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발견함

에세이

by 이건우

따뜻해진 날씨 덕에 나도 금세 여유를 되찾았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이번 주말까지만 포근해진 날씨가 지속된다 한들 어떠한가. 지금, 오늘, 이 순간이 경쾌롭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한 삶이다.



외부 변화의 예민한 성격은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한다. 단순한 날씨변화만으로 충만해지는 삶.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이것으로 나는 충분히 온전하다.



오늘은 그동안 멀리하던 커피도 마셨다. 지속된 피로들로 몸이 지쳐있던 탓에 요즘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았었는데 오늘만큼은 기분이 좋아, 더 기분 내려고 커피를 들이켰다. 좋았다. 고소한 향이 몸 전체를 돌며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느낌. 잃어버렸던 삶의 즐거움을 다시 되찾은 느낌.




포근한 날씨 덕에 한강공원에 가 석양을 보았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낭만적인 광경을 앞에 두고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낭만과 현실의 경계란 무엇이란 말인가. 현실 속에 석양이 존재하는 것을."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현실'을 '자본주의적 세계관'으로 축소시킨다, 효율적이며 이해타산적인 세계관. 그러니 차갑기만 한 '자본주의적 현실' 속에서 낭만을 그렇게나 부르짖는다. 그들이 말하는 '차가운 현실' 밖 따뜻한 낭만을 갈구하며 사람답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고 희망한다.


그러나 낭만은 분명 현실 밖이 아닌 '현실 안'에 속한다.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한 꺼풀 벗겨내면 인간다운 따뜻한 삶은 바로 거기, 현실에 있다. 그러니 현실 밖을 희망하지 않아도 된다. '낭만'이 현실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우리 삶은 곧 따뜻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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