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윤 Jul 03. 2024

산책을 4시간이나 하는 강아지가 있다?

실외배변에 대해서.

애초부터 식빵이가 실외배변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식빵이도 또한 실내배변을 잘하는 강아지였고, 문제라고 할 건 아무것도 없던 아이였다. 주인인 내가 자취를 했었던 게 화두가 되었다.


식빵이는 본가에서 키우고 있었고, 나만 따로 나와서 자취를 하게 되었던 시절 엄마가 식빵이를 데리고 내 자췻방을 오가면서 식빵이가 밖에 있게 된 시간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많게는 4시간까지 산책을 하는 날도 있었다. 하루에 매일매일 그렇게 3~4시간씩 엄마와 내 자취방을 오가게 된 식빵이는 결국 실내에서는 배변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오늘의 제목은 『산책을 4시간이나 하는 강아지가 있다?』이다.



실외배변도 실외배변인데 비오는 날은 주인에게 난이도가 헬이된다. 그날은 강아지가 온통 비에 젖는 날. 비옷 같은 것도 해보았는데 소용이 없었다. 식빵이 전용 우산인 초대형 우산을 씌어주고 나가긴 하지만 강아지가 어쩔 수 없이 젖는다고 봐야한다. 갔다와선 목욕도 해야되고, 손이나 발에 습진 생기지 않게 잘 말려주는 거 목욕보다 더 중요한게 잘 말려주는 것이다. 대부분 강아지들을 몸을 잘말리지 않아 피부병이 생긴다고 한다. 오히려 식빵이 담당 의사쌤은 자주 씻겨주지 말라는 방침을 어렸을 때부터 받기도 했다. 


하지만 강아지에게 가장 좋은 건 실외배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책을 하는데 배변까지 함께 하는 강아지는 너무나도 행복한 강아지라고, 그래서 강아지가 실외배변을 하게 되었으면 실내배변으로 바꿀 순 없다고 하더라... 그렇다 실외배변하는 강아지는 다시 실내배변을 할 수 없다. 실내배변으로 바꾸려면, 강아지가 문 앞에서 실외배변할 때까지만을 기다리다가 실수할 때를 엿보고 배변하는 곳에 데리고 가야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만큼 강아지한테 불행한 게 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집 식빵이는 내가 아픈 날에도 설사병이 도진날에도 식중독이 걸린날에도 무조건 데리고 나갔다. 식빵이는 매일매일 한 번 이상은 야외 산책 및 실외배변을 한다. 얼마나 행복한 강아지인가!


좋아하는 것만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식빵이가 싫어하는 것도 물론 있었는데... 양치하는 것을 그렇게 싫어한다. (양치에 관해서는 다음에 올려보도록 하겠다)



어제는 비가 엄청 왔다. 비가 오는 날 일수록 식빵이가 반려인이 산책하는 걸 힘들어한다는 걸 아는 것인지 물을 잘 안먹는 것 같다. 그래서 비오는 장마철에는 그래도 착한 식빵이 덕분에 산책하는 숫자가 적어진다. 물론 식빵이가 의도해서 물을 적게 먹는 것은 아니겠지만, 흐린 날에 활동을 잘 안하고 잠만 자서 그런 경우도 있는 것 같다.(식빵이는 워낙 개복치라 잠에서 잘 깬다.)


식빵이는 배변을 하고 싶으면 항상 날 찾아와서 눈짓을 보낸다. 급할 때는 의자에 앉은 나한테 손을 들어보이며 끄응끄응 거리기 바쁘다. 보통은 끄응끄응 거리기 전에 나가지만, 예외적으로 식빵이가 물을 많이 먹거나 배가 아파서 설사를 해야할 때 주로 그런다. 



대체적으로 이런 눈으로 산책 가자고 많이 그런다. 어떻게 저런 눈으로 산책 가자고 그러는데 어떻게 모른 척 할 수가 있겠는가! 근데 몇번은 모른 척 하기도 했었다. (내가 많이 아플 때), 또는 이유없이 무기력해질 때 그때는 식빵이겐 미안하지만 실외배변 가자는 첫번째 신호를 무시하기도 했었다...(언니가 미안해..) 식빵이가 바닥에 실수를 하거나 이불에 실수를 한 적은 단여코 없지만, 참고 있단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식빵이 방광은 내가 지켜야지! 근데 이 이야기는 정말 가끔씩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보통은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간다. 갓 떠준 맑고 시원한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기에 산책 다녀오면 사료밥과 물을 떠주고 손발과 똥꼬와 소중부위를 강아지전용 물티슈로 닦아준다. (이방침도 손발이 자주 물에 닿으면 습진이 생길 수 있다는 수의사선생님의 말을 듣고 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어쩐지 이별 에세이가 아니라, 식빵이 전용 일지가 된 것 같아 조금은 민망스럽다..

식빵이는 실외배변러 강아지가 되었지만, 주인인 저는 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아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실외배변이 훨씬 강아지에게 좋다니까,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방금도 산책을 다녀왔는데요. 응아를 해줘서 더러운 것이 아니라 정말 안심이 되고, 상쾌합니다!



오늘도 『죽지마! 강아지, 나랑 같이 살자』를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