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그랬어요. 모루가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은 삼십육 색 크레파스였어요. 모루의 꿈은 멋진 화가가 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모루의 크레파스는 1학년 때 쓰고 남은 십이 색 몽땅 크레파스가 전부였어요. 은색이랑 금색은커녕 흰색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모루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여간 곤욕스러운 게 아니었어요.
흰 구름을 칠하려고 해도 자꾸만 먹구름이 되고 말았어요. 은빛 파도도 반짝이는 별도 그릴 수 없었어요. 별이 그저 노랗기만 하거나 바다가 노상 파랗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반짝반짝 빛이 나야 진짜 살아 있는 별이 되죠. 바다는 어떻고요. 어떤 날에는 푸르스름하고 또 다른 날에는 발그스름하기도 하잖아요.
사실 모루가 아빠에게 36색 크레파스를 사달라고 조르지 않은 것은 아니었어요. 일용직 노동자인 아빠는 저녁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많았어요. 모루의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 후에는 특히 더 그랬어요.
“내일 사주마.”
술에 취한 아빠는 모루의 손가락을 걸고 철석같이 약속을 했어요. 하지만 다음날이면 아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모루와의 약속을 잊어버렸어요.
사정이 이런 데도 산타 할아버지는 어째서 매번 모루만을 잊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