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서 리더가 되어야 하는 나름대로 충격적인 계기를 느낀 이후 내가 가졌던 변화 중 효과적이었던 노력 중 하나는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 장소로 나는 공공도서관을 택했다. 나는 아직도 저녁이나 휴일의 여유시간에 가까운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요즘 도서관은 창밖을 보면서 앉을 수 있는 책상도 있고, 중심에 탁 트인 큰 책상에 앉아도 둘러보면 아늑한 책장배치와 기분을 새롭게 하는 칼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다.
커피 한잔과 내가 즐겨 쓰는 이면지뭉치를 올려놓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써 본다. 이메일을 열어서 밀린 일을 다시 찾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팀업무에 관심이 있는 매니저라면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만으로 충분히 중요한 사항들이다. 이때 자기에게 맞는 필기감을 갖춘 펜을 찾아서 써보기를 권장한다. 나는 아직도 필기감이 좋은 펜 한 종류를 5년 넘게 개인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한다.
최소 15~20여 가지의 업무가 메모된다. 나는 이를 천천히 보면서 다음 작업들을 한다. 참고로 아래의 작업들에 중요도 차이는 없다.
우선순위를 매겨본다. 그룹화해 본다. 팀업무, 조직관리, 환경안전, 개선 및 원가절감 등. 언제까지 하면 좋을지 일정을 적어본다. 각 업무의 결과물을 받는 부서를 적어본다. 이 일 중에 내가 직접 처리해도 되는 일, 팀원의 성장을 위해 맡길 일, 팀원과 나누어할 일은 어느 정도의 단계까지 내가 할지 결정해 본다. 그리고, 맡겨야 할 업무는 누구에게 줄지 결정해 본다.
단, 적어진 메모에는 결과를 내어야 할 업무 외에 반드시 리더로서 내가 해보고 싶은 일, 즉 정성적인 일이 다수 포함되는 것을 추천한다. 가령, 조직구조의 변경제안, 전사적인 업무흐름에서의 새로운 포지션의 필요성, 생산라인의 인원배치 변경, 생산라인별 제품의 단순화, 고객사를 설득시킬만한 제안 등.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실행되지 않아도 된다. 나의 경우에 몇 가지 이상적인 메모사항은 2년여 넘게 리스트에서만 맴돌다가 지워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쌓이면 팀원들과의 개선회의, 향후 조직의 최적화가 필요한 시점에 높은 수준의 피드백을 줄 수 있고, 안건의 장단점을 쉽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게 해 줄 수 있다.
커피 한잔과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그리고 잠깐씩 스마트폰을 보는 여유와 함께하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를 절대 업무로 보지 말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여유라고 느끼면 좋겠다. 초기에 나는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 충분히 일에 익숙해진 지금도 두어 달에 한 번 이상은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회사 노트북은 눈에 띄지 않는 환경이어야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