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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린 Oct 20. 2024

에피소드 5: 얽힌 인연의 시작

하진은 팀장 박 형사로부터 배정받은 연쇄 강도 사건 파일을 넘기다가 강정우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정우는 최근까지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였으며, 그 병원은 유진이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곳이었다.


“이건…” 하진은 파일에 적힌 병원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릿속에는 유진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유진과 강정우의 관계가 떠오르면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강도 사건 이상이라는 불안이 커졌다.


“설마...” 정우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과 가까웠던 인물이 강도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은 의도적인 범행의 시작일 가능성이 컸다.


하진은 책상 위에 사건 파일을 내려놓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강정우는 단순한 환자가 아니었다. 유진은 정우를 자주 찾아가며 정신적으로 큰 위로를 주었다. 정우는 힘겨운 병원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유진 덕분이었다고 고백할 정도로 그녀에게 의지했다. 정우에게 유진은 친구이자 멘토 같은 존재였다.


“유진 누나가 없었으면, 저는 이미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정우는 과거에 하진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속에는 유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감사를 담고 있었다.


이제 그 유진이 죽었고, 정우가 연쇄 강도 사건의 피해자가 된 것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하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유진의 죽음과 얽혀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직감했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유진과 얽힌 관계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꼬여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진은 사건 파일을 들고 팀장 박 형사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피해자 중에 강정우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요양병원 환자였고, 유진과 깊이 연관된 사람이에요. 유진이 자주 찾아가 돌보던 환자였죠.”


박 형사는 하진의 말을 듣고 파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유진과 관련된 사람이 피해자가 된 거라... 이상하군.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닐 수도 있겠어.”


박 형사는 하진과 유진의 오랜 관계를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고아원 시절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왔고, 고아원을 떠난 후에도 함께 살아가며 가족처럼 서로를 돌봤다. 박 형사는 하진이 고아원을 떠나 유진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진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 피해자라니…” 박 형사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말했다.

“이건 단순한 물건 절도가 아닐 가능성이 커. 네가 말한 대로 유진과 관련된 인물들을 표적으로 삼은 범죄일지도 모르겠군.”


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단순히 물건을 훔치는 게 아니라, 유진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은 유진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박 형사가 책상에 앉아 하진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한 뒤 결심한 듯 냉정하게 말했다.
“하진, 넌 이 사건에서 손 떼라. 유진과 연관된 일이라면 네가 개입할 수 없어.”

순간 하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는 당황한 채 물었다. “이 사건과 유진의 죽음 사이에 무언가 중요한 연결이 있습니다. 제가 아니면 이 사건을 제대로 풀 수 없습니다.”

박 형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네가 이 사건에 개입하면 안 돼. 넌 감정적으로 얽혀 있어. 수사가 왜곡될 위험이 있어.”


하진은 억눌린 분노를 느꼈다. 유진의 죽음과 강도 사건이 얽힌 진실을 밝히는 일은 자신에게 단순한 임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진과의 인연을 마무리 짓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었다. 하지만 팀장은 그에게서 그 기회를 빼앗고 있었다.

“팀장님, 제가 감정적으로 얽혀 있을지라도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게 제 역할입니다. 유진과 관련된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저에게 있습니다.” 하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간절하게 말했다.

하지만 박 형사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진, 개인감정을 수사에 끌어들이면 큰일 난다. 내가 널 보호하려는 거야.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다른 일에 집중해.”


하진은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에게 유진은 단순한 과거의 인연이 아니었다. 그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자신의 삶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상처로 남을 것이었다.

하지만 박 형사의 단호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건 명령이다, 하진. 넌 더 이상 이 사건에 관여할 수 없어.”


하진은 박 형사의 말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좌절이 뒤섞여 들끓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수사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것은 유진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하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책상 위에 사건 파일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결심했다. 공식적으로 사건에서 배제되더라도, 자신의 방식으로 끝까지 진실을 밝혀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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