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밝은 내 모습을 매일 보면 긍정으로 변화한다

by 정영호

어느 날 독거노인의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은 5평 남짓한 작은 원룸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묵직해진다. 집안은 어둡고 삭막했다. 특별한 가구도 없고, 낡은 TV 하나와 옷걸이에 걸린 몇 벌의 옷이 전부였다. 벽에는 오래된 가족사진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배경도 어둡고 사진 속 표정도 밝지 않았다.

그 순간 생각했다. 이 어두운 공간에 조금이라도 빛을 넣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그래서 어르신의 프로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입을 활짝 벌리고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말이다. 사진을 찍은 후 파스텔톤의 아크릴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밝은 액자가 어르신의 방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를 바랬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기 자신이 활짝 웃는 모습을 본다고 상상한다.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밝게 웃는 자기 모습을 본다는 건 단순히 사진을 보는 게 아니다. 그 사진이 매일 "나도 이렇게 밝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알려준다. 그러면 아침을 시작하는 마음도 분명 달라질 거라고 믿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단순 노출 효과라고 설명한다. 반복적으로 어떤 대상을 보면 그 대상에 대한 호감이 생기고 낯섦이 사라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거울에 비친 좌우 반전된 모습에 익숙하기 때문에 사진 속 자신의 진짜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매일 밝은 표정을 한 자신의 사진을 보면 어색함이 점차 사라지고 자기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사진은 단순한 액자가 아니다. 어르신이 매일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거울 같은 것이다. 그 속의 밝은 웃음이 매일 "내가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작은 변화가 삶을 바꾼다고 믿는다. 방 한구석에 놓인 밝은 액자 하나가 어르신의 공간과 마음을 조금씩 바꾸고 그 사진이 전하는 긍정의 힘이 하루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사진, 대인관계를 잇는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