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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담도담
Sep 18. 2024
물건을 찾는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주오.
정답 없는 살림살이 미니멀 라이프가 답이구나!
24. 09. 17. 화요일
아무래도 나는 살림에 취미가 그다지 없나 보다.
자식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얻고
우리의 미니멀한 공간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잠시나마 나는 내가
정리를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이의 짐이 늘어나면서 그것은
착각
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진정한
정리의 달인은 짐이
많아도 정리를
잘하기 때문이다.
짐이
늘
면서
나는
정리해 둔
물건들을
찾기 위해
매번
집에 있는 모든
서랍을
열어
봐야만
했다
.
허당도 이런 허당이
없을
테다.
출산 한 엄마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분명한 건 출산 전과 후의 내 기억 능력은
많이
다르다.
가끔은 단기기억상실증인가 싶을 정도로 어디에 무엇을 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
그것뿐이랴... 어쩌다 한번
캠핑이라도
갈
때면 꼭 사소한 물건
한두 개씩은 집에 보물처럼 고이 모셔두고 나온다.
그렇게 고이 아껴둔 물건들이 꽤나
될 듯싶다.
유독
물건을 정리하고 나면
이후에 필요한 물건을
찾을 때 자주
사용하는
것
외에는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게 상대적이라 그런지
자녀가
둘 이상
있는 집은
우리 집의 짐
은
적은
편이라며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한다.
항상 내 것만 챙기며 34년을 살아온 내가
결혼을 하고
집안의 모든 물건과 가족의 물건까지 챙기려니 가끔 기억에 오류가 생기는 것 같다.
물건마다 위치추적기를 부착할 수 없으니
그 어떤
물건이라도
척척
찾아주는
내비게이션 하나쯤 있었음
싶을 정도다. 누군가 이 글을 보고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엉뚱한 바람이라도 가져본다.
그렇다 보니 신랑이
필요해서 구매한
물건을 집
내부에서
분실하는 일이 허다하다
.
엄연히 따지면 분실이 아니고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다.
그도
나도
상당히
불편
하
다.
수개월 전에 알리에서 구매한 신랑의 물건이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반년동안 못 찾고 있는 듯싶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신랑은 자꾸만 내게 어디다 "그냥 대충 짱박는다"라는 말부터 "분명 버렸을 거야"라는
말들로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이에 질세라 "그러게 자기 물건을 왜 거실 아무 데나 두냐고?" 하며 물건을
찾을 때마다
우리는
약간은 장난 섞인
말씨름을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짱 박는다"는 표현이
언제나
듣기가
싫다
.
언젠가
그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짱박는다"라는
표현에
밑줄과 진한 표시를 해둔다.
내가 아무리 정리를 못하지만 적어도 정리하는
순간만큼은
물건을 둘 때 잘 찾을 수 있도록 계산해서 넣어둔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정리해 두고
어디에 있는지 기억을 못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내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정리정돈 능력의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으리라.
사실
그렇게 믿고 싶다. 적어도 기억력의 문제보다는
차라리 정리정돈 능력의 부족으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테니
말이다.
정말 중요한 물건을 찾아야 할 때면 평소
욕을
싫어하는 나도
허공에 대고 홀로
알파벳 A와 C 둘만
조합한
알파벳 송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라도 옆에 있을 때면 알파벳
송조차도
부르지 못한 채 혼자
"아! 진짜!"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물건을 찾는다.
그러나
그렇게도 찾던
물건은
항상
엉뚱하게도 의외의
장소
에서 그것도 내가 늘 열어보는 곳에서 나온다.
오늘도 이 글을 쓰다 다시 한번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물건을 찾아보았다.
글 속에서 답을 찾은 걸까?
그렇게도 찾지 못한 물건을
6개월 만에 거짓말 같이 이
글을 쓰던 중 아주 아~주 손쉽게 찾았다.
"와!! 좋아"라고 기뻐하는 대신 허무한 한숨만 나온다.
"역시
난
짱박지 않았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며 그래도 찾아서
다행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허무해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 아이는 옆에서 한마디 한다.
"등잔밑이 어둡네"
라고... 유치원에서 속담을 배워온 아이는 이 속담을 줄곧 내게 써먹는다.
엄마의 물건 찾는
모습이
아이에게 속담의 예를 보여준
샘이 되어버린 하루다.
내가 AI 인공지능 컴퓨터도 아니고, 어찌 다 기억하랴...
그래 나의 기억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앞으로
버릴
것
버리고,
수납장도
구매하여
다시
정리하고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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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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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어느 주부의 일기
01
얼룩진 마음의 창 닦기
02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다.
03
물건을 찾는 내비게이션을 만들어주오.
04
일상에서 벗어난 우리의 하루
05
오늘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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