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돈이 될 수 없다. 융복합 인재라는 말로 아무리 떠들어 봤자 기업은 그를 원하지 않는다.
비판적사고와 주체성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이해가 된다. 한때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이 나의 진로에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알고 세상을 알게 됨으로써 자기소개서를 멋들어지게 쓸 수 있고 면접에서도 자신넘치게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을 조금 넘어온 지금.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만족시키는데 관심이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내세울수록 나는 그것을 심히 거부한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에 몸을 던지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집단에 나를 끼워맞추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로인해 나의 생활은 비루해질 수도 있다. 자본의 원리로부터 자꾸만 벗어나려 하니.
생각해보면 인문학과 자본의 원리 사이엔 크나큰 거리가 있다. 인간을 우선으로 하는 인문학은 자본과 인간의 교환을 철저히 거부한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인문학을 고집하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선 아무 쓸모도 없는데.
그러나 삶에 있다.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그러니 사랑하기가 쉬워진다. 사람과의 관계가 매끄러워져 타인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 사랑은 더이상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내 눈앞에 살아 움직이게 된다. 사랑을 하려면 반드시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이며 궁극적인 욕망인 사랑을 알게된다는 것 만으로 자연스레 삶은 살만한 가치가 생긴다. 그러니 인문학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데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인문학이 대인관계에 도움이 됨으로 결국 취업이나 회사 안에서의 사회생활에도 도움되는 것이지 않냐라고 물을 수 있다. 그렇게 됨으로써 인문학도 돈을 버는 것에 일조를 하지 않느냐는 논리에 대해 반박을 하자면, 그 말이 맞긴 하나 영향은 아주 미비하다.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이것과 돈벌이의 상관관계는 극히 사소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지 않은가.
아무튼 문사철을 배우려하는 학생들에게 그것은 돈이 안된다고 겁주지 마라. 그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그들은 삶을 사는 법을 배운다. 잘 살 수 있다. 그것만은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