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밑에 커진 동그라미
아, 물론 모루가 늘 착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문방구 앞에서 뽑기를 구경하느라 학교에 지각한 적도 있고요.
이따금씩 담장 위에 졸고 있는 삼식이에게 소리를 질러 놀래 주기도 하고요. 어쩔 땐 하늘나라에 가신 엄마 사진을 들여다보며 울기도 해요. 그렇지만 경태나 아리만큼 지독한 말썽쟁이라거나 울보는 결코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다니까요.
‘작년엔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못 찾고 밤새 헤매다 그냥 돌아갔을지도 몰라.’
모루는 궁리 끝에 이렇게 결론을 내렸어요. 누구나 살면서 그런 실수는 한 번쯤 하잖아요. 더군다나 모루는 수지 할머니네 삼층집 맨 꼭대기 옥탑 방에 살고 있어서 택배 아저씨들도 여간해서는 찾기 어려웠어요. 큰길에서 수지 할머니네 집까지 가파른 비탈길과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한참 이어져 있었거든요.
‘오늘 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꼭 찾으실 수 있을 거야.’
모루는 또 이렇게도 생각했어요. 그러자 힘이 조금 나는 것 같았어요.
모루는 올해도 착한 일을 아주 많이 했어요. 늦잠을 자지도 않았고 반찬 투정도 하지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 떠들지도 않았고 숙제도 미루지 않았어요. 덕분에 모루는 학교에서 칭찬 스티커를 다섯 개나 받았어요. 경태는 겨우 한 개 밖에 못 받았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