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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Oct 07. 2024

바야바

쌀쌀해진 가을에는 장아치 대신 바야바

무더웠던 여름이 언제 왔었냐는 듯 가을을 제대로 만끽하지도 못한 채 겨울이 온 것만 같이 날씨가 쌀쌀해졌다.


계절이 바뀌어서일까? 아님 머리가 길어져서일까?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다.


청소기를 돌기전에 청소포 먼저 이용하는 나는 바닥에서 먼지 보다 머리카락이 더 많은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매일 청소포로 닦아도 매일 무수히 빠지는 나의 머리카락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든다.


오래전부터 신랑은 나의 잔털이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며 가끔 우스갯소리로 '바야바'라고 부르기도 한다.

브런치 스토리에 이미지 첨부를 위해 Ai에게 바야바를 요청하니 안된다다. 대체 why?


그래서 털북숭이 그려달랬더니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로 그려준다. 원조 바야바와는 판이하게 다르게 생긴 그림 속 털북숭이가 바야바라고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너무 귀엽잖아!




신랑이 바야바라고 놀리면 콧방귀 뀌며 같이 웃는 나는 오늘 아침 청소포에서 나온 내 머리카락을 보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바야바 맞네!" "바야바였어"

바닥에 잔뜩 있는 머리카락을 보고 혼잣말을 해본다.

그래도 '바야바'라는 그 단어가 나를 웃게 만든다.

그리고 원조 바야바를 검색하고는 혼자 실성한 사람처럼 폭소한다.


가끔 이런 이상한 나의 모습에 나도 내 웃음 코드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확실한 사실은 신랑은 나의 웃음코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렇게 놀려먹는 건가?




머리카락도 영양분과 연관이 있기에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이를 먹긴 먹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출산 후에 짧은 커트 단발을 고수하고 가끔 다시 길러도 관리가 힘들어 댕강댕강 커트 치다 올해 또다시 길러본다. 길러도 중단발인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너무 눈에 띈다.


가까운 이웃집 언니가 나를 볼 때마다 펌을 해준다며 머리를 계속 기르라고 하는 덕에 중단발이라도 왔다. 나를 가꾸어 주고 싶어 하는 언니가 늘 고맙다. 나 역시 나의 긴 머리가 더 좋긴 하다.


그런데 왠지 오늘 아침 바닥에 흩어진 바야바의 잔재를 보니 언니에게 말하고 싶어 진다.

"언니 나 커트하러 가야겠어요"라고......


기르고 싶은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니 커트병이 또 도진다.


신랑 역시 나이가 드니 머리카락이 꽤나 빠진다. 우리는 둘 다 줄어든 서로의 머리숱을 보며 웃픈 현실 속에서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한 번 실없는 농담으로 웃음을 만들어 본다.


아직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봐줄 만한 우리의 머리숱이 언제 더 줄어들까 조금은 염려스럽지만 우리에게는 검은콩이라는 희망이 있으니 검은콩 두유라도 열심히 마셔보자며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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