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사랑에 빠졌나봐요.
자다가도 생각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거다.
길을 걷다가도 생각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거다.
밥을 먹다가도 생각난다는 것은 분명 좋아한다는 거다.
좋아하는 이유를 대보라고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대답이 나올 것 같다.
"좋으니까 좋은 거지."
사랑하면 용감해진다.
사랑하면 앞뒤를 재지 않는다.
사랑하면 남의 이목이 두렵지 않다.
요즘 내가 사랑에 빠졌다.
자꾸 생각난다.
얼른 만나고 싶다.
떠올리면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는 것 같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었나 보다.
콩깍지는 언제라도 벗겨질 수 있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그냥 콩깍지가 씐 대로 즐겨보려 한다.
퇴근 후, 후다닥 밥을 먹고 설거지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해치우고 소형 마이크와 핸드폰을 챙겨서 지하서재로 내려간다.
내 사랑을 만나러 가는 시간.
흠흠, 미온수를 한 모금 마시고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아~ 아아~, 길고 짧게 소리를 내어본다.
허리를 곧게 펴고 살짝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한다.
호흡을 정리하고 검지 손가락을 뻗는다.
앵두만 한 빨간 버튼을 살짝 누른다.
녹음 중.
"쓰고, 읽고, 말하다.
안녕하세요. '쓰.일.말' 이수정입니다.
오늘 제가 쓰고, 읽어드릴 글의 제목은 ~~~~ 입니다. 시작합니다."
내가 요즘 사랑에 빠져있는 것은 바로 '자작 낭송 에세이 유튜브'다.
상담에 대한 유튜브를 시작할까 생각하던 중 불현듯 재미 삼아 브런치에 썼던 에세이를 낭송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발칙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생각이 이렇게 순식간에 실행에 옮겨질 줄은 몰랐었다.
무작정 핸드폰 녹음버튼을 누르고 나의 글을 낭송했다.
가장 간단한 편집앱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고는 딸에게 과외를 받으며 편집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나만의 자작 낭송에세이를 한편씩 만들기 시작했다.
가슴이 뛰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설레고 즐겁다.
녹음을 하다가, 발음이 꼬이기도 하고
'이 정도면 좋아' 내심 만족하며 읽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집 강아지가 '멍멍' 짖어대기도 하고
편집앱의 기능이 어설퍼서 버벅대기도 하는 좌충우돌 중이지만
나는 지금 즐겁다.
내가 좋아했던 것.
잊고 있었던 것.
그래, 내가 좋아했었고 하고 싶어 했던 것이었지.
비록, 구독자는 아직 몇 명 안 되지만 나는 그저 즐겁다.
오늘도 퇴근하고 나는 부리나케 지하서재로 내려갈 작정이다.
"쓰고 읽고 말하다. 안녕하세요. 쓰.일.말 이수정입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썼던 글을 한편씩 낭송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이 여름에 설레며 빠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공개할 용기를 내어봅니다. '히야, 뽀득여사 혼자 참 잘 논다. 생각의 물구나무 참 잘 서며 논다.' 정도로 귀엽게 여겨주셔요. 날씨가 덥습니다. 글벗님들 건강하게 이 여름 보내셔요^^
구독을 꾹 눌러주시면 더욱 신나게 낭송해 보겠습니다ㅎㅎ.
https://youtu.be/S68hJdT73PY?si=lRMikOdAzUjPrT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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