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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Sep 21. 2024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의 하루

남들 일할 때 쉬는 꿀 같은 휴식시간

24. 09. 21. 토요일

매년 무더위가 점차 더 강렬해지는 듯하다. 더위를 잠시라도 피하기 위한 우리의 여름휴가 계획은 하나도 실행하지 못한 채 어쩌다 병원신세였다.


아이는 9일, 신랑은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유행성 폐렴으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남들 모두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내는 동안 우리는 퇴원을 손꼽아 기다렸으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한여름 워터파크를 가지 못한 아이는 워터파크만 기다리고 우리는 드디어 홍천 오션월드로 향한다. 가는 길에 신나는 최사가요를 들으며 여행 아닌 여행으로 들뜬 우리는 흐린 날씨에도 기분이 좋았다.


차로 이동하며 주어진 핸드폰 사용시간이 끝나자 아이는 본인의 재미와 엄마의 두뇌활동을 위해 끝말잇기부터 초성게임까지 하며 시간을 보낸다.


워터파크에 도착하자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김치와 구명조끼가 떠오른다. 아차차! 매번 챙기는 짐도 이렇게 놓치는 내 모습에 신랑은 침묵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아주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혼자 알아보고 신경 써준 신랑에게 미안한 순간이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지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꼼꼼하지 못한 스스로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워터파크 입장 후 물과의 만남으로 우리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성수기에 비까지 오는 워터파크는 우리에게 편안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며, 아이의 웃음소리는 하루종일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물놀이를 마친 후 숙소로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저녁으로는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우리는 작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참으로 평범한 듯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평일하루였다.


베란다 너머로 비 떨어지는 모습을 보라며 아이와 나에게 나와보라고 손짓하는 신랑의 모습에서 오랜만에 그의 감성을 느껴본다.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의 모습이다. 마치 하얀 눈이 보슬보슬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에 동영상과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평소 비만 오면 마음이 우울해지고 운전도 불편하여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날의 비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비를 맞으며 워터파크에서 물놀이를 한 것도 저녁 메뉴를 고민하지 않은 것, 아이의 학업을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 모든 것이 좋았다. 그저 즐거운 시간만 보내면 되는 그런 하루였다.

  

무엇보다 잠시나마 신랑이 가장으로서 느끼는 무게감을 내려놓고 우리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따뜻해 보였다.


언젠가부터 신랑을 보고 있으면 본인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나도 내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그의 마음을 헤아리면서도 가시 돋은 말로 그를 공격하곤 했었다.


지금의 나는 철이 든 건지 혹은 내공이 생긴 건지 아님 그와 함께 보낸 시간으로 그를 이해하는 아량이 생긴 건지 그와 부딪힐 일이 있으면 예전에 비해 전투적인 텐션을 한 단계 낮추고 그를 대한다. 그는 아마도 모르겠지만...


나 보다 성품이 온화한 그가 근심 많은 모습으로 변한 것은 아마도 '그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버거워서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나의 마음 역시 무거운 건 사실이다.


집집마다 들여다보면 사연 없는 집 없고 힘들지 않은 집은 없을 테지만 우리의 생활 역시 고민의 연속이다.


하지만 백날 고민만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하루하루 웃을 수 있는 날들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우리의 웃음에는 재롱둥이 아이의 역할도 꽤나 크다. 또래에 비해 조금은 철이 든 것 같은 배려심 있는 그런 아이지만 아이는 아이라 엉뚱하고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 늦잠 자는 와이프를 놀리며 웃는 신랑과 여전히 쿨쿨 꿀잠 자는 아이의 모습이 나를 웃게 만든다. 그리고 하루 만에 떨어진 기온으로 조금은 쌀쌀하지만 시원한 공기를 체감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아침이다.


아이가 눈 뜨자 아이를 꼭 끌어안아주는 신랑의 모습에서 아이를 향한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고

신랑의 그런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아이와 장난치고 웃는 모습을 오래오래 내 기억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때로는 지지고 볶고 다투어도 "좋은"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신랑이고 아빠라서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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