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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도담도담
Dec 11. 2024
매순간 배우는 인생
그녀에게 한 수 배우다.
오랜만에 유쾌한 그녀를 만난 이른 아침!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녀가 평일날 쓰는 연차
날짜
에 맞추어
나는
미리
대기
번호표를 뽑고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린다.
만나면 유쾌한 그녀는 나를 충전시켜 주는
묘한 능력이 있다. 물론 서로 자주 만날 수 없으니 그런 여운은 늘 남는다. 나는 이런 여운이 좋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에는
언제나
약간의 여백을 남겨두곤 한다.
우리는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샤브샤브 가게로 들어가
맛있는 샤브샤브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문득 그녀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아주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넌 미래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어?"
(
명랑 쾌활하게 질문)
나의 질문이 그녀에게 어떻게 들렸던 걸까?
평소 유쾌한
그녀는
진지하게
내게 대답했다.
"언니 난 아들 독립시키고 어떻게든 신랑과 함께 노후를
책임지고 대비해야지! 아들에게 짐
을 주고 싶지 않아"
그녀의 대답에서 진심과 간절함이 느껴졌고,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내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눈물이 뚝뚝 흘렀다.
밥 먹다 이게 왠 주책이냐 했겠지만......
내게는
동생의 대답에 눈물 흘릴 만한 기억, 사연이
있었고, 그리고
내 질문의 의도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기에 그녀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사실 내
질문의 의도는
조금
현실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 일종의 로망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T성향이 강한 그녀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대답에 대한 깊은 속내를 듣고 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친정엄마의 생각도 났고,
내가 알던 유
쾌한 그녀의 모습 뒤에 숨겨둔 깊은 속마음을 듣고 그녀의 모성애와 책임감을 나는 배워야 했다.
물론 나 역시 나의 아이에게 짐이 될 생각도 짐을 줄 생각도 없다. 하지만 좀 더 능동적으로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배워야 했고,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느끼는 거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참 맞는 말이다.
상대방에게 배
울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마음 한구석이 한참 찌릿하고 목이 메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동기가 내 친정부모님이고 한때 그분들의 삶 속에 있던 나는 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눈물로 보내던 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년에 접어들어 조금은 어른의 세상에 발을 한 발짝씩 내딛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막연한
두려움과 동시에 막연한 희망과 긍정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긴긴 대화를 이어나가며 서로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서로가 달라서 그리고 비슷해서 좋은 점 등을 알게 된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사람은 각기 다른 모양의 테트리스를 맞추어가며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도 친구도 가까운 지인도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테트리스처럼 서로 맞추어갈 때 그 관계가 성립되고 이어진다.
엊그제 만난 사이 같지만 우리는 꽤 오랜 시간 함께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한 때 내 마음이 너덜거리는 휴지처럼 금방 찢어질 것만 같을 때
그녀는
언니처럼 내
곁
에서
위로를
해주고,
나를 웃게 해 준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몹시 마음이 쇠약해져 있었던 나의 과거 속에 그녀가 함께 있어 주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모진 파도 속에서 깎이고 깎여 둥근 바위가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나의 바위는 뾰족함을 장착하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둥근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가끔은 나보다 더 언니 같은 그녀의 모습에 때로는 타고난 성격인가
싶고, 때로는 유쾌한 모습 뒤에 숨겨둔 참된 어른인가
싶지만
중요한
것은
그
웃음 뒤에
보이지 않는 성장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그녀가 언제나
지금처럼 밝고 유쾌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그녀에게 또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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