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이 경찰서 사무실로 돌아오며 자연스럽게 유진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운명이 아니었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두 사람은 세상에서 서로를 제외하면 의지할 이가 없었다. 고아원이라는 한정된 세계 속에서 그들은 함께 웃고, 싸우고, 울며 자랐다. 가족이 없는 두 아이에게 서로는 유일한 가족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고아원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와서도 유진과 하진은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로 남았다. 익숙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탱하며 버텼다. 함께 걷는 길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특별한 감정을 품게 되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 특별함이 그들에게 쉬운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진은 유진을 좋아했지만, 그녀의 성격은 자신과 너무 달랐다. 유진은 남을 돕는 일에 인생을 걸었고, 하진은 그런 유진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는 그녀가 왜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너 자신은 돌보지 않으면서 남들을 돕는 거야?" 하진은 화가 나서 묻곤 했다. 유진은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하진은 그런 유진을 볼 때마다 답답함과 애정이 동시에 교차했다. 그는 유진이 자신을 먼저 돌보길 원했지만, 유진은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의 고통을 외면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자주 다투었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싸우며 멀어졌다.
결국 그들의 연애는 끝이 났다. 그러나 연인 관계가 끝나고도 그들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서로에게 남겨진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하진은 유진을 잊으려 했지만, 그녀의 존재는 언제나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경찰관이 된 후에도 유진과의 연락을 끊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단순한 연인이 아니라 가족이었다.
하진은 유진이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떠나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그를 덮친 상실감은 여전히 진하게 남아 있었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유진을 향한 그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유진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그녀의 죽음은 그가 놓지 못했던 미완의 감정을 더 깊은 후회로 남겼다. 하진은 유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건을 파헤쳤지만, 그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질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 앉아 책상 위에 쌓인 서류를 바라보며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진실을 알아낸다고 해서 유진을 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답은 없었다. 유진과의 관계는 그에게 남겨진 영원한 상처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유진은 이 세상에 없다. 그녀의 죽음은 하진에게 더 깊은 후회와 미완의 감정을 남겨 놓았다. 그녀와의 관계는 끝난 듯 보였지만, 그가 놓지 못한 감정들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하진은 유진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경찰로서 수사를 진행하며 그녀의 마지막 흔적들 속에서 진실을 찾으려 했지만, 그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서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휴가를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온 날,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건 현장의 사진과 조사 기록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유진이 떠난 빈자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깊은 상처로 남아 그를 괴롭혔다.
“만약 진실을 알아낸다면, 유진을 잊을 수 있을까?” 하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숨을 내쉬며 창밖을 바라봤다. 유진과의 관계는 단순히 풀 수 없는 문제처럼 남아 그의 가슴속을 헤집고 있었다. 진실을 찾는다고 해서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그 진실이 더 깊은 상처로 남게 될까?
하진이 경찰서 사무실로 복귀한 후, 동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눈치챈 동료들은 하진의 모습에서 뭔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무거운 표정, 멍한 시선, 그리고 말수가 줄어든 태도는 그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하진, 무슨 일 있어?” 같은 팀의 동료 민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 별일 없어.” 하진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눈빛에는 깊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
동료들은 하진의 태도에서 뭔가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평소 냉정하고 침착했던 하진이 요즘 들어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형태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이던 하진을 계속 지켜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로 괜찮아? 휴가 갔다 오더니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휴가 동안 좀 피곤했나 봐. 별거 아니야.” 하진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대답했지만,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형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진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변화는 단순한 휴가 후유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혹시 무슨 일에 얽힌 거야? 너... 사건 같은 거 파헤친 거 아니지?”
하진은 잠시 눈을 피하다, 형태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거 없어.”
그러나 형태의 의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 꼼꼼하고 냉정했던 하진이 이렇게 피곤해 보인 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하진의 상태에 대해 서로 눈치를 주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