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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Oct 07. 2024

그 바다에 꽃섬이 솟았지!

#붉은 꽃섬의 전설 #상(천)벽해

붉은 꽃물 모이면 꽃섬이 솟는다


그때가 되면

바다는 고요함과 소란스러움이 서로에게 길을 터주며 일렁이기 시작한다.

한낮의 밝음이 물러갈 채비를 하고 세상의 다채로운 색은 그 채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세상은 담담한 수묵화로 바뀌어가고

오직 붉은 꽃물만이 은은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한 자락의 긴 바람이 휘이 휘이 공중을 가르면

붉은 꽃물 그러그러 모이는가 싶더니

불쑥 솟아오른다.

붉은 꽃섬.


그리움의 눈물과 한숨과 탄식

그리움의 애끓음과 회한과 여운

그리움은 그렁그렁 붉은 꽃물이 되어

그 붉은 꽃물

붉은 꽃섬으로 솟았다.





붉은 꽃섬의 전설


붉은 꽃섬 전설 들려줄게. 아마, 아직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거야. 세상에는 비밀 같은 전설이 좀 있거든. 그중에 하나야. 이 붉은 꽃섬의 전설도!

조용조용 내 옆으로 다가와서 귀 기울여서 들어야 돼. 아주 작게 말해 줄게. 붉은 꽃섬의 전설 이야기를!

저기 저 꽃섬 보이지? 봐봐, 점점 붉어지다 불쑥 솟은 저 붉은 꽃섬을!

저 꽃섬은 그리움이 만들었어. 그러나 존재하면 안 되는 섬이야. 그래서 결국은 너무 짧은 시간만 머물다 곧 사라져 버리지. 흔적도 없이.

그리움이 모여져 만들어진 꽃섬은 결국 그리움을 다시 남기고 사라져 버리지.

꽃섬은 그래서 슬픈 섬이기도 하지만 기쁨의 섬이기도 하단다.

왜 그런지 말해줄게. 쉿! 더 가까이 다가와서 들어야 돼. 아까보다 더 작게 말할 거니까. 너무 시끄러우면 저 붉은 꽃섬 더 쉬이 사라질까 봐.



저 붉은 꽃섬은 이승과 저승의 인연이 잠시 만나는 섬이래.

이승에서의 인연을 다시 이을 수 없어서, 꿈에라도 만날까 그리워 울다 울다 잠든 이들.

못다 한 말 있어, 하늘 보고 달보고 강보며 숨 토하듯 되뇌다 지친 이들.

이리 가면 느껴질까, 저리 가면 잊힐까 길 못 찾고 헤매는 이들.

이들의 그리움이 그렁그렁 붉은 꽃물이 되어 그곳에 모이면 솟아오르는 거지. 저 붉은 꽃섬이!


이승과 저승의 인연이 잠시 만날 수 있는 붉은 꽃섬.

저 꽃섬이 솟아오르면 그들은 기쁨의 재회를 하는 거야 저 붉은 꽃섬에서.

잠시 잠깐이지만 영겁 같은 순간인거지 그들에게는.

그간의 이야기, 못다 한 이야기, 안부를 묻고 답하고!

웃다 울고, 울다 웃으며 손 맞잡고 빙빙 돌고 춤추고 얼싸안고!


시간이 다 되어가나 봐. 쉿! 저 꽃섬을 봐. 색이 옅어지고 있어. 보이지?

붉은 꽃물은 어느새 먹색으로 되더니 스르르 흩어져 버렸어.

그리움이 만든 꽃섬은 그리움을 남긴 채 또 사라져 버린 거야.

영겁 같은 짧은 만남은 꿈같이 지나가 버렸어. 잠잠히 사라진 붉은 꽃섬은 또 어느 때가 되면 솟아오를 거야.

저 하늘바다 어디쯤에서!






P.S.

추석즈음, 비현실적인 석양을 보았다. 유리 항아리에 붉은 물감 퍼지듯이 붉은 기운이 하늘을 덮더니, 붉은 기운이 군중처럼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하늘의 한 자리에 그 기운이 몰리더니 순식간에 붉은 섬으로 자리를 잡았다. 푸른기 감도는 하늘에 붉은 석양기운이 몰려있는 형태가 딱 바다 위의 신묘한 꽃섬으로 보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먹색으로 변하다가 스르르 밤하늘로 사라져 버렸다. 

석양은 늘 아름답지만, 유난히 신비스러웠던 그날의 하늘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날의 석양 사진을 다시 찾아보다가 사진을 거꾸로 물구나무 세워서 바라보니, 더욱 완전히 ‘바다 위의 꽃섬’이었다.

그날의 신묘한 꽃섬의 석양이 그리워지는 시월의 가을밤에 풀어보는 ‘하늘 바다 꽃섬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번 글은 생각을 물구나무 세우지 않고 사진물구나무 세워보았다.

 --마지막 사진은 원위치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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