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르신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촬영은 이제 익숙하다. 처음엔 어색해하시던 분들도 시간이 흐르며 점점 다양한 포즈를 취하시고,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미소를 지으신다. 그런데 할아버지들을 촬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아니, 아마 평생 어려울 것 같다.
오늘 한 할아버지와의 촬영도 그랬다. 손에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신 할아버지께 "자, 사랑해라고 말해 보세요"라고 부탁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하시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침내 입을 떼셨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오래 걸렸다.
나는 조금 더 다가갔다. "할아버지, 앞에 여자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 친구에게 꽃을 건네면서 사랑해라고 말씀해 보세요." 잠시 머뭇거리시던 할아버지는 큰 결단이라도 하신 듯 장미꽃을 내밀며, 힘찬 목소리로 "사랑해!"라고 외치셨다.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기다리던 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으로 남편한테 꽃 선물을 받고, 사랑한다는 소리를 들었네."
그 목소리는 한평생을 함께 살아온, 무려 60년을 부부로 지내신 할머니의 것이었다.
카메라 앞에서의 단 한마디가 할머니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6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어. 오늘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신 할아버지께서는 얼떨떨해하시더니, 이내 할머니의 밝은 모습을 보고 "사랑해, 여보, 사랑해"를 연거푸 외치기 시작하셨다. 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촬영 후에도 할아버지는 6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랑해"라는 말을 쏟아내셨다. 마치 그동안 못다 한 사랑을 만회하려는 듯.
그 장면은 단순한 사진 촬영을 넘어, 두 사람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야기를 담아내는 순간이었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사진을 찍는 이 순간, 나는 단지 아름다운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다리를 놓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다. 오늘, 나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에게 "사랑해"를 전한 두 분의 순간을 담았다.
그 순간은 단지 한 장의 사진이 아니었다. 그것은 60년의 세월이 녹아든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날들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오늘이 당신 인생 최고의 날이라면 나 또한 그 순간을 함께한 최고의 하루였다.
"사랑해." 그 말의 힘은 오늘도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