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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Oct 16. 2024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누군가 차려준 밥상

요즘 들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은 비싼 맛집에서 나오는 밥도 아니고, 일류 요리사가 한 밥도 아니다. 그저 내가 하지 않은 남이 차려준 밥이 제일 맛있다.


우리는 예전과는 다른 식사 문화를 가진 세대 간소화된 밥상을 차리지만 식사 준비는 언제나 어렵다. 메뉴를 정하는 것부터 음식 준비와 만들기 뒤처리까지 이 모든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나는 가 요리한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할 때는 먹어야지 하다가 여러 번 맛을 보고 나면 그냥 먹기가 싫어진다. 내가 한 음식 중 유일하게 맛있게 먹는 것은 김치찌개와 김치볶음밥이다.


몇 년 전 우연한 계기로 이웃사람을 알게 된다. 

한 때 이른 아침 이웃의 초대로 나는 10시쯤 하여 이웃과 가끔 아침식사를 하곤 했다.


이웃엄마가 차려주는 밥이 너무 맛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단순히 요리 실력이 탁월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웃 엄마들과 가끔 밥을 먹을 때면 하나같이 "남이 차려주는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라고  한다. 그리고 어쩌다 김밥으로 보답이라도 하는 날에는 내가 해준 김밥이 그렇게 맛있단다.


단순한 인사치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도 남이 차려준 걸 먹어보니 그 말이 그냥 인사만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며 그녀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순간이다.


돌이켜 보니 음식 솜씨가 좋으신 시어머니조차 자신이 만든 반찬을 드시지 않고 늘 물에 말아서 드시는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이런데 여러해 동안 가족들 밥을 차리며 살아온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오죽하실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은 가장 데로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테고 엄마라는 존재는 가장이 벌어온 돈으로 그렇게 가족들 끼니를 챙기느라 힘들었을 테다.


글을 쓰다 보니 늘 반찬과 음식을 해주시려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진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는 왜 이토록 이분의 진심을 몰랐던 것일까?'


친정엄마 역시 마찬가지다. 직장에서 끼니해결을 다 하고 온 내가 요리에 관심 있을 일 없었고, 결혼해서 뭘 해 먹고 사는지 늘 걱정이셨을 테다.

그래서 늘 택배로 보내줄까 물어보지만 나는 No!라고 대답한다.


나는 요리의 어려움을 알기에 굳이 우리 때문에 힘들게 많은 음식을 하시는 시어머니와 멀리서 홀로 가게를 이끌어가시는 엄마가 힘들게 만들어 보내주신 반찬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게 싫었다.


얼마나 수고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나의 마음도 편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내 마음뿐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도 들여다봐진다. 시어머니께서 반찬을 주시는 것은 단순히 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늘 내가 좋아하는 진미채도 넣어주셨다. 그리고 꼭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라 하신다. 요리에 관심 없는 며느리가 집에 있으면서 끼니나 제대로 챙겨 먹나 싶었을 테다.


친정엄마 역시 기본적인 요리만 하는 내가 늘 마음 쓰였을 테고 혹여나 귀한 사위 굶기는 것은 아닐까 염려스러웠을 테다.


그렇다.  나는 때로는 신랑을 굶기기도 한다.

대신 내가 잘하는 것 중 그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기꺼이 해준다. 나는 샐러드, 샌드위치, 햄버거, 토스트, 김밥, 김치찌개, 미역국, 볶음밥 이정도는 맛있게 잘한다고 자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것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나도 좀 더 배우긴 해야겠다.


굳이 내가 잘하는 것도 나열하는 이유는 혹여 독자들이 나를 양심없는 여자라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 의식하여  써본다. 남을 의식 할 필요가 없다지만 타인의 의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든가보다.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가끔 신랑이 요리를 해주면 그의 뒷모습이 진심으로 아름답게 느껴지며 신랑이 해준 음식은 뭐든 맛있게 잘 먹는 불량주부다. 물론 신랑의 요리 솜씨가 탁월하긴 하다. 하지만 내가 안 해서 더 맛있는 것 같다. 


결론은 남이 차려준 밥은 어지간하면 다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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