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미래, 하면 죽음.
죽음, 하면 자유.
자유, 하면 사랑.
사랑, 하면 평화.
나는 이따금씩 미래를 생각한다. 이 다음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야기는 어디에 도달하게 되고 또 흘러가서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하고. 그러면 이 상상의 나래는 언제나 죽음으로 귀결된다. 마치 블랙홀처럼, 세상 모든 것들이 우리가 죽음이라 칭하는 것으로 빨려 들어간다. 무(無)의 상태. 아무것도 없는. 공허.
그렇게 한바탕 허무와 씨름하고, 다시 지금으로 빠져나오게 되면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진다.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듯 나 또한 죽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되새기고 너 또한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지금은 지금 뿐이라는 초연함이랄까. 산다는 것은 정말 찰나라 이상 더 바랄 것이 없게 되어버린다. 실상 어떤 물리적 변화도 없지만 죽음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 무욕의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유의 상상. 너무나 자명한 끝이 정해져 있으니, 또 한정된 시간임이 확실하니, 나 이외의 것에 대한 관심은 사라진다. 타인과 사회의 시선은 이제 저 블랙홀에 비하면 너무나 약소한 것이니 나는 마음껏 내 마음을 존중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한다. 죽음은 철저히 개인적이니, 삶 또한 개인적이리라.
아름답다. 일분 일초가 나의 자유에 따라 변화하는 이 세계는. 내가 인식하고자 하는 소리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혹은 음악) 에 따라, 관심을 기울이고자 하는 시선 (햇빛에 반사된 풀꽃들, 빈 의자, 시계, 거리에 사람들) 에 따라.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감히 예기치 못하는 일들이 펼쳐지며 그 모든 조합들이 흥미롭게 전해지는 이 세계란. 아름답다.
사랑할만한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는 세상. 지금에 서서 사랑하는 것들만 담으면 되는 세상. 나는 너를 사랑하고 또 너를 사랑하고 또 다시 너를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만 하다가 죽음으로 도달하겠지. 그 끝이 기다려진다. 어느새 생존은 사라져 에너지가 필요없는 곳. 영원한 안식.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