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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

미국 대학원 유학 준비 Episode 1: 유학의 불필요성

by 배박사

당신이 유학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으로 다 찾을 수 있고, Zoom 등을 통해 멀리 있는 연구자들과 물리적 제약 없이 회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언어가 문제라구요? 요새 나오는 AI 툴을 통해 어떤 언어든 영어 혹은 한국어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커리큘럼은 또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요, 석사 과정 뿐만 아니라 박사 과정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이수 가능합니다.


게다가 미국 대학원 유학을 원한다면 더욱 유학을 가지 말아야할 이유가 많습니다. 연간 1억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 인종차별 문제, 총기사고 등의 치안문제는 기본이구요, 가족 및 친구와 떨어져있어서 느끼는 외로움은 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가야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글로벌경영학과와 수학과를 전공하였습니다. 처음엔 금융공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생각이었는데요, 학부 2학년때 MIS (경영정보처리) 를 연구하시는 교수님 눈에 띄어 학부연구생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MIS는 Computer Science와 Business를 융합한 전공으로 이해하면 편한데요, 그 곳에서 저는 다양한 Data Mining 방법 등 Data Science를 공부하며 통계학에 대한 지식을 늘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통계학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갔고, 통계를 제대로 공부해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특히 통계학이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 제대로 배워보고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또한 통계학 원서로 전공수업을 들으며 성균관대학에서 공부하는 이것이 하버드에서 공부하는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고,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친구들과 한번 경쟁해보고 싶다는 무모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미국 대학원 원서를 작성해야할 시기가 오니 과연 내가 통계학이 적성에 맞는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IMO와 같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도 아닌 내가 어떻게 Theory를 연구한다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고,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결코 통계학 분야에서는 Top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나는 통계학이 응용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산업공학, Computer Science, Quant Marketing, Econometrics, Biostatistics 등 통계학이 응용되는 분야는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그 중 나의 눈길을 끄는 전공은 Biostatistics였습니다. "연구를 통해 인류 문명을 좀 더 좋게 발전시킨다"라는 명분이 굉장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저는 무모하게도 치열한 고민 없이 유학을 결정하였습니다. 학위과정 중의 기회비용은 생각하지 않은 막연한 생각이었지요. 또한 돈 문제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안 문제는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무모한 긍정으로 유학을 결정하였습니다. 다행이도 모든 상황이 모두 맞아 떨어져서 무사히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었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7년간의 유학을 가지 않았더라면:

(1) 회사를 다니며 2~3억 정도는 저축했을지 모릅니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MBA과정을 통해 돈도 벌며 유학을 할 수도 있었을 거구요. 또 하버드 석사과정때 들은 1억까지 생각하면 적어도 3-4억은 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2) 가장 친한 친구들의 결혼식에 참석하여 그들의 새로운 인생을 축하해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3) 가족들과 명절을 보내며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4) 만약 국내 통계학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학위공부 이외의 일들을 하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하면 비자법상 학교 밖의 일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유학을 선택했기에 제가 얻었던 점들이 있다면:

(1) 마음껏, 후회없이 공부하였습니다. 이 교수님이, 이 학교가 잘못된게 아닐까? 라는 거만한 생각을 하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2) 최고의 학교에서, 최고의 선생님들과 공부하며 이제는 이 분야를 이끄는 일원이 되었습니다.

(3) 연구의 임팩트가 한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전세계를 향하게 되었습니다.

(4)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 연구하는 경험을 통해 전세계 어느곳에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어떠신가요, 당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을 가고싶은신가요?


다음 편에서는 유학 준비를 위한 현실적인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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