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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호 Dec 03. 2024

아름다움은 강점을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어르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75살이에요.”       

맑은 눈빛에 잔잔한 미소를 띤 어르신은 나이를 말하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예뻐요?” 내가 물었다.  

“매일 밤 세수하잖아요. 잠자기 전에 세수만 잘해도 피부가 좋아진답니다.”       

어르신은 얼굴을 손으로 가볍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얼굴에 주름 많은 사람들이 이해가 안 돼요. 그냥 세수만 잘하면 되는데…”       

어르신의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동시에 뭔가 울림이 있었다. 단순한 세수라는 행동 하나에도 어르신은 삶의 긍정과 자기 관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나는 사진 찍는 사회복지사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여주는 일을 한다. 나는 그들에게 자주 말한다.       

“당신도 모르는 당신의 아름다움을 제가 찾아드립니다.”     

  

그날도 어르신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사진을 찍을 때 나는 의자에 앉지 않는다. 내가 앉으면 어르신들도 자연스레 앉게 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항상 서서 어르신들과 함께 자유롭게 움직이며 촬영한다.       

그러나 이날은 조금 달랐다. 75세의 어르신은 촬영이 길어지자 힘들어 보였다.  

“지팡이를 짚고 찍어도 되겠냐?”는 어르신의 말에 나는 의자를 권했다.  

“앉으셔서 편하게 찍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어르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서서 찍자. 얼른 찍으면 되잖아.”       

그렇게 우리는 계속 서서 촬영을 이어갔다. 그녀의 주름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피부가 카메라 속에서 반짝였다. 하지만 숨을 고르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그 후, 또 다른 촬영이 이어졌다. 이번엔 91세의 어르신이었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오실 줄 알았지만, 기대와 달리 튼튼한 두 다리로 당당히 걸어오셨다.       

“어르신, 조금 힘드시면 앉으셔도 돼요.”  

“앉기는 왜 앉아! 나 이 다리 아직 튼튼하다고.”       

어르신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스스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촬영을 즐기셨다.  

“한 번 더 찍어볼까요?”  

“좋지! 이번엔 내가 더 멋지게 서 볼게.”       

그 모습은 정말 당당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아름다움은 외적인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약점 대신 강점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75세 어르신은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가진 강점이 있었다. 91세 어르신은 튼튼한 두 다리로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각자의 강점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91세 어르신께 사진을 보여드렸다.  

“이게 정말 나라고? 내가 이렇게 멋져 보이다니.”  

“그럼요, 어르신.”       

나는 이런 순간을 기록하고 싶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찍는 사진은 단순히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강점과 삶의 태도를 담아내는 한 장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조용히 카메라를 든다.

그들의 아름다움이 그들 자신의 강점 속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우리가 모두 자기만의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면, 삶은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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