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데요…….’
오늘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이브예요. 상점마다 예쁜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거리고요. 거리에는 신나는 캐럴송이 울려 퍼져요. 까만 제복을 차려입은 아저씨가 금색 종을 딸랑딸랑 울리면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빨간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어요. 성금을 낸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설레었어요. 딱 한 사람, 모루만 빼고 말이에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아홉 살 모루는 바지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땅만 보고 걸었어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에요.
작년 크리스마스 때였어요. 큰길 건너 그린 타워에 사는 경태는 산타 할아버지한테 멋진 자전거를 선물 받았데요. 짝꿍 아리도 예쁜 바비 인형을 선물 받았다며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모루는 산타 할아버지한테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어요. 재작년 크리스마스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창가에 큼직한 아빠 양말을 걸어 두었는데도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