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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은 송이송이 피어 / 권선애

by 권선애

짜장은 송이송이 피어


권선애


화분이 말라가는 시골병원 앞 짜장면집

하나뿐인 식당에 시든 얼굴 모여들면


단무지 닮은 여자의

앞치마에 꽃이 핀다


틀어 올린 머리에 바쁜 시간 꽂아놓고

면발을 풀어헤쳐 달래 주는 한 끼니


혼자서 지키는 식당

잠깐씩 꽃차례다


때늦은 점심을 먹고 때 이른 나이를 먹어

허겁지겁 피었다 지는 노랗게 들뜬 여자


의자에 절인 몸 기대

송이송이 졸고 있다




ㅡ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산실 발표지원 선정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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