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낯설지 않은 하루

교회 전도 소풍에서 만난 따뜻한 풍경

by 허정호

교회에서 지인들을 모시고 소풍을 간다며 함께 하겠느냐고 물었다. 친지 중에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교회라는 공간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고, 특별한 거부감도 없었다. 가볍게 바람 쐬는 마음으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일요일 아침, 지인의 차를 타고 교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여러 교인들이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자연스럽게 악수를 청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지만 어색함보다는 따뜻함이 먼저 느껴졌다. 부임한 지 한 달 되었다는 목사님과 사모님도 밝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문득 ‘오늘이 일요일인데 예배 대신 소풍을 가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묻자, 이 교회는 토요일에 안식일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진주에 같은 교회가 두 곳 있다는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목사님은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손을 들어보라고 했고, 일곱에서 여덟 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짧은 기도로 하루의 시작을 열었고, 40여 명은 조를 나누어 몇 대의 차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


우리 조는 다섯 명이었다. 장로님, 권사님, 아내, 지인,- 그리고 나. 나는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고, 차 안에서는 금세 이야기꽃이 피어났다. 아이들 이야기부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낯선 동행이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편안했다.


식당은 ‘국보반상’의 보리굴비정식이었다.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식사가 시작되었고, 연잎 위에 올려진 굴비와 솥밥, 반찬들이 상을 풍성하게 채웠다. 배가 찬 것 같으면서도 손이 멈추질 않아 끝까지 맛있게 먹었다. 목사님은 테이블마다 돌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폈고, 후기를 써보라며 영수증을 나눠주고 엿을 건네는 모습이 정겨웠다.

평소 잘 먹지 않던 엿을 하나 입에 넣어 천천히 녹여 먹으니 굴비의 비릿함이 가시고 입안이 개운해졌다. 사소한 변화였지만 기분이 좋았다.


식사를 마친 뒤 입곡저수지 군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산책을 시작했다. 매화꽃이 곳곳에 피어 있었고, 저수지에 비친 풍경은 그 자체로 편안한 쉼이 되었다.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봄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그 작은 흔들림마저도 즐거웠다.


산책 후에는 카페로 향했다. 마창대교를 건너 바닷가 쪽으로 이동했는데, 방파제에는 낚시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주변 도로도 붐볐다. 그 속에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이 괜히 들뜨게 했다.

‘찰리의 커피 공장’에 도착했지만 내부는 이미 만석이었다. 다행히 3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대교와 항구, 오가는 배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음료가 서로 바뀌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웃으며 넘겼다.


카페에서도 목사님은 자리를 돌며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자리에도 잠시 앉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었고, 자연스럽게 고향과 가족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다. 처음 만난 자리였지만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 장로님이 “시간 나시면 교회에 한번 놀러 오세요”라고 말했다. 짧게 “그러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그 말이 가볍게 들리지는 않았다.


특별히 대단한 일이 있었던 하루는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불편함 없이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함께 먹고, 걷고, 이야기 나누었던 시간들이 조용히 마음에 남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람 사는 온기가 담긴 하루였다.

월, 목 연재
이전 16화16. 통영 이순신공원과 세자트라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