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귀여움'을 정의해 보자.
일단 '사랑스러움'이 '예뻐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면, '귀여움'이란 완벽하지 않음에서 오는 사랑스러움이다. 완벽하지 않음은 뭘까? 실수하는 인간미가 아닐까? 즉, 실수 좀 해도 예뻐해주고 싶은 마음이 '귀여움'인 것 같다.
지금 떠오르는 귀여운 존재가 있나?
단발머리에 동글동글해지는 엄마의 뒤통수부터 디즈니 캐릭터까지 내가 귀여워하는 존재는 수만가지지만, 가장 최근에 좋아했던 사람을 떠올려봤다.
이전에도 꽤 마주쳤지만, 바르고 착실한 사람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사람이 넘어질 뻔하다가 후다닥 거리면서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게 됐다. 덩달아 나도 같이 놀랐다가, 안 넘어진 걸 보고 안심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심장에 쿡 박혀서 그 사람이 계속 생각이 났다. 꼭 완벽하고 멋있어야만 마음을 움직이는 건 아닌가 보다.
나는 귀여운 존재를 보면 속으로 내적 비명을 많이 지른다. '으악!!! 귀여워!! 내가 많이 아껴줄게..!' 이런 식으로 웬만한 오글거리는 말을 마다하지 않으며 난리부르스를 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눈을 질끈 감고 만다. 어떠할 때는 참지 못하고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강한 귀여움에는 "꺄악!~" 거리면서 허공에 북을 치기도 한다.
귀여운 존재를 발견하면 심장 앞에 아주 작은 심장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다. 그 조그마한 심장이 이리저리 춤추며 간지럽히는 것 같다. 간지러워서 실실 웃다 보면, 이런 내 모습이 민망해서 "크흐흐흣" 거리면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난다.
참고로 우리 언니는 그 존재에 원을 그린다. 예를 들어 맛있는 케이크를 한 입 먹고 케이크 주변에 원을 그리고 다시 한 입 먹고 그걸 반복한다. 마치 강아지였다면 쓰다듬어줬을 거 같은 제스처가 아주 소중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 그러고 보니 학창 시절 연예인 포토카드 앞에서도 원을 그렸던 것 같다. 때론 그 원이 방패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무도 안 뺏어먹는 걸 알아도 왠지 보디가드처럼 지키려는 의미로 보인다. 친언니는 아무래도 원 그리기가 귀여워하는 신호인가 보다.
남동생은 고양이를 아주 좋아한다. 보면 어떻게든 못 괴롭혀 안달이다. 항상 털을 거꾸로 쓰다듬다가 물리고, 배를 만지다가 도망가고, 고양이 옆구리에 얼굴을 들이댄다. 고양이 한정 목소리가 4 키 정도 올라가며 인간에게 절대 하지 않는 친절함을 보인다. 그렇게 양 옆으로 길게 웃는 입모양에 '뿌듯하다'라고 글자가 써져 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뭐야... 왜 저래?..."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