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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는 거짓말이 아니다

by 뽀득여사

“흠, 사실 그렇게 잘 생기지 않았는데 본인은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럼, 남편분의 모습에서 그래도 어떤 부분을 멋지다고 칭찬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그런 칭찬의 말을 해 주신 적이 있으실까요?”


“글쎄요. 남편이 남자치고 피부가 깨끗하고 좋기는 해요.”

“오호, 그럼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칭찬의 표현을 해주셨나요?”

“음, (수줍어하며) ‘당신 피부는... 괜찮은 편이야’라고 했어요.”

“(웃음) 칭찬인데 ‘괜찮은 편’이라고 하셨군요. 조금 더 다정하게 표현해보신다면요?”

당신 피부는 참 깨끗해서... 음, 멋져, 뭐 이렇게요?”

“오호, ‘괜찮다’ 보다 훨씬 좋은 데요?”


“그런데 제가 거짓말은 잘 못하거든요. 과장되게 표현하는 말, 마음에 없는 말, 빈 말은 거짓말 같아서요. ”

“남편분의 피부가 깨끗하다는 것은 사실이지요?”

“네, 그것은 사실이에요.”

그럼 남편분의 피부가 깨끗해서 멋지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네요.”

“(웃음) 그렇긴 하지요. 그런데 원래 남편이 외모에 대해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그래서 제가 괜히 더 부추기게 될까 봐, 듣기 좋은 칭찬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정한 모습의 지숙(가명)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한 표정을 짓는다.




“뻥튀기는 참 이름이 재밌지요. 뻥! 하고 나면, 작은 쌀 한 톨이 몇 배로 부풀려지지요. 제가 지숙님께 질문 하나 드릴게요. 그럼 뻥튀기는 무에서 유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아니요. 애초에 쌀 알이 있었으니, 유에서 유이지요.

“그렇지요. 그럼 뻥튀기는 부풀어지기는 했지만 애초에 쌀 알이라는 진짜가 있었기에 허구는 아니군요. 그럼 거짓은 아니네요.”

“네, 뻥튀기는 거짓은 아니에요.”


마주 앉은 지숙님은 보조개가 깊게 파이게 웃으며 눈빛을 빛낸다.

똑부러지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지숙님은 어설프고 일처리가 빠르지 못한 남편에 대한 불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지숙님이 도맡아 해야 하는 일들은 많아지고, 남편분은 남편분대로 지숙님 앞에서는 늘 작아진다.


지숙님은 "오늘은 뻥튀기를 마음에 새기고 갈게요"라며 웃었다. 깊게 파인 보조개가 대화의 여운처럼 남았다. 나는 오늘 지숙님과의 상담 일지를 적으며 ‘뻥튀기’라는 단어에 동그라미를 치고 별 하나를 그려 넣었다.




‘뻥튀기는 거짓말이 아니다’


뻥이야! 여기서의 ‘뻥’은 거짓을 두고 하는 말이 맞다. 그러나 ‘뻥튀기’는 거짓이 아니다. 뻥! 하고 소리를 내고(마치 ‘짜짠!’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나면 원래의 것을 더욱 크게 더욱 맛있게 변신시켜서 나오는 것이다.


상대방의 칭찬할 만한 것, 아주 작은 쌀톨 같은 것이라고 해도 그 쌀톨을 마음의 뻥튀기 기계에 넣어서 열을 가해보자. 뜨거운 열을 받은 쌀톨이 점점 부풀려 지고 뻥! 하고 소리를 내면 꺼내서 건네주자.


“당신 피부는 진짜 너무 좋아, 그래서 이목구비가 더 선명 해 보이나 봐.”


지숙님은 오늘 남편에게 과연 이렇게 뻥튀기를 건넬 수 있을까? 과연 지숙님은 어떤 뻥튀기를 남편에게 건넸을지, 벌써부터 다음 주 상담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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