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난 이과였다.
수학을 잘했던 기억은 없고,
수학은 답이 있으니 그게 좋았던 기억이 있다.
결국 대학 진학은 예체능으로 했다.
첫 임신 때 태교로 십자수도 하고 수학 문제집도 풀었다.
중3 수학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똑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재작년 둘째가 중3일 때까지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긴 했다.
학원을 갔으면 했으나 나랑 하겠다고 해서
스스로 할 수 있게끔 코칭하며 모르는 것을 함께 해결해 나갔다.
마지막 시험을 볼 때, 둘째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교 가면 학원 다녀. 엄마 고등수학은 못 해.
하려면 공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사실 살면서 수학이라는 과목을 접할 일이 없지 않은가.
독서며 영어 공부는 자기 계발로 많이들 하지만
사실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은 거의 없으니 말이다.
얼마 전부터 자꾸 수학 문제를 풀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중등 말고 고등수학.
고등수학은 잊어버린 지 너무 오래돼서 사실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책을 구입해서 할만한 일은 아닌 거 같고,
시간이 많으니 아주 별생각을 다 한다고 스스로 타박하며,
‘하던 독서나 영어 공부나 열심히 해,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운동이라도 해’라고 해도
수시로 수학 문제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며칠 생각하다가 결국 교보문고에 가서 <EBS 고1 공통 수학 1> 문제집을 샀다.
문제집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생각에 잠긴다.
‘수학 문제를 왜 풀고 싶은 걸까?’
골똘히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수학 문제집을 풀고 싶은 걸까?
끈질긴 내 질문에 답이 들려온다.
수학 문제에는 답이 있잖아!!!
답을 구하고 싶었던 거구나.
내 인생의 답을 못 찾고 있는 게 내가 답답했던 모양이구나.
물론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지만,
내 성향상 답이 주어지는 이과적인 성향이 짙은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인생의 답을 찾지 못해서 답답했던 모양이다.
수학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고,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은 다 다를 수 있지만 답을 향해가면 되지 않은가.
내 인생의 답을 알고 싶었던 거 같다.
답을 안다면 그 과정은 기꺼이 내가 감수하겠다고,
나름 내가 선택한 길에선 매번 헤매다 보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 길이 맞는지 저길이 맞는지 답을 구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초 인생의 답이라 할 것이 없다.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고,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시 경험하고 배우고….
그것이 삶인 것을….
어쩌면 현재 나의 삶이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공식과 여러 풀이 방법을 적용해 보고, 그래도 안 풀리면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풀이 과정을 생각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이 언젠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 이렇게 맛도 없고 쓴 술을 왜 마셔요?”
“삶이 술보다 더 쓰거든. 그래서 술은 쓴 것도 아니다 싶은 날이 오기도 해~”
삶의 쓴맛을 술의 쓴맛으로 달래듯,
인생의 답을 구하고 싶었던 나는 수학 문제를 풀며 답을 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