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설에는 역시 잠이 좋다. 아침일찍 일어나 차례준비를 하고 떡국을 먹는다. 어른들의 성화에 못이겨 술을 한잔 한 나는 술이 약한 탓에 그대로 뻗는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어떠한 계획이나 약속도 없이 그대로 잔다. 설이니까. 동네엔 친구들도 없고 문을 연 가게도 없으니까.
설에는 어린시절에 떠오르는 기억이 좋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고 형제가 없던 나는 평소 집안에 혼자 지내곤 했었는데, 설만 되면 북적북적해지는 집안의 분위기가 좋았다. 사촌들과 살을 부대끼며 놀고 자는 것이 그렇게나 설레했었고 기대했었다.
지금은 모두 각자의 삶에 바쁘다. 잘 보지도 못할뿐더러 어쩌다 한번 보게되는 사촌들의 얼굴은 어색하기만 하다. 이제는 어린시절의 꿈같던 공동의 감각에서 벗어나 현실에 치히며 서로 다른 삶들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생활은 이제 너무나도 달라서 '놀이'는 불가능해졌다.
아쉽지만 괜찮다. 잠을 자면 되니까. 어린 날 설날의 추억을 되새긴다. 떠들썩했던 그날 놀다 지쳐 시끄러운지도 모른 채 잠에 들곤했던 그때의 감각을 되살리며 다시 또 잠에 든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