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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의 딸(29)

따라쟁이 '내 딸의 딸'

by 좀 달려본 남자

따라쟁이 '내 딸의 딸'

'내 딸의 딸'이 18개월을 지나면서 단어를 제법 말하고, 노래도 흥얼거리고 춤도 추기 시작 한다.

요새는 2~3일 출장을 다녀오면 부쩍 큰 느낌이 들 정도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아침 6시경에 기상하면 '할부지'하며 손을 잡는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물', '맘마', '밥', '국물' 제법 의사를 표현하며 아침을 같이 먹는다.

언제 배웠는지 집에 있는 빨간 색깔 물건만 보면 '빨간색''빨간색'이라 외치며 다닌다.


기저귀에 오줌을 싼 녹색 두줄표시가 나타나 갈아주려고 '내 딸의 딸'에게 "할아버지 도와줘" 하면 이불에 가서 교체하기 쉽게 드러눕는다. 대화가 되네!


몇일 지방으로 출장 가면, 아침에 일어날 시간인데 보고 싶어 영상통화를 하게된다.

'내 딸의 딸'이 좋아하며 '사랑해요', '하이 파이브', '이티' 영상통화로도 할 것은 다한다.

통화를 마치고 나면 아침부터 나도 모르게 입에서 미소가 생기며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한참 말을 배우는 시기 같다.

책을 읽어 주다가 특이한 단어가 나오면 단어를 바로 따라 한다. 나도 '내 딸의 딸'이 어떤 단어를 따라하면 같이 큰 소리로 다시한번 따라 해준다. 그러다 보니 잘 안쓰는 단어인 '열기구', '브로콜리', '헬리콥터' 등 어려운 단어도 잘 따라한다.


아! 그런데 '내 딸의 딸' 앞에서 집사람이랑 이야기하면서 나도모르게 '아이고', '참 나!', '뭐라고!' 그리고 '아이 C' 했는데 , 이를 지켜보던 따라쟁이 '내 딸의 딸'이 그대로 따라한다. 아내의 원망의 눈초리가 따갑다.

앞으로 따라쟁이 앞에서는 조심 해야겠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사회관계가 축소되고 있는데, 새롭게 나를 알아주고 잘 따라주는 '내 딸의 딸'이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9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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