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의 인생 그래프는 완만하게 그려져 왔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래프의 한 점 한 점을 채우는 과정은 치열했고 다시 거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지만... 직장에서의 지위도 경제적 상황도 특별한 점프 없이 그렇게 흘러왔다. 직장생활도 18년 차에 팀장이 되어 일반적인 규모의 기업체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시기였고, 남들처럼 재테크에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기에 큰돈을 잃거나 얻어본 적도 없다. 재테크는 지금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주식, 펀드, 코인, 경매, 공매 등 많은 단어들이 유혹해 왔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은 직장 생활 10년 차 즈음에 단 몇 개월 정도 주식을 했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는 큰 욕심이 없다. 와이프는 내가 특별히 사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해외여행처럼 시간을 투자하여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을 의아해하기도 하면서 이 점을 존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감사해하기도 한다. 욕심 없는 삶에서 모험을 하지 않았고 내게 주어진 것 이상으로 요행을 바라지 않았고, 내가 받았고 가지고 있는 한도에서 삶을 꾸려왔다.
문득 한 가지 바람을 갖게 된다. 이런 삶 속에서 언젠가 나의 그래프는 정점에서 내려가겠지만 올라갈 때처럼 완만한 그래프였으면 하는 바람말이다. 분명히 지금의 나의 인생 그래프는 정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다. 정년까지는 10여 년 남았고 회사에서의 위치나 내 월급은 당분간 올라갈 것이고, 퇴직하는 시점에는 정점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퇴직한다면 내 인생 그래프는 급격하게 꺾일 것이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그래도 가볼 만큼 가보고 많이 벌 수 있을 때 잘 모아두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주변을 보고 방송을 보면 결국 노후에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일의 수준에서 자신의 가치가 낮아짐에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고, 수명은 점점 늘어가기 때문에 상실감을 갖는 노후의 일상은 더 증가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일찍 내 그래프가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하더라도 새로운 일로 70세, 75세까지 내 가치를 가지면서 완만한 그래프를 만들고 싶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경험과 지식을 갖추었다면 아직 50대 초반은 사회적으로 존중을 받으면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정과 시간을 쏟을 체력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시작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 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내 일상을 벗어나서 도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매우 약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