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모루는 산타 할아버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해 모루는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했거든요.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아빠의 다리도 주물러 주었고요. 1층에 사는 수지 할머니의 휠체어도 밀어주었어요. 길고양이 ‘삼식이’를 놀래 주지도 않았고요. 미끄럼을 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지만 울지도 않았어요. 너무 쓰라렸지만 눈물을 꾹 참았어요. 모루는 산타 할아버지한테 꼭 받고 싶은 선물이 있었거든요.
모루와 달리 경태는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어요. 문방구 앞에서 뽑기를 하느라 학교에 지각하는 일은 예사고요. 쉬는 시간마다 여자애들의 머리를 잡아당기며 골려주었어요. 심지어 수업 시간에 수학책을 찢어 딱지를 만든 적도 있었어요. 한 번은 잠자리를 잡는다며 수지 할머니네 텃밭에 들어가 상추, 시금치, 당근, 대파를 밟아 죄다 망가뜨렸지 뭐예요.
짝꿍 아리는 어떻고요. 걸핏하면 울음을 터뜨려 사람들을 아주 곤란하게 한다니까요. 선생님이 조금만 혼을 내도 울고요. 벌레가 죽은 것을 보고도 울어요. 지난번엔 가위 바위 보에서 졌다고 울더라고요. 오죽하면 별명이 ‘분홍 울보 공주’겠어요? 게다가 욕심도 얼마나 많은데요. 미술 시간에 금색 크레파스를 좀 빌려 달래도 절대로 안 된대요. 자기는 별도 그릴 줄 모르고 온통 분홍색만 칠하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