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

조금 어지러운 내 꿈에 관하여

by 겨울나무

대화 주제가 꿈이라면 나는 할 말이 참 많다. 왜냐하면 꿈을 매일 꾸기 때문이다. 과장 좀 붙이면 4k까지는 아니고 1080p 화질로 매일 시청한다. 빠른 장면 전환으로 그 어떤 영화보다 박진감 있다. 예전에 꿨던 꿈을 이어서 다시 꾸는 경우도 많다. 바로 다음날 이어서 꾸거나 몇 년 만에 이어서 꾸기도 한다. 대체 몇 년 전 꿈을 왜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가끔 정말 잘 만든 영화처럼 그 꿈이 지나치게 웅장하고 심도 있으면 참 재밌다.

꿈은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밤새 영상을 내보내다가 과열된 빔프로젝터 마냥 지친 채로 일어난다. 낮에도 꿈 내용이 기억이 나서 머릿속을 차지할 때는 시간마저 꿈에 뺏기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은 잠이 휴식이라는데, 나는 잠들기 전에 긴장하면서 잠에 든다.

꿈속은 시간이 빨리 흐른다. 며칠에서 한 달 가까이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럼 나는 체감상 현실보다 꿈속에 사는 기간이 길다고 뇌가 착각을 한다. "사실은 현실과 꿈이 반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만약에 꿈이 평행세계에 나와 연결해 주는 장소라면 저쪽 세계에서는 내 인생을 꿈으로 보고 있을까? 음 저쪽에 비해 내용이 지루하다. 인생을 좀 더 재밌게 만들어봐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럼 힘든 일이 있어도 유쾌하게 넘길 수 있다. 꿈속에 주인공이 내가 아닐 때도 있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 나를 관찰하고 평가하는 내용일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잠에서 깨면 오싹하다.



술이 본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던데, 나는 술에 취해도 졸려서 해롱거리기만 한다. 옆에 인물 얼굴이 잘 안 보일 정도가 돼도, 다들 멀쩡해 보인다고 한다. "그럼 다른 사람 머릿속은 무언가 다르나?"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렇듯 아무리 취해도 평소처럼 덤덤하게 스스로를 잘 통제하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꿈은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 모습이 드라마에서 취객이 사고를 일으키는 장면과 닮았다. 내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어떤 기억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어떤 순간 죄책감을 갖는지, 어떤 일에 수치심을 느끼는지, 누구를 가장 보고 싶어 하는지, 꿈에서 거의 전부 볼 수 있다.


며칠 전 금요일 오랜만에 악몽을 꿨다. 덕분에 "나 지금 많이 행복하구나"라고 실감했다. 정말 1~2년 전까지만 해도 악몽이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꿈이 신기해서 꿈해몽이 취미였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악몽이 늘면서 해몽을 보는 것이 불쾌해졌다. 나는 잘 살고 있는데, 꿈해몽 따위가 내 정신 상태를 비난하는 거 같았다. 서서히 어차피 뻔할 꿈해몽도 안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악몽의 주기가 서서히 길어지더니 요즘에는 잔잔한 영화뿐이었다.

나는 지금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행복을 누리고 있다. 감사하는 것을 잊고 지내서일까? 꿈은 오랜만에 나를 건드렸다.

나의 뻔한 악몽의 과정
: 주로 꿈에서 무언가에 쫓겨 괴로워한다.
질릴 만큼 같은 장르에 인물만 달라질 뿐이다.
꿈속에서 그 공포가 극이 달할 때쯤
조금씩 현실에서 내가 숨을 거칠게 쉬고 있음이 아주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때까지는 아직 꿈이 진행 중이다.
약간 더 깨면 잠을 자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꿈을 꾸는 중이라는 생각이 겹친다.
잠에서 완전히 깬 후 내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하며 조금씩 진정한다.

매일 생생한 꿈을 꾼다고 하면 흔히 "잠을 깊이 못 자서 그렇지. 숙면을 취하려고 노력해 봐."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10년 넘은 삶의 일부인 꿈을 안 꾸게 된다면 나는 그 공허함을 견딜 수 있을까? 사람 심리가 참 이상하다. 오래 만난 연인과 헤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존재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괴로워하면서도 놓는 것도 어려워한다. 나는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벗어나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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