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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Oct 04. 2024

산책과 커피와 글쓰기

지루한 대기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만드는 마법

얼마 만에 혼자 하는 산책인가?

차량 엔진오일과 점검을 위해 2시간가량 대기를 해야 하는 나는 오랜만에 산책길을 걸어본다.


가을하늘이 혼자보기 아까울 만큼 맑고 푸르다.

글을 쓰고부터는 의식적으로 하늘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하늘인지 바다인지 싶을 만큼 파랗고 푸른 하늘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어린 친구들은 학교를 가고, 감사하게도 오늘 나는 팔자 좋은 사람처럼 산책하는 시간을 가진다.


다른 때 같았으면 대기하는 시간조차 아깝고 지루했을 텐데 내게 주어진 산책시간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산책을 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우리 동네를 한번 쳐다보게 된다. 아파트가 들어선 곳을 보며 저기가 원래 산이였는지 언덕이었는지, 빌라가 있던 곳인지도 모를 만큼 나는 무심했다.


처음이사 왔을 때 내 눈에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이 그저 불편하고, 조금은 답답했었다. 집에서 10분 15분만 걸으면 은행, 병원, 전철 등 내게 필요한 것이 다 있던 부산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 동네가 나는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서울이라는 수도권가 비교 할 바는 아니지만 내게 부산은 고향이자 추억이고 살기 좋은 곳이다.


이런 내가 경기도에 와서 살게 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그저 수도권과 가깝다는 것이 그동안 내게 큰 매리트로 작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이곳이 좋고, 조용한 우리 동네가 좋아진다.

외진 곳에 위치한 우리 아파트는 걸어 다니기 불편하기에 언제나 차로 이동해야 하지만 시골 같은 분위기의 이곳이 이제는 싫지 않다.


오히려 부산이나 서울에 다녀오기라도 하면 누군가 나의 에너지를 쏘옥 뽑아간 것 마냥 몹시 피곤하다.

나이도 들고, 이곳 환경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산책을 하다 말고 혼자 조용히 사람 없는 커피숍으로 들어와 차 한잔과 먹으면 안 되는 브리또로 배를 채우며 이렇게 여유를 누리며 글을 쓴다.

차를 되찾은 후의 나의 일정은 예약된 도서를 대여한 후 밀린 빨래를 세탁하고, 청소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빠뜨리고 간 도복도 챙겨서 전달해야 한다.

 시간이 오기 전 나는 지금의 여유를 마음껏 누리겠다고 다짐한다.

여유로운 아줌마의 시간을......


커피숍에서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왠지 글이 더 잘 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가 봐도 지금의 내 모습이 몹시 여유롭고 편안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나는 몹시 여유롭고 편안하다.

서비스센터에서 2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문명의 발달로 만들어진 스마트폰이 있기에 배터리만 넉넉하면 어지간해서는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 덕분에 나는 지금 노트북이 없이도 이렇게 글을 쓴다.


이 시간을 영상과 쇼핑으로 보내지 않고 글을 한자씩 써 내려가며 나의 순간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어젯밤 어린 시절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글을 쓰는 나는 또 사라지고 이렇게 미소 지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평일의 마지막날인 금요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고, 기분 좋은 주말을 맞이했으면 한다.


흔하디 흔한 일상 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이 편안함과 기분은 결코 흔하지 않은 나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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