돌아올게. 천천히 되돌아가고 있어."

코치님은 그 폼도 멋지게 뛰어간다.


숨을 고르고 땀을 식히고 걷다 뛰다 걷다 뛰다 하고 있으니

어느새 저 멀리서 코치님이 그 폼도 멋지게 달려오고 있다.

나는 괜스레 제자리 뛰기를 하며 뛰는 폼을 잡아본다.


천천히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며 돌아오는 길.

해는 뉘엿뉘엿 지려하고 바람은 조금 더 시원해졌다.


"오늘이 벌써 삼일째네. 너무 뿌듯하다"
"그래, 이렇게 일주일에 세 번만이라도 뛰어봐."


조깅 후에 동네 치킨 집에 갔다. 이런 꿀맛이 없었다.

배는 부르고 몸과 마음은 가볍다.

기분이 둥실둥실하다.

머리도 가볍다.




조깅을 같이 해보겠다는 나의 선언에 남편은 코치를 자처하며 조깅화와 조깅복까지 장만해 줬다.

남편은 살뜰히 내게 적당한 운동화를 골라주느라 분주했다. 나는 아이처럼 제자리에서 뛰어보고 신이 났다. 그 와중에 S사이즈만 확인하고는 덜컥 사온 조깅티셔츠가 집에 와서 보니 8~10세 아동복이어서 다시 바꾸러 가는 해프닝까지 벌여가며(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65(S), 8~10세라고 깨알만큼 작은 글씨로 적혀있었음).


"만약 약속 안 지키면 이거 다 네가 물어내는 거다."

양치기 소년처럼 운동에 대해 이미 공수표를 많이 날려 온 내가 미덥지 않은지 남편이 재차 확인한다.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꼭 지킬게."

이번에는 '양치기 아줌마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한다.


그렇게 지난 연휴 때는 그냥 쉬었다. 뛰고 먹고 그냥 쉬었다.




며칠간 나의 발은 평소보다 많이 뛰었다.

며칠간 나의 머리는 평소보다 많이 잠잠했다.


양팔저울처럼 밸런스를 맞추면 좋을 텐데

나는 지금 시소 같다.


운동도 열심히, 글도 열심히 쓰면 금상첨화일 텐데 그것이 쉽지 않다.

한쪽을 하다 보면 다른 한쪽이 소홀해진다.

운동과 글이 시소를 탄다.


마음 같아서는 양쪽을 다 잘하는 균형 맞혀진 양팔저울이고 싶은데 현실은 오르락내리락 시소이다.


둘 다 잘 해내는 양팔저울 같은 것만 밸런스를 잘 맞췄다 할 수 있을까.

길게 보고 멀리 보면,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 타기도 밸런스를 잘 맞췄다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길게 보고 멀리 보면서, 때에 따라 무게중심을 유연하게 두고 시소를 타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어느 쪽에 무게중심이 더 갈지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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