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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Sep 16. 2024

얼룩진 마음의 창 닦기

불평불만이 있는 하루 중에도 감사한 일은 있다.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감정과 생각들을 쏟아 낼 수 있는 일기를 쓰다 보니 이것이 일기인지 수필인지 혹은 정체불명의 글인지 알 수 없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어떤 종류의 글이 되었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명확해졌다.


그래서 나는 일기라는 명목하에 정체불명의 글들을 써볼까 한다. 그 안에는 때로는 불편한 감정, 때로는 기분 좋은 감정 등 다채로운 감정이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24. 09. 15. 일요일


오늘 아침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하늘은 야속할

만큼 맑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인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여 어떤 날은

맑은 하늘을 보면 울적했던 기분이 좋아지고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듯한 맑은 하늘이
야속할 때도 있다.


오늘 딱 나의 감정이 배배 꼬인 꽈배기 마냥

그리고 모난돌처럼 참 못나고 유치하다.


무엇이 아침부터  신랑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지 그의 뾰족한 기분을 보고

있자니  역시 이유도 모른 채 기분이

상해 말투가 곱게 나가질 않는다.


짐작 가는 것은 있으나 모른채하고 싶은

그런 마음 다들 한 번쯤은 있을 테다.


하필 시댁 가는 날 아침 사춘기 소년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불만스러워 보이는

그를 보고 있자니 무던한 성격이 아닌

나는 단전 아래에서부터 꼬깃하게

접어둔 불만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게

느껴진다. 


시댁을 가던 중 차를 세차하며 내가 타는

차에 걸레를 챙겨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덜투덜 거리며 투덜이 스머프가 된 신랑이다.


차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 차에 얼룩이

지는 것이 몹시 싫은가 보다. 


그나마 말이 많지 않은 과묵형 스타일이라

길게 투덜거리지는 않지만 평소라면 받아치는

가 조용히 핸드폰을 보며 글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다.


"그래 당신은 투덜거려라!  나는 글을 쓸란다

 얼룩 좀 질 수도 있지!"라며 나라고 불만이 없는

 줄 아냐고...


그냥 사소한 투덜거림이라 이제는 그냥 넘어가는 내공이 나에게 생긴 건지 아님 글로써 지금 이 순간을 해소하는 건지 나는 오늘 무던하게 넘긴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질 않은 채

계속 저기압 상태를 유지하였고 시댁에 도착한

후에도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무뚝뚝해진 나의 말투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종일 찝찝한 마음을 뒤로 한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화할 일을

자꾸 내게 전화하며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이제는 이해 안 되는 것을 굳이 스스로를

탓해가며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이 내 정신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기에

때로는 그냥 무심한 며느리를 자청한다.


아무도 내가 왜 피곤하게 느끼는지

모를 테니까.....


그저 세대차이, 소통방식의 차이, 그리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계에 의한  입장차이

단지 그것뿐이다.


우리는 어머님의 심부름을 마치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을 처음 쓸 때만 해도

코에서 콧김을 뿜어내는 콧불소처럼 혼자

씩씩거리는 마음이 있었으나 글을 쓰다 보니

마음속 콧불소는 어느새 사라지고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하는 마음만 남아있다.


나의 감정을 애써 포장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감정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는 이가 있다면

전혀 공감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공감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글을 통해

오늘의 마음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불만 가득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가 속한 이곳에서 감사함을 찾아내는 것도

내가 살아가는 자세이고 방법이다.


감사한 일들을 기록함으로써 오늘 하루가

엉망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싶어 마치 미루어둔 숙제를 하는 학생처럼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나?' 생각한다.


우선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과 신랑은 더 이상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투덜이 스머프가 된 그와 맞붙어

아이 앞에서 못볼꼴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나보다 더 지루했던 아이가 어쩐지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엄마인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어

감사하다.


아침부터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하루였으나

글을 한 자 한 자 쓰며 피로감을 풀어본다.


그리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 내가 커피수혈을

할 수 있도록 차를 세워준 신랑에게 감사한다.

비록 오늘의 콘셉트가 투덜이스머프였을지라도...


그가 선택한 커피숍 커피는 다소 입맛에 맞진

않았지만 그곳 인테리어가 나의 기분을 한결

나아지게 해 주었다. 그래서 또 감사하다


글을 마무리하던 중에 어느 작가님의 응원 어린

댓글이 차가워진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을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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