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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미 Aug 21. 2024

돌이야. 누나는 아직 널 못보내겠어.

애도에 대하여....

돌이야.

올해 여름은 많이 덥단다.

저녁무렵 산책나온 강아지들이 더위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네가 아픈채로 올해 여름을 맞았다면 털이 많은 너는 건강할 때 보다 많이 힘들었을까? 그랬겠다. 힘들지 않게 여름이 오기 전에 간게 나은 걸까... 누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그래도 여전히 네가 힘들더라도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기적인 생각을 하고만단다...


누나는 너를 보낸후, 너와 걷던 동네길 산책은 못하고 있어. 볼일보러 가끔 아파트 단지를 걸어나갈 때도 곳곳에서 네가 떠올라 누나는 좋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하염없이 슬프기도 하고 그렇단다...

너는 여름에 태어난 아이여서인지 털이 많은 스피츠종인데도 여름을 힘들게 나지 않았던것 같아. 여름엔 뜨거운 볕을 피해 밤에 산책을 나가길 즐겼고 돌아와서도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았지. 아이스팩을 가져다 주어도 별로 반기지 않았고  그저 현관 앞 대리석위에 몸을 뉘이는 정도가 네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었어. 아마 많이 더웠을거야. 그래도 묵묵히 너는 여름 산책을 즐겨주었어. 밤에 형아가 퇴근하고 돌아와 셋이 같이 걸을때면 네 엉덩이는 기쁨으로 한층 더 실룩실룩 거리곤 했지.... 더운 걸 이길 만큼 너는 우리와 함께 산책 나가는 걸 좋아했던 거야.... 고맙다.... 못견디게 더워도 우리곁에서 함께 산책하는 걸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워...


형아와 밤산책하면 유난히 더 좋아했던 너


얼마전 누나는 마트갔다가 순돌이 엄마를 우연히 만났어. 순돌이 기억하니? 예전에 살았던 집의 옆집에 살던 너보다 한살 어린 페키니즈 강아지 순돌이. 너랑 순돌이는 앙숙이었지. 실제로는 몇 번 못만났으면서 너네 둘이는 예민한 귀로 서로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사람들 모르게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소리로 아웅다웅을 했던 것 같아.

한번은 그런 일도 있었지. 너랑 순돌이가 산책하다 우연히 밖에서 만났는데 오랫만에 만나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누나와 대화를 나누는 순돌이 엄마목소리에 네가 순돌이인 줄 알아채고 막 짖었던 것. 순돌이도 누나 목소리를 알아채고는 지지 않고 짖었지.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귀여웠던지. 순돌이 엄마와 한참을 웃었던 게 생각 나.  너네 둘은 만나도 아무 짓도 못하면서 괜히 서로를 보고 짖어 대기만 했어. 체구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남자아이여서 였을지도 모르지만....왜 그렇게 너네 둘은 서로 견제했니?  사이가 좀 좋았다면 같이 산책도 하고 좋았을텐데 말야.... 순돌이가 아마 너에겐 괜시리 힘겨루기하기 좋은 앙숙 친구 같은 존재였나봐.

순돌이는 여전히 허리가 좀 아프지만 잘 지내고 있대.



순돌이 엄마는 네가 하늘나라로 갔단 이야길 듣고 우시려고 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너를 애도해주었어. 누나는 그 애도가 참 고마웠다.

너는 분명 엄청나게 귀한 누나의 알맹이였는데 네가 떠난 후 누나는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어. 네가 하늘나라 갔다고 이야기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엉엉 울기도 너무 많이 울었고, 엄청나게 위로도 많이 받았어도.... 어쩐지 누나는 좀 세상에 화가 나 있었어. 이상하게 막 억울했어.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이제 네가 떠나고 4달이 넘어,  순돌이 엄마를 우연히 만나 너에 대한 애도를 듣고 깨달았어.

누나는 네가 떠났는데 사람들이 너는 애도해주지 않고 남겨진 누나만 걱정하는 게 화가 났는지도 몰라. 세상에 둘도 없는 존재. 돌이가 사라졌는데 왜 제대로 이 아이를 애도해주지 않아요? 하고 막 아무데나 따지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사람한테 하듯 우리 돌이한테도 그 삶이 안타깝게 사라진 것을 애도주세요! 남겨진 내 걱정은 필요없어. 그간 내가 잘 알아할테니. 이 귀한 존재가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좀 더 슬퍼해달란 말이야.... 하고 소리치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그래서 누나가 너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몰라....


사실은 지난 봄 네가 떠난 후 많은 이들이 네가 하늘 나라 간 걸 애도해주었어. 너의 첫 친구였던 담이와 도비의 엄마도, 네가 좋아했던 윤이 누나도, 네가 너무 좋아했던 문호리 애견카페 문리버펫의 달이엄마 사장님도, 너를 만나게 해준 제이미씨도, 누나의 친구인 제비 엄마도, 하늘나라에 먼저 간 포터의 엄마도...미용실 하시는 루루엄마도... 아마도 네가 하늘나라로 간 걸  알 수만 있다면 너의 강아지 친구들도 분명 너를 애도 했을 거야...

생각해보면 너를 애도해 준 이들은 대부분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어.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내서 고통스러웠던 이들이었고 혹은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하는 이들이었네....



너의 친구들. 담이와 도비와 달이. 이때 정겹게 같이 간식을 나눠 먹었지.


그 애도만으로는 부족했던 걸까... 누나는 지난 4개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 엉엉 울곤 하는 누나에게 펫로스증후군 상담을 받아보라는 조언이 제일 불편했어. 부모를, 형제를, 자식을, 배우자를 잃는다고 무슨무슨 로스증후군이라고 규정짓고 상담을 받으라고 하지 않잖아.... 제일 소중한 걸 잃었는데 그걸 펫로스증후군이라고 쉽게 이름 붙혀 그 슬픔을 폄하하는 것 처럼 느껴졌어. 물론 그 용어가 유행어고 다들 누나를 걱정하는 좋은 마음으로 하는 조언인 걸 알지만..... 그 전에 네가 하늘 나라로 간게 참 안타깝다....그 슬픔을  조금은 이해해보려 할께....였다면 좋을텐데.... 아니, 그 보다  진심으로 너를 하나의 생명으로서 애도해주었다면 그걸로 족했을텐데....


사실 누나는 여전히 억울하고 화가 나있어. 아니 후회하고 침울해 있어.

어쩌면 진심으로 너를 애도하고 있지 못하는 건 누나 일지도 몰라. 너를 아직도 보내지 못해서....

네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누나는 아직도 못 받아들이겠어...


돌이야... 부르면 발톱소리 착착착내면서 이제라도 누나 옆으로 올 것 같은

돌이야....



202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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